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설악동 C지구야영장에서 머물기로 했으나 너무 북적거린다고 장수대에서 가까운 작은 소나무밭 야영장으로
둥지를 틀었는데 이것도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먹을걸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매일밤 고기와 더블어 서울에서 먹어보지도 못한 반찬과 음식들이 나와
말그대로 배터지게 묵고 원없이 산을 오른거 같다. 헉..원없이는 아니다.벌써 가고싶은데
당분간 자제해야 함으로 그렇게 마음을 달래고 있을뿐.
정말 이번에는 확실하게 어깨수리를 해서 빨랑 그들의 산행에 다시 합류할 수 있기를.
첫째날 장수대 몽유도원도 릿지로 첫날을 시작했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정숙.그녀는 영화현장 동시녹음일을 하고 있다.
이번달 말이면 미국유학을 떠나는 지수. 언니보다는 경순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더니 처음엔 불편해하다가 이제는 경순이라고 반갑게 불러주는 귀요미.
제일 막내지만 제일 발빠르게 잘 오르는 수항이.
다들 하나씩 잘하는 것이 있는데 영화는 잘하는게 너무 많다. 음식도 잘하고 챙기는 것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지 이 친구도 이번에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정든 친구 둘이나 유학을 간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하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제일 뒤에 가서인지 영화를 찍은 사진이 얼마 없네 그랴. 미안하구나 영화야.ㅎ
첫째날 등반을 마치고...
둘째날은 유선대를 올랐는데 내내 구름에 가려 산오르기는 딱 좋은날.구름이 오가며 보여주는 경치가 예술이라지.ㅎ
우리중 제일 연장자인 전명숙 선배.나와 뒤에서 같이 오르며 이것저것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팁을 많이 가르쳐 주어 즐거운 등반이었다.무엇보다도 이 선배가 뜨면 항상 먹을게 충만.평소 등반다닐때 먹을 음식 만드는게 취미라고...^^
정숙이의 사진기를 빌려서 내가 주로 찍었는데 틈틈히 친구들이 번갈아 찍어서 이번에는 내 모습이 종종 찍혔다.ㅎ
애스트로맨의 대표 윤길수.
매번 독특한 대화법으로 사람을 긴장시키는 용돈과 막내 수항이의 짝 우경이.
그렇군.드디어 나왔네.둘이서 얼마나 챙기는지 조금만 나이먹었으면 '얘..재수없거든'할텐데 요 커플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
이날 처음 동행한 창순씨. 애스트로맨 암벽반 7기라고. 윤샘이 빡세게 등반하는 통에 이날 우리들까지 감당하느라 꽤 고생을 많이 했다.수고했습니다요 창순씨.
사람들이 윤길수샘을 꽤 까칠한 부류로 이야기 한다.맞다 까칠하다.그런데 늘 앞에서 뒤에서 챙기는 사람은 늘 이 사람.까칠해야 버틸 수 있는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따뜻함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발견하게 된다.우자지간 그와 함게 산을 타면 어디를 가든 두렵지 않다는 믿음이.ㅎ
별을 찍지는 못했지만 별이 꽤 많았다. 물소리도 좋았고 숲에서 나는 소나무 냄새도 좋았다.물론 음식은 두말이 필요할까.
뒤늦게 합류한 성지. 스포츠를 꽤나 좋아해서 스키부터 스킨스쿠버까지 다 해봤다는 이친구를 이제사 만난게 아쉽. 사실 먹는걸 좋아해서 이친구 옆에있으면 군것질꺼리가 쉬지 않고 나온다.ㅋ
멀티피칭으로 등반을 하다보면 중간에 쉬는 공간이 디따 좁다. 발을 둘 곳이 없어 간당간당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고 마시고 피고 할거 다 한다는거. 물론 피는 일은 가능하면 윤샘과 떨어져 있을때하는 것이 좋다. 가장 안이쁜 눈초리를 부라리니까.헤
마지막날 아침까지 우리는 고기를 먹었다는...
마지막날은 신선대와 미륵장군봉을 두팀으로 나누어 갔다. 나는 미륵장군봉을 올랐는데 오르다 건너편 신선대를 오르는 친구들이 보여 찍었건만 줌이 딸린다.그래도 저곳을 오르는 친구들이 동료들이라는게 어찌나 기특하던지.
윤샘을 포함해서 다섯명이서 미륵장군봉을 올랐는데 하필 이날 처음 산을 타는 친구가 있었다. 윤샘이 쉬운곳을 찾는다고 앞장섰는데 하필 남들도 다 피해가는 노총각길로 들어선것. 어떻게 올라갔는지 생각도 안나네.ㅋ
가장 편한 자세로 하늘을 보는 이친구는 만규.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들에게는 든든한 선배. 말없이 조용히 후배산악인들을 뒤에서 인도하는 든든한 친구.
애스트로맨 암장의 총반장이자 윤샘의 든든한 친구 미영. 미영이가 있으면 웬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생긴것도 이쁜것이 마음도 어찌나 이쁜지.
누가찍었는지 애스트로맨 마크가 찍힌 뒷모습이 마지막 사진으로 찍혔다. 이 마크 후지다고 윤샘한테 투덜거렸는데 이렇게보니 그럭저럭...ㅎ
이글로에서 1차를 하고 다시 텐트로 옮겨 2차를 하면서 산을 다닌 사람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술집에서 들었으면 그저 영웅담으로 들릴 이야기가 눈덮힌 산중에서 덜덜 떨며 들으니
하나같이 보석같은 이야기들 뿐이다.
특히 봔트클럽의 회장 남순현씨와 회원 송형기씨는 애스트로맨 암장 대표 윤길수샘과는 오랜 산행동지들인지라
함께 고생하며 산을 오르던 많은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어 간만에 히말라야 등정 이야기부터
곳곳의 산을 다니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그럴즈음 한번씩 윤샘이 나를 찌른다.
산에 대한 영화 한번 만들어봐. 헉...
슬쩍 웃고 넘기고 말았지만 마음속은 술렁거린다.
그리고 순간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과정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다가
레드마리아만큼 거친 작업이란 생각에 꼬리를 내리고 만다.
작년한해 머리로 스쳐간 수많은 기획들이 다음날 체력에 무너진 경험을 생각하며
아직은 더 체력과 타협해야 하는 시간이란걸 깨닫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 산행에 무리수중 하나였던 무릅인대의 손상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산을 오를때는 통증을 못느꼈는데 다녀온후 다시 아프기 시작하는 걸 보고는
움직여야 낫는 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ㅎ
걱정했던것 보다는 산에서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역시 체감온도는 비슷했다.
그래서 다시한번 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돈생기면 우선 장비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아침 일찍 일어나 윤샘이 2차팀을 배려해 장구목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면서 보니 다른산악회에서 동계훈련을 왔는지 로프를 걸고 여기저기 훈련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등산로와는 달리 1미터 이상 눈이 덮인 산을 이리저리 가로질러 올라가는 일은 꽤나 위험한 산행이어서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암벽까지는 타지 않았지만 훈련온 사람들은 한라산의 북벽이나 남벽 그리고 삼각봉과 같은
곳에서 혹독한 날씨에 훈련을 해야만 히말라야 원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오히려 히말라야보다 더 힘들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푹푹 빠지는 눈속을 걷고 미끄럼을 타기도 하며 장구목을 한바퀴 돌고 난후
가벼운 식사후 텐트를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장갑을 벗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역시 전문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장비를 챙긴다.
촬영때 장비를 준비하고 설치하고 찍고 회수하는 과정치 다 촬영의 과정이듯
이들도 준비부터 회수까지가 모두 등반의 과정임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뭐든지 어설프게 하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는걸 이들은 몸으로 체득해 아는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가지 못했을 이번 등반은 봔트클럽 회장 남순현,회원 송형기 그리고 애스트로맨 암장 대표 윤길수와
회원 서명호 최문희 김광현 등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다음에도 꼭 함께 갈 수 있기를...^^
장비의 신 박영두.
장비의 신을 쫒아 열라 빨리 오라갔던 문희.
예술극장 아트나인의 주희가 선물로 준 방한잠바의 위력을 실감.앞으로는 선물을 등산장비로 받았으면 참 좋겠다는...ㅎ
문희는 늘 산에서 뛰는 동작을 기념으로 남긴다기에 한장.ㅎ
눈덩이를 잘라만든 이글로.먹다 남은 음식과 물이 죄다 얼어있엇다.
먼저 올라간 팀이 드디어 베이스캠프로 귀환해서 우리가 잘 텐트의 바람을 막기위해 눈덩이를 잘라 텐트옆에 벽을 만들어 주었다.이들의 배낭에 이런 톱과 삽을 비롯해서 암벽을 타는 로프에 퀵드로 등 다양한 장비를 이고갔으니 얼마나 무거웠을지.아흐..
산속 중간중간에 동계훈련을 온 팀들의 텐트가 보인다. 한라산 동계훈련을 위한 야영은 미리 국립공원에 허가요청을 하고 가야한다. 관음사입구에서 등반확인을 한후 삼각봉대피소에서 다시한번 확인을 한후 들어갈 수 있다.
한라산에 계속 눈이 내리고 구름이 껴서 앞산을 보기도 힘들서 다들 잠시 스쳐보이는 햇빛에도 모두 탄성을 질렀다.
드디어 밥먹는 시간. 중간중간 다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낸다.산중에 와이파이가 이렇게 잘 터지다니.고기를 구워 우리가 가져간 스카치블루 1리터가 순식간에 동이나자 고작 이것밖에 안가져왔다고 어찌나 구박을 들었는지.아흐..
이번 산행에 가장 무거운 짐을 이고갔던 광현(왼쪽 첫번째)은 산에서 그렇게 휙휙 날라다니던만 결국 서울에서 후유증이 심했다고 한다.
애스트로맨 대표 윤길수와 김광현. 부자지간같다고 해야할까 형제지간 같다고 해야할까.ㅋ
봔트클럽의 송형기와 남순현. 지금 회장을 맡고있는 남순현씨는 비록 자기가 선배지만 자기보다 고산등반을 많이 한 후배 송형기씨를 많이 존경하고 아낀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애스트로맨 윤길수 샘을 산신이라 부르며 그들만의 애정을 과시했다. 좋은 선배 밑에 좋은 후배들이 자라는건 당연한 일.물론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서두 이런 관계들이 있기에 드러나지 않지만 역사는 차곡차곡 명맥을 이어간다.
낮밤이 바뀐 나는 산에서도 긴밤을 뜬눈으로 거의 지새다가 눈내리는 밤에 오줌누러 명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는데도 든든한 침낭덕에 추운줄 모르고 잤다.
아침에 가벼운 차림으로 장구목으로 등반을 했다. 이날 사진은 같이 산에 올았던 서명호가 찍은 사진을 슬쩍.ㅎ 눈이 너무 쌓이고 대부분이 등산로가 아니어서 조금만 발을 잘못디디면 추락할 수 있다기에 모두가 조심조심 걸었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