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로에서 1차를 하고 다시 텐트로 옮겨 2차를 하면서 산을 다닌 사람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술집에서 들었으면 그저 영웅담으로 들릴 이야기가 눈덮힌 산중에서 덜덜 떨며 들으니
하나같이 보석같은 이야기들 뿐이다.
특히 봔트클럽의 회장 남순현씨와 회원 송형기씨는 애스트로맨 암장 대표 윤길수샘과는 오랜 산행동지들인지라
함께 고생하며 산을 오르던 많은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어 간만에 히말라야 등정 이야기부터
곳곳의 산을 다니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그럴즈음 한번씩 윤샘이 나를 찌른다.
산에 대한 영화 한번 만들어봐. 헉...
슬쩍 웃고 넘기고 말았지만 마음속은 술렁거린다.
그리고 순간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과정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다가
레드마리아만큼 거친 작업이란 생각에 꼬리를 내리고 만다.
작년한해 머리로 스쳐간 수많은 기획들이 다음날 체력에 무너진 경험을 생각하며
아직은 더 체력과 타협해야 하는 시간이란걸 깨닫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 산행에 무리수중 하나였던 무릅인대의 손상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산을 오를때는 통증을 못느꼈는데 다녀온후 다시 아프기 시작하는 걸 보고는
움직여야 낫는 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ㅎ
걱정했던것 보다는 산에서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역시 체감온도는 비슷했다.
그래서 다시한번 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돈생기면 우선 장비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아침 일찍 일어나 윤샘이 2차팀을 배려해 장구목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면서 보니 다른산악회에서 동계훈련을 왔는지 로프를 걸고 여기저기 훈련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등산로와는 달리 1미터 이상 눈이 덮인 산을 이리저리 가로질러 올라가는 일은 꽤나 위험한 산행이어서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암벽까지는 타지 않았지만 훈련온 사람들은 한라산의 북벽이나 남벽 그리고 삼각봉과 같은
곳에서 혹독한 날씨에 훈련을 해야만 히말라야 원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오히려 히말라야보다 더 힘들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푹푹 빠지는 눈속을 걷고 미끄럼을 타기도 하며 장구목을 한바퀴 돌고 난후
가벼운 식사후 텐트를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장갑을 벗기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역시 전문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장비를 챙긴다.
촬영때 장비를 준비하고 설치하고 찍고 회수하는 과정치 다 촬영의 과정이듯
이들도 준비부터 회수까지가 모두 등반의 과정임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뭐든지 어설프게 하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는걸 이들은 몸으로 체득해 아는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가지 못했을 이번 등반은 봔트클럽 회장 남순현,회원 송형기 그리고 애스트로맨 암장 대표 윤길수와
회원 서명호 최문희 김광현 등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다음에도 꼭 함께 갈 수 있기를...^^
장비의 신 박영두.
장비의 신을 쫒아 열라 빨리 오라갔던 문희.
예술극장 아트나인의 주희가 선물로 준 방한잠바의 위력을 실감.앞으로는 선물을 등산장비로 받았으면 참 좋겠다는...ㅎ
문희는 늘 산에서 뛰는 동작을 기념으로 남긴다기에 한장.ㅎ
눈덩이를 잘라만든 이글로.먹다 남은 음식과 물이 죄다 얼어있엇다.
먼저 올라간 팀이 드디어 베이스캠프로 귀환해서 우리가 잘 텐트의 바람을 막기위해 눈덩이를 잘라 텐트옆에 벽을 만들어 주었다.이들의 배낭에 이런 톱과 삽을 비롯해서 암벽을 타는 로프에 퀵드로 등 다양한 장비를 이고갔으니 얼마나 무거웠을지.아흐..
산속 중간중간에 동계훈련을 온 팀들의 텐트가 보인다. 한라산 동계훈련을 위한 야영은 미리 국립공원에 허가요청을 하고 가야한다. 관음사입구에서 등반확인을 한후 삼각봉대피소에서 다시한번 확인을 한후 들어갈 수 있다.
한라산에 계속 눈이 내리고 구름이 껴서 앞산을 보기도 힘들서 다들 잠시 스쳐보이는 햇빛에도 모두 탄성을 질렀다.
드디어 밥먹는 시간. 중간중간 다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낸다.산중에 와이파이가 이렇게 잘 터지다니.고기를 구워 우리가 가져간 스카치블루 1리터가 순식간에 동이나자 고작 이것밖에 안가져왔다고 어찌나 구박을 들었는지.아흐..
이번 산행에 가장 무거운 짐을 이고갔던 광현(왼쪽 첫번째)은 산에서 그렇게 휙휙 날라다니던만 결국 서울에서 후유증이 심했다고 한다.
애스트로맨 대표 윤길수와 김광현. 부자지간같다고 해야할까 형제지간 같다고 해야할까.ㅋ
봔트클럽의 송형기와 남순현. 지금 회장을 맡고있는 남순현씨는 비록 자기가 선배지만 자기보다 고산등반을 많이 한 후배 송형기씨를 많이 존경하고 아낀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애스트로맨 윤길수 샘을 산신이라 부르며 그들만의 애정을 과시했다. 좋은 선배 밑에 좋은 후배들이 자라는건 당연한 일.물론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서두 이런 관계들이 있기에 드러나지 않지만 역사는 차곡차곡 명맥을 이어간다.
낮밤이 바뀐 나는 산에서도 긴밤을 뜬눈으로 거의 지새다가 눈내리는 밤에 오줌누러 명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는데도 든든한 침낭덕에 추운줄 모르고 잤다.
아침에 가벼운 차림으로 장구목으로 등반을 했다. 이날 사진은 같이 산에 올았던 서명호가 찍은 사진을 슬쩍.ㅎ 눈이 너무 쌓이고 대부분이 등산로가 아니어서 조금만 발을 잘못디디면 추락할 수 있다기에 모두가 조심조심 걸었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