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
예전에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국경을 넘어갈때나 터키에서 불가리아로 넘어갈때도 그랬는데
자연스럽게 연결된 땅들이 국가로 구분되고 다른 색깔의 문화적 특성으로 구분되어지는게
역시 인간들의 땅이고 역사구나 싶었다.
가끔 가장 인간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데
나는 그게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가장 인간스러운 사고를 적절하게 표현한 이 단어는 알고보면 가장 민주적이고 건강한 사고의 핵심인듯 보이지만
난 그게 가장 인간들의 자기발목이고 족쇄가 아닌가가하는 생각이 들어서말이지.
말이 좋아 인간중심이고 휴머니즘이지 얼마나 자연과 불리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미화 시킨 말인가.
지구가 인간들만의 땅인 것처럼 소유하고 침략하고 부수고 개발하고 팔아넘기고...
우자지간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프랑스의 들판을 지나는 동안 두시간이 훌딱지나고 프랑스에 사는 지혜와 마침내 조우.
그녀는 지난해 프랑스남자와 결혼을 하고 프랑스의 중동부의 혼알프스 자락인 샹후스에 둥지를 틀었다.
그녀가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때는 파리와 연관된 이미지의 프랑스를 생각했었는데
그레노블에 도착했을때 도시의 느낌은 정말 달랐다.
온통 알프스자락에 휩쌓인 이 도시는 프랑스에서 제일 넓은 해발 250미터의 분지에 있는 도시라고 하는데 마치 대구처럼 덥다.
내가 도착 한 그날 샹후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우리는 햇빛에 타 죽는줄 알았다.
뜨거워도 그늘만 만나면 시원했던 스위스와는 달리 2시간거리의 이곳은 전혀 다른 날씨.
하지만 지혜가 사는 샹후스에 도착하니 그 더위가 무색하게 시원하고 심지어 춥기까지했다.
이들 부부가 원룸에 사는지라 나는 캠핑카를 숙소로 사용했는데 이불이 겨울용 오리털 이불이었다.
이렇게 1750미터에 위치한 샹후스 마을에서의 나의 생활이 시작되었고 이곳 기온은 저 아래 그래노블과
약 10도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샹후스는 일종의 리조트가 형성되어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산악지대로 겨울엔 각종 스키와 겨울등산으로
여름엔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산이 워낙 커서인지 바캉스의 마지막 시즌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도 이곳에서는
한국 같이 바글거리는 풍경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조금만 걸어나가면 펼쳐진 들판과 멀리 보이는 3-4천 미터의 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그대로 자연과의 조우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떠니 사실 이곳이 프랑스인가 의심될 정도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그곳을 찾은듯 편안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매일 매일 기다리는 다양한 탐험거리들을 기대하며...
나는 바로 이런 기대로 이곳에 왔고 그 기대는 나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기대와 현실이 제대로 만났을때의 그 짜릿함이란...아흐.
역시 더위에는 맥주가 최고다. 내내 포도주만 마시다가 간만에 먹으니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
산에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내내 수다를 떨었는데 뭔얘기를 했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결국 우리는 버스를 놓쳤고 지혜의 남편 그레구와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들 부부는 두달전부터 담배를 끊었다. 여행기간 피려고 담배 네보루를 샀는데 이들이 금연중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스위스의 봉희에게 선물로 여러갑을 주었는데 웬걸...이들부부는 내가 혼자 담배 피우면 외로울거라고
하루전날부터 다시 담배를 피우기로 했단다. 이런식의 감동의 물결은 마지막까지 계속 되었다는...^^
샹후스에 있는동안 하고싶은 레포츠를 거의 다 했는데 아쉽게도 산악 오토바이와 산악자전거를 못탔다.
아무래도 이거타러 다시 가야할듯...
보기엔 지리산 능선처럼 보이는데 보이는 저 능선들이 다 다른 산이고 거리도 다들 멀리있다.
샹후스는 최고봉이 2250미터인데 주변의 다른산들은 최고 4천미터가 넘는다.
이제부터 슬슬 샹후스의 생활이 시작된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