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벌써 중순이다. 부산영화제에 다녀온 뒤 실내암벽장을 다니는게 요즘 즐거움 중 하나다.
어제는 하루종일 김자인 선수의 동영상을 찾아보고 오늘은 종일 암벽에 대한 자료들을 들춰보고 있는중.
순간 일요일이라는 걸 까묵고 운동하러갔다가 문이 닫혀돌아오는 어이없는 지경까지 돌입했다는 야그.
그러다 문득 잊고있었던 샹후스의 암벽등반이 생각나 간만에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본다.
무슨 여행일지 올리는데 이러다 일년걸리겠다.ㅎㅎ
7년전 쇼킹패밀리를 편집할 때 운동삼아 실내암벽장을 찾았더랬다.
산을 탈때와는 달리 몸의 여러근육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하고 심지어 머리까지 써야하는 이 운동이 참 맘에 들었었다.
하지만 난 실내암벽보다는 야외에서 체험하는 암벽등반이 훨씬 재밌었다.
한참 맛을 들일즈음 영화막바지 편집일정에 쫒겨 결국은 초보딱지를 떼기도 전에 암벽을 중단해야 했고
이래저래 해외촬영이 많은 레드마리아까지 겹쳐 오랜시간 그 재미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근데 샹후스에서 그레구와 덕분에 잊었던 그 경험을 다시 하게되었고 난 한국에 돌아와
집에서 가까운 실내암벽장을 찾았다.
헉...근데 원걸. 사람이 너무 많다.
7년전만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웬 클라이밍 바람이 분건지 사람이 바글바글.
게다가 강습비도 엄청 올았다는 야그. 암장대표에게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씩 웃으면서 그런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맞다.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엄청난 속도로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것이 뭐 하나라도 있는지 찾아보기가 힘들지경이니 예전 강습비를 생각하며
아쉬워 하는 내가 더 웃긴건지도 모르겠다.
우자지간 다시 샹후스로 돌아가서...그레구와는 친구와 내가 초보자임을 감안해서
쉬운 코스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10미터 정도의 절벽에 10개가 넘는 코스들이 쭉 있었는데 이게 보기와는 다르게 쉽지가 않았다.
로프를 잡는법부터 시작해서 그의 초간략 강의가 시작됐고
나는 영어로 친구는 스페인어로 번갈아 내용을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로프를 잡는 법과 암벽타는 사람을 위해 로프를 잡아주는 빌레이에 대한 공부까지 정말 초간단 강습.
그런데 재밌는건 지난번 스위스에서 세일링 보트를 탈때도 느낀거지만 정말 인자하고 부드러운 남편들이
직접 무엇인가를 가르칠때 태도가 예민해지는 순간.
세일링의 방향키를 조금만 잘못 잡으면 집중하라고 계속해서 월터는 인상을 찌푸렸었는데
이날도 그레구와는 빌레이 하면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버럭 화를 내면서 집중하라고 화를 냈다.
사실 남편이 아니라 나라고 해도 그랬을거다.
아무리 즐기는 레포츠라해도 한순간의 실수로 사고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민함 덕에 나도 옆에서 진지하게 배울 수 있어 좋았고 그런 그들의 자세가 아주 맘에 들었다.
그런덕에 결국 우린 지레 포기할 수도 있었을 코스를 네 개나 정복했다.
물론 선수들에게는 가벼운 코스에 불과하지만 처음 시도해 보는 우리로서는
엄청난 성취감에 세상을 다 정복한 기분이었다는.
그러니 내가 어찌 이 기쁨을 중단할 수 있겠는가.
이날의 즐거운 감동을 맛본 친구는 덩달아 암벽타기의 매력에 빠져
계속 암벽타기에 도전하겠다는 포부까지 나한테 자랑질해댔었다.
하지만 뭐 나두 한다 이거지.
물론 몸이 예전같지 않아 날렵함은 사라지고 머리까지 둔해져서 강사가 지정해 준 벽에 붙어있는 몇개의 홀더를
한번에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기는 하지만
까짓거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산을 정해 나도 한번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샹후스에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또하나의 코스가 남아있었는데 바로 패러글라이딩.
친구가 선물로 비용을 지불해주어 가뿐하게 타기만 하면 됐는데 샹후스에 날씨가 안좋아져서
사실 먼저 떠난 친구도 못하고 떠났었다.
그런데 내가 떠나기 며칠전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나도 역시 못타고 가는줄 알았는데
웬걸...샹후스는 내가 꼭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떠나기를 바랬는지 기가막히게도 그날 날씨가 좋았다.
그럼 나도 당근 멋지게 날아줘야지 하며 하늘을 나는데 정말 달리다가 발을 떼는 바로 그 순간이
와우...젤로 좋았던거 같다.
예전에 번지점프를 할때도 바로 발을 떼는 그 순간이 가장 공포감과 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는데
패러를 할때도 딱 그 기분.
근데 너무 안전하게 나는 느낌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상공에 떠있을때는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역시 스릴이 껴줘야 뭐든 재미가 있다는...ㅋ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선물이니
맘껏 사랑을 창공에 뿌리며 이 시간을 기억해야지.^^
암벽등반이 은근히 장비가 많다.나는 예전에 쓰던 안전벨트와 하강기 정도를 가지고 갔는데 그레구와가 모든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데다 나에게 헬멧까지 선물해주어 등반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만만해 보이는 암장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 코스마다 그레구와가 먼저 올라가서 우리는 대충 요령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올라가는 사람이 안전하게 올라 갈 수 있도록 자일을 잡는 요령이었는데 이것도 이번에 확실하게 익혔다.
드디어 등반시작. 암벽등반의 묘미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거 같은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아낼때의 즐거움.물론 이과정에서 몸의 힘을 배분하는 요령도 터득하고 정말 딸리는 체력의 한계도 경험하게 된다. 아흐...운동 열심히 해야쥐.ㅋ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언제 그런생각했나 싶을만큼 신난다. 그래 바로 이거거덩...하하하
암벽을 타고 내려올때는 자일에 의존해서 바위를 콩콩찍고 내려오는데 난 이것도 정말 좋다. 이런건 좀더 높은 곳에서 내려와야 더 신날듯.ㅎ
부부가 팀을 이루어 등반하는 모습 보기좋다. 젠장 이럴때는 파트너가 좀 샘나네.흥!!
친구는 원래 등산은 좋아해도 암벽등반은 무서워서 싫다고 했었다. 단지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함께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웬걸 한번 해보더니 완존 신났다. 내가 돌아간 후에도 자기는 맨날 하러 올거라고 자랑질하더니만 나중에 연락해보니 아직도 못갔단다.ㅎㅎ
아침 8시에 예약을 해서 우린 일찍부터 산에 올라갔다. 패러글라이딩이 바람을 이용해서 타는지라 가장 좋은 장소가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장소를 정하고 패러를 펴기 시작하는데 점점 가슴이 콩닥콩닥...
패러를 할때 강사가 함께 타는데 동영상을 찍어준다고 나보고 카메라를 들라고 설명을 한다.그리고 일단 열심히 달리라고 하는데 저멀리 낭떠러지가 보여 순간 아찔했다.
달리다보니 어느새 날고 있다. 나는 내가 엎어져 있는 자세로 나는 줄 알았는데 마치 공중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안해서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패러를 조정해 보기도 했다.나중에 강사가 찍은 동영상을 선물로 주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이렇게 샹후스의 시간들이 내가슴에 박혀있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