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우린 한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진짜'모습을 발견하면서 행복하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하하 정말 정말 어메이징 한 일이 아닌가.
어려운 코스도 아니고 복잡한 수식도 아니고 그저 단순하게 자연과 놀았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지혜에게 그랬다. ‘너 딴거 하지 말고 이곳에서 힐링캠프나 차려라.’
지혜도 나쁘지 않았는지 ‘그럼 한번 해볼까’한다.
내가 아는 지혜도 한국에서는 나름 깐깐하고 예민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도 나 자신을 들여다 보기보다는 남을 먼저 의식하고 신경써야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지.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을 발견한거 같다.
그래서 행복해보이고 행복을 나눠주며 기뻐 할 줄도 알고.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그 즐거움에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이번여행에서 지혜만큼 큰 역할을 해준 사람은 지혜의 남편 그레구와였는데
난 그가 사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마치 레드마리아를 찍으면서 이치무라가 반가웠던 것처럼 이친구도 일로부터 자기 해방감을 먼저 찾으려는 사람.
이들 부부가 샹후스에서 사는 이유도 일년에 6개월을 일하고 6개월을 자신들만의 시간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곳.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 보다는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일을 선택하는 삶.
살아가는 이유가 집을 넓히는 것도 좋은 차를 사기위한 것도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여행과 서로를 사랑하고 즐기기위해 사는 것.
씨발.... 짜식들 졸라 멋지다.
그래 나도 존나게 멋지게 살아줄게.^^
지혜는 나와 성현이를 위해서 그녀가 새롭게 터득한 온갖프랑스 요리를 매일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일년동안 먹을 치즈를 스위스에 이어 계속 먹었다는. 나는 그들 부부를 위해 삼계탕과 된장찌게를 만들어 주었고 성현은 그녀의 숨은 솜씨를 발휘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북어무침과 미역무침을 즉석에서 뚝딱해주었다.구레구와는 나를 위해 특별히 맛있는 담배를 매일 말아주었고 주님의 은총을 듬뿍 받을 수 있게 쉴새없는 포도주를 준비해주었다.
가볍게 산보나 하자며 따라나섰는데 한동안 운동부족이 티가났는지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벽을 보자마자 불끈 솟는 이힘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ㅋ
산꼭데기 호수에서 수영하고 산을 타고 내려오다 만난 양봉학교 사람들. 혹시나 해서 기웃거렸는데 호수에서 가슴을 내놓고 선탠을 즐겼던 멋진 여자를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성형수술로 멋진 가슴을 만들지 않아도 늘어지고 주름이 있는 그녀의 가슴을 사람을 제대로 환영할 줄 있는 멋진 가슴이었다. 도시에 살다가 양봉을 하면서 지금은 산에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이녀를 보고 지혜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거 같아 몹시 흥분된다고 했다.언젠가 그들이 좋은 친구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그레구와하고 지혜는 늘 서로의 사랑을 키스로 나눈다. 그래..이런건 영화에서만 있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뭐..그렇다고 그렇게 나보는데서 자랑질할거는 없지않니...라고 속으로만 씨부렁거리면서 블루베리를 열심히 땄다.ㅎㅎ 가끔 단순한 노동이 주는 기쁨이 있는데 블루베리를 딸때 그랬다. 우리는 열심히 불루베리를 땄고 지혜는 그걸로 잼을 만들어 성현이 떠날때도 챙겨주고 내가 떠날때도 챙겨주었다.
한국의 산과는 다른 맛의 알프스. 한국의 산이 독특한 매력이 있듯이 알프스도 참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 산을 누비고 다니면서 그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준다는 것을 참 많이 느꼈다. 물론 그 느낌의 최고봉은 암벽등반이었지만. 성현이 떠난뒤 나는 본격적인 암벽등반을 즐겼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ㅎ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