여행기를 다쓰려면 아직도 몇 번을 더 써야할듯 싶은데 캠핑카로 떠난 2박3일을 빼놓을 수가 없다.
사실 프랑스의 샹후스로 넘어갈 때 원래 계획은 친구부부와 함께
캠핑카로 일주일넘게 여행을 해보자는 것도 포함이 되있었다.
근데 친구남편 그레구와가 계속 일이 생겼고 우리는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결국 포기해야되나 싶었는데 그레구와가 어렵게 2박3일 시간을 만들었다.
샹후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산악자동차경기가 있기 때문.헉..산악자동차경기라구?
사실 난 이것도 보고싶기는 했지만 그레구와는 산에서 모타 소리 내는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캠핑카 여행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인지라 친구 성현이 파리로 떠나기전날 우린 출발했다.
유럽에는 캠핑카가 일반 자동차 만큼이나 일반적이어서 많은 집들이 하나씩 구비하고 있는듯 했다.
한국에서 캠핑카 하면 돈있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처럼 생각되는데 친구네가 가지고 있는 캠핑카를 보면
그냥 봉고차같은 느낌.
뭐 이곳에서도 캠핑카가 워낙 종류도 많고 새차들이야 꽤 값이 나가겠지만
친구네가 가지고 있는 캠핑카는 중고로 30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한다.
근데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부부의 애마인 이차가 어쩌다 지난겨울이후 좀 문제가 생겨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여기저기 수리를 해도 고쳐지질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내가 도착하기 바로 전에 시동이 걸렸다고 한다.
혹시 내가 에너자이저? ㅋㅋ
우자지간 그레구와를 비롯해서 수리점 아저씨도 지금까지 이차가 왜 고쳐졌는지 이유를 모른다는 거.
덕분에 우린 겁나게 즐거운 여행을 했다.
첫째날은 샹후스에서 멀리 보이던 호수옆에 둥지를 틀고 놀았고 다음날 친구를 보내고는 남쪽으로 달렸다.
친구가 떠난 시간부터 비가 몹시왔었는데 비가없는 곳으로 가자며 구레구와가 달리기 시작했고
우린 대관령 5개를 합쳐놓은 것만큼 거대한 산을 굽이굽이 달리다 마침내 신천지를 찾았다.
구레구와는 이게 바로 캠핑카의 묘미라고.
외등하나 없는 산길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준비해온 쏘세지와 고기를 구워
향긋한 와인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 했었다.
어느새 비도 구름도 사라진 하늘.
나무사이로 딱 별을 구경할만큼의 하늘이 열리고 우리와 마주한 별들은
이내 우리들의 작은 파티에 쏟아져 내렸다.
우리들만의 세상이라고 좋아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차보다 훨씬 큰 캠핑카가 하나 들어온다.
역시 선수들은 다 자리를 찾아내는구나 했는데 이차는 한가족이 왔다.
얼핏 보기에 짚시같아 보였는데 본인들 말로는 아직 짚시수준은 아니란다.
짚시처럼 살고 싶어 캠핑카를 집삼아 떠돌았는데 아이가 학교 갈 때가 돼서 남부프랑스에 정착하려고 가는중이란다.
결국 모닥불은 계속 이어지고 못알아먹는 흥겨운 대화가 밤새 이어졌다.
이날 만난 여자친구는 재주도 많아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했는데
정작 자기가 하고싶은 일은 대마초 캔디를 만들어 파는 거란다.
헐...대마초캔디라니...우자지간 야밤에 계획도 없는 재미난 친구들을 만나
캠핑카의 묘미를 새삼 더 느끼게 했다는.
2박3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어찌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한 일주일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프랑스가 워낙 넓다보니 사실 이런 캠핑카들이 자동차만큼 요긴한거 같다.곳곳에 캠핑카들을 위한 캠핑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식수대와 샤워실 그리고 화장실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어떤 캠핑카들은 거의 집을 옮겨온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별의 별것들을 다싸왔다는.
지혜네 캠핑카는 내부를 부부가 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침대도 꾸미고 위아래 선반을 만들고 가스렌지까지. 원래 이 캠핑카가 3인용인지라 우리 네사람이 타고가는게 적발되면 벌금을 물게되어있단다. 물론 무사히 잘 다녔고 잘 먹었고 잘 쉬엇고.사실 우리도 캠핑카에 거의 지혜네 부엌에 있는 식료품과 그릇등을 모조리 가져온 느낌.ㅋ
바젤에서 가져온 가방튜브가 인기짱이었다. 서로 얼마나 탐내던지 사수하느라 진땀.ㅎ 선물받은 비키니 입고 친구들이랑 정말 깨벗고 신나게 놀았다.사진보고 넘 재밌었으나 야한장면이 많아 여기서는 생략.ㅋㅋ
프랑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공놀이.무거운 쇠를 던져 목표물에 가까이 맞추는 놀이인데 은근히 재미나다.내가 얼마나 공을 못던지는지 실감났던 시간.
3박4일 예정을 왔다가 일주일을 더 연장하고도 아쉬운 마음으로 떠났던 성현이.그녀를 보내고 우린 다시 여행을 떠났다.
비가 몹시 내리자 구레구와는 비가안오는 곳을 찾아 남프랑스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린 비가 내리지 않는 우리들만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만에 해보는 캠프파이어인지. 남은 음식을 하나씩 구워먹고 마시고 별보고 또 마시고....친구를 보내고 잠시 들렀던 수퍼에서 장을 보다가 원래 집에서 먹자고 샀던 포도주가 있었는데 이날 다 아작을 낸거 같다.아마 이포도주 없었으면 우린 정말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새로 손님을 맞이하듯이 꺼져가는 불씨를 모아 다시 모닥불을 피우고...이불이 언제 꺼졌는지 기억이 안난다.
저녁에 우리가 보았던 하늘.나무 사이로 뚫린 하늘이 마치 스크린처럼 수많은 별들을 보여줬었는데...
친구가 만든 빵으로 매일 아침을 해결했다. 빵만들기가 의외로 쉬워서 조만간 나도 한번 해볼참인데 오븐이 없네그랴.
아침이 되자마자 옆집차 언니가 와서 계속 수다를 떤다. 친구말로는 프랑스 사람들 수다가 장난이 아니란다.말을 못알아 먹는 것이 가끔 편하기도 하구나 느낄만큼 정말 말이 많았던 친구. ㅎㅎ 개도 그집 식구다.
600년전에 산이 잘라졌다는 곳.무너진게 아니라 잘라졌다는 표현이 중요한거 같다. 우자지간 온통 거대한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이곳이 관광지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틈만 나면 뽀뽀를 해대는 이것들이 왜 밉지가 않은지...^^
무너진 바위들이 암벽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는제 이날 바로 이장면을 보고 그레구와를 졸라 샹후스로 돌아간 다음날 암벽을 탔다.ㅋ 그 이야기는 난중에.
혼알프스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산들이 라임스톤이라고 해서 석회석이 많은 흙으로 되어있다. 이곳도 역시 엄청난 양의 석회석때문인지 물속의 땅이 마치 시멘트로 마른것처럼 굳어있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레프팅을 하려고했는데 비가 너무 안와서 계곡에 물이 말랐단다.결국 우린 레프팅을 포기하고 남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는 곳을 찾았다.
라임스톤이 많아서인지 호수가에서 보았던 강바닥같은 흙집들이 많다. 천년이 넘은 마을이라는데 어쩜 이렇게 잘 보존이 되어있는지.무엇보다 놀라운건 이곳에 주민들이 계속 살고있다는 거다. 유럽 곳곳에 있는 이런 집들을 볼때마다 한국의 개발문화가 생각나서 자꾸 화가 치민다.
부수고 새로 짓지 않아도 얼마나 이쁘고 좋은가.심지어 우리들도 다 이뻐보인다.ㅎ
저녁에 그레노블 시내로 들어와 저녁먹고 가자고 친구가 음식을 시켰는데 웬걸....이중 하나만 먹었어도 배가찼을텐데 친구는 프랑스에서 정식한번 먹어보는것도 경험이라며 부득블 시켜주었다. 결국 해지기전에 들어와서 3시간이 흐른뒤 우리는 식사를 다 끝낼 수 있었다. 물론 남은 음식은 당연히 많고. 프랑스 사람들 식사 시간 길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많이도 먹어대고 많이도 이야기하고.
이들 커플이 사는 방식이 보면볼수록 맘에 든다. 많이 벌지는 않아도 제대로 쓸 줄 아는 친구들. 큰집은 없어도 세상을 내집으로 만들 줄 아는 친구들. 레드마리아의 이치무라처럼 살기위해 필요한 만큼 일하는 친구들. 그들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참 행복했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