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때문인지 신청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하고 암장대표 그리고 또다른 여성회원 한분이 동행을 했다.
이런...첫날부터 고수들 사이에 껴서 기죽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 고수들은 초보를 대하는 폼새가 여유가 있고 따뜻하다.
덕분에 가능할까 싶었던 암벽을 세개나 완등할 수 있었다.
수리산 매바위 암장은 각각 난이도가 다른 총 16개의 피치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 3개의 피치를 등반했는데 꺄후....어찌나 바위가 차갑던지 손의 감각이 거의 없어질 지경.
내가 올라갔던 피치의 이름이 재밌는데 회사랑(5.10b),작은악마(5.10c),남쪽으로 튀어(5.11b) 다.
피치의 이름은 그곳을 개척한 사람이 직접 짓는다고 하는데 전국의 암장에 이런식으로 재밌는 이름들이 꽤 많다.
우자지간 나는 회사랑을 거쳐 작은악마가 되어 남쪽으로 튀었다는 야그.ㅎ
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암벽은 초보인지라 이것저것 처음듣는 용어가 꽤 많은데
안그래도 어제 본 영화 스토리도 기억이 가물해지는 이마당에 하나씩 알아가려면 그것도 나름 일이겠다 싶다.
하지만 뭐 이론시험 보는 것도 아니니 뭐 그런 걱정까지.ㅋ
기억하니까 말인데 수리산도 언젠가 와본 곳인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지난번 소요산을 갔을때도 마찬가지고 청계산을 갔을때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정말 기억력은 꽝이다 싶다. 심지어 100번은 족히 갔을 북한산도
여지껏 봉우리 이름이며 군데군데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한두번 산을 가고도 이것저것 잘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민망한지.
하지만 이날 오른 매바위는 정말 잊을 수 없을거 같다.
부지런히 자연암벽을 다니고 싶은데 날씨가 추워지니 얼마나 아쉬운지.
겨울이 오는게 싫어지는건 이번이 처음일세 그랴.
그래도 수라산의 마지막단풍과 함께 이렇게라도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참 좋았던 하루다.
그리고 암장에서는 꽤 까칠한듯 보이는데 암벽할때는 누구보다 자상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던 윤대표와
나와 동갑내기라는 미영씨 덕에 정말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야그.
이날 안그래도 배낭이 작아 대형배낭을 메고갔다가 엄청 고생을 했는데
두사람이 맨 배낭을 보고 검색했다가 횡재를 했다.
땡처리로 그것도 어제날짜로 마감을 하는 9만원이 넘는 배낭을
26000원에 주문했다는 사실.
가끔 이렇게 운좋은 날이 있어야 살맛도 ㅎ
우자지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날 등반사진을 올린다. ^^
선등반을 하는 윤대표.먼저 올라가는 사람이 로프를 중간중간에 박혀있는 고리에 퀵드로를 이용해서 줄을 걸어놓는다.그렇게 해놓으면 뒷사람이 올라가기 편하고 안전하다.나도 언젠가 선등반을 할 수 있는 날이 있겠지.ㅎ
에스트로맨이라는 실내암장을 운영하는 윤길수대표. 실내암장에서 보면 까칠하니 영 깍쟁이로 보이는데 암벽을 타기 시작하면 어찌나 멋져보이는지.팔다리가 쭉쭉 발에는 접착제가 붙은 것처럼 밀착감이 죽인다. 내발에도 접착제가 붙을때까지 앞으로 많이 쫒아다녀야징.ㅎ
나랑 동갑이라는 미영씨. 암장의 거의 맏언지인듯 싶다. 이것저것 챙기는 것도 일등이고 산을 오르는 것도 매력적인 분.암벽을 시작한지 10년정도 됐다고 한다.이날 날씨도 차가운데다 바위가 얼음장 같아서 이분 손바닥이 거의 까졌다.
미영씨가 찍어준 몇장의 사진을 옮겨왔다.역시 윤대표에 비하면 허술한 동작이기는 하지만 중요한건 완등을 했다는거.이날 많이 느낀거지만 올라간 사람의 밧줄을 잡아주는 빌레이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새삼 많이 느꼈다.윤대표가 직접 빌레이를 해주면서 이것저것 코치를 해주어서 그나마 완등할 수 있었다.정말 감사.^^
이날 나는 도시락을 싸갔는데 역시 산에서는 끓여먹는 재미가 제일.센스있는 미영씨가 맛있는 커피(역시 산에서는 믹스가 쵝오)와 우동을 끓여주어서 몸도 마음도 따뜻.^^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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