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쇼킹패밀리를 만들때는 실내암벽을 시작했다가 레드마리아를 시작하면서 암벽등반을 더 이상 즐기지 못했다.
겨우 초보딱지를 면치 못했던 암벽등반은 내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프랑스의 샹후스를 선택했던건 등산과 암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게다가 산악리더인 그레구와는 심지어 전문가가 아니던가.
이런 기대감에 들뜬 나를 위해 그레구와는 헬멧과 비아페라타를 위한 로프를 50살 기념선물로 사주었고
초보딱지를 겨우면한 나에게 다시한번 로프 암벽의 기초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춰진 샹후스에서 친구가 살고 있다는게 얼마나 즐겁던지.
그리고 산악전문가인 그레구와와 결혼해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ㅎ
그런 나의 마음을 이미 간파한 친구가 그런다.
‘난 아무래도 산좋아하는 경순 때문에 이곳에서 사는거 같아’
아웅 지지배 눈치코치맘치 어느것하나 덜떨어진게 없다니깐. ㅋ
우자지간 우리는 그렇게 슬슬 암벽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비아페라타’라는
새로운 이름의 암벽코스를 알게되었다.
비아페라타는 이탈리어로 철의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차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이 산악지대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암벽에 철을 박아 시설물을 만들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우자지간 나는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등반이라 몹시 들떴었다.
보통 암벽등반하면 두명이 팀을 이뤄 한사람이 로프를 잡아주고 한사람은 그 로프에 의지해서 암벽을 타게 되는데
비아페라타는 안전벨트와 비아페라타용 로프만 있으면 혼자서도 등반이 가능한 것이다.
샹후스의 최고봉이 2250미터인데 그정상에 올라가면 바로 비아페라타를 위한 암벽등반 코스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옆으로 길게 가는 코스고 하나는 위로 높이 가는 코스인데 두 번째가 난이도가 좀 높다.
북한산의 여러코스중에 좋아하는 코스가 의상봉 코스인데 짧은 시간에 가볍게 암벽을 많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아페라타 등반코스는 이보다 훨씬 위험하기는 하지만 장비만 있다면 혼자서도 맘껏 스릴있는 암벽타기를 즐길 수가 있다.
친구와 나는 간만에 물만난 고기처럼 비아페라타를 즐겼는데 중간중간 외줄타기 같은 곳이나
직각의 절벽을 수직으로 올라갈때의 아슬한 고비들이 있어 먼저 간 친구를 안데려오기 잘했다고 자위도 좀 했다는.
이곳 샹후스에서는 초보자들이나 단체인 경우 가이드비용을 내고 장비를 대여해서 전문가와 함께 할 수도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장비만 가져오면 무료로 등반이 가능하다.
샹후스에 있을때는 모든 것이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됐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여기저기 암벽할만한 곳을 찾아보니 모든게 돈이다.
암벽장에 가는것도 돈이고 산에 가는 것도 이것저것 경비가 제법든다.
게다가 시간내는 일도 만만치 않아지는 여타의 조건들...그래도 한번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첫번째 비아페라타 코스. 헬멧과 안전벨트 그리고 비아페라타용 로프를 착용하고 드디어 시작.
로프를 암벽에 설치된 쇠줄에 걸면서 올라가는건데 외줄타기에서는 중심이 잘 안잡히는데다가 흔들거릴때마다 팔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좀 고생했다.친구는 이길을 건너면서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그 생각은 바로 다음날 바뀌었다.
1시간반정도의 코스라고 나와있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 10분정도 걸렸다. 뭐...껌이네.ㅋㅋ
내려오면서 바라본 우리간 탄 암벽.
샹후스에는 쥐와 두더지를 섞어놓은듯한 모양의 마르모트라는 동물이 유명한데 이동물을 보기위한 코스도 있다. 바위에 숨어살거나 땅속으로 다니기도 하는 이친구를 만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린 운좋게도 산을 내려오면서 두번이나 봤다.뱀처럼 겨울잠을 잔다고 하는데 우자지간 사진에서 보는것보다 훨씬 귀엽고 등치는 토끼만하다.
암벽을 타고 내려오니 오후의 산도 절경이다. 우리는 저녁 8시가넘어서 집에 도착했는데 이쁘게도 그레구와가 맛있는 피자를 저녁으로 준비해주었다. 부부가 둘다 요리를 잘해서 그건 참 부러웠다.ㅎ
이틀후 우린 다시 두번째 코스에 도전을 했다.첫번째 코스보다 길고 높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많아 역시 체력소모가 훨씬 많았지만 그만큼 스릴이 있어 아주 좋았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맛있는 담배를 피우기위해서가 아닌지...ㅋ 중간중간 쉴만한 곳들이 있어서 간식도 먹고 담배도 피고 절경도 구경하고...
친구는 원래 산을 잘타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의 수준급이다. 아마도 다음번에 다시 찾으면 산악가이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지. 내가 어깨가 안좋은걸 알고 산에 갈때마다 무거운거 다 짊어지고 씩씩하게 다닌 그녀덕에 난 가볍게 폴짝폴짝 했다.
위험할수록 성취감도 좋다. 다리는 좀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뭐...푸하하하
정상에 오르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하늘이 정말 장관이었다. 저멀리 설산과 구름이 겹쳐지니 한편의 그림이 따로 없다.
내려오는길에 비가 내리는데도 우리는 블루베리에 눈이 멀어 한참을 땄다.나무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담배한대 때려주고. 이날 딴 블루베리로 친구가 맛있게 잼을 만들어 싸주었고 나는 요즘 아침마다 그잼을 먹으면서 샹후스의 냄새를 맡는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