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선호가 그의 지인을 중심으로 등산모임을 만들었고 나도 회원으로 시간이 맞을때마다 함께 산행을 한다.
근데 알고보니 대부분이 선호의 동문중심이라 내가 웬지 깍두기 같긴 하다.
하긴 난 어딜가나 늘 깎두기같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불분명한 소속감으로 사는게 나쁘지 않다.
우자지간 스톱...오늘 얘기는 깍두기가 아니라 소요산.ㅎ
소요산이 의정부에서 가깝다고 생각한 나는 대충 두시간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아침 7시에 출발을 했건만
젠장 소요산행 전철이 40분에 한 대꼴로 오는데다 시간도 족히 두시간 반이 걸리는 곳이어서
잠못자고 새벽부터 일어난 보람도 없이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지각할 때 정말 기분 안좋다.
하지만 멤버들의 환한 웃음을 보니 스르르 기분전환.
근데 난 정말 어디간다고 하면 촬영이든 산행이든 여행이든 그전날 잠을 잘 못이룬다.
다음날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출발해야 하는 일이 그래서 꼭 피곤에 지쳐 출발하게되는데
왜 이버릇이 안고쳐지는지 모르겠다.
세살버릇 여든까지를 증명이라도 하듯이.아흐...
우자지간 그렇게 모여 출발전 워밍업을 하기도 전에 도로에서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등산로로 진입을 해서
거의 70도 경사를 계속 오르기 시작햇다.이런...어어어....
전날 잠이 안와서 막판에 마시고 잤던 위스키 냄새가 땀으로 쏟아져 나온다.
사실 눈도 좀 충혈이 되어있었는데 그건 슬쩍 썬그라스로 가렸지만 체력의 급격한 저질상태는 가려지지가 않네 그랴.
땀을 비오듯이 한번 쏟아내고 나니 비로서 조금씩 가벼워진다.
그리고 눈에 서서히 들어오는 단풍의 화려한 색깔들과 칼바위의 행진들.
높이는 제일높은 의상대가 587미터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나한대 의상대 공주봉까지 6개의 봉우리를 넘다보면
산새가 마치 설악과 지리를 섞어놓은 듯한 기묘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이른 단풍이라 다음주가 절정일듯 싶었지만 우린 오히려 불긋해지기 시작한 단풍을 보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주체못해 열라 사진을 찍어대고 가슴을 열어제쳐 눈을 감고 그들과 뜨거운 포옹을 한다.
중간중간 보이는 칼바위를 보자 은근 기어오르고 싶은 욕구가 불끈솟기도 하여 몸이 근질근질거리기도.
초반에는 등산객이 적어 좋아라 했는데 역시 정상으로 가니 단풍찾아 달려온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그나마 북한산이었으면 이보다 심한 만원버스행렬이었으리.
그렇게 사이사이 간식도 먹고 준비해온 점심을 먹으면서 일주문으로 내려오니 얼추 7시간정도 걸린거 같다.
산행의 에너지로 빠진 알콜을 보충하듯이 우린 기꺼이 뒷풀이로 새로운 알콜로 몸을 채운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수다로인해 딱 한잔만 걸치고 가자던 시작은 어디로 가고 결국 몇병의 술병을 헤치우고서야
우리의 뒷풀이는 정리가 된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수다를 떨어야 가슴도 비로서 후련해 지는것을.
다시 두시간 반을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온몸에 피로가 급습.
전날 못잔 잠까지 한꺼번에 12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게운하다.
이 에너지를 살려 단풍이 지기전에 북한산이라도 부지런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늘 행동과 친하지는 않다는 진실이 문득. ㅎㅎ
이날 산행은 다섯명이서 했는데 내가 땀을 질질 흘리는데 다들 어찌나 잘 올라가는지.특히 선호는 경기출전 선수처럼 산을 올라가서 얼굴보기가 힘들었다.나쁜시끼.ㅋ
산에서 먹는 재미가 역시 최고.왼쪽부터 선호 병록 민호 윤경. 나는 이날 병록씨를 계속 병렬로 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랬더니 선호가 뒤늦게 누나 사슴록이예요....헐. 앞으로는 절대 안까묵겠습니다.ㅎ
단풍을 보자 모두들 신들린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어댄다. 마치 사진기가 나와 단풍을 연결해주는 기계장치같다. 사진을 찍을때마다 가슴속에 저장되는 기계였다면 우린 모두 빨갛게 물들었을텐데...ㅋ
산을 반으로 나누어 반대편은 마치 단풍과 거리가 먼 동네처럼 다른 느낌이다. 그느낌도 지리산능선을 타는 것처럼 색다른 맛을 주어 좋았다. 참 소요산은 서화담이 매월당과 자주 들락거려서 소요산이라 불리웠다고 하는데 사실 여기저기 이름들은 또 원효대사와 연관된 것이 많았다.원효대사가 한국의 산에 기여하바가 꽤 큰듯.ㅎ
쇼요산의 바위는 거의 콘크리트를 부어만든 벽처럼 보인다. 어떤 바위들은 정말 칼바위라는게 실감날나게 칼정렬되어있고 어떤 바위들은 마치 책꽂이에 꽂힌 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아 일일이 사진은 다 찍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꼭 가서 확인하시기를...
드디어 점심. 다음부터는 밥과 반찬을 나누어 도시락을 싸오자고 했는데 구지 유씨아저씨는 빼주자고 한다.이제 겨우 과일씻어서 가져올 정도가 됐으니 하나씩 해야한다고.헐...이 아재 어찌 여태 세상을 무사히 살아오셨는지.
바로 문제의 유씨아재.ㅋㅋ
두딸의 엄마 그것도 대학생과 올해 수험생을 둔 엄마라는게 믿기지 않는 미모의 윤경. 수림이랑 같은 나이의 딸이 있어 수다떠는 재미가 특히 남다르게 있다. 이친구도 딸들을 독립성있게 키우자는 주의라 대학에 다니는 딸이 스스로 벌어서 학비를 대고있다고 한다.역시 멋진 엄마들 화이링!!
사진작가 서민호.일본에 가끔 왔다갔다 해서 일본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친구의 주도로 내년에 일본 후지산을 정복해보자는 계획이 슬슬 나오고 있다.이런...밀린 돈 갚기도전에 빨랑 저금시작해야겠다.
윤경은 올려달라하고 병록은 나몰라라 하고 민호는 사진만 찍어대고 선호는 사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에서 신나는 두사람.^^
소
토끼자 모임의 주도자이면서 가장 열심히 산을 다니는 선호.선호는 나와 안지가 10년이 훨씬 넘는데 우린 몇년전 북한산 원효봉에서 만난뒤 결국 산을 인연으로 계속 만나게되었다.사람을 두루 잘 챙기고 분위기도 늘 재밌게 만드는 이 친구덕에 내가 외롭지 않게 산을 탈 수 있게됐다는...헤헤
산에서 보는 표정들이 모두 좋다.산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그런 표정으로 지상에서도 계속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스트레스에 쩔은 우리는 표정이 달라진다.그러니 산에 자주가야 한다.몸과 마음을 바꾸기 위해.ㅎ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