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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스위스에 온 후로 이상하게도 짜증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아마도 이런 환경이 주는
감정의 중화 덕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짜증을 낼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건데 그건 거리를 걷다가도 불쑥 불쑥 느끼는 것이
담배 한 대를 피워도 거리마다 재떨이나 휴지통이 많아 눈살 지프릴 일도 없고 눈치주는 사람도 없다.
기차를 타도 개를 태우고 타든 자전거를 싣고 타든 자유롭고 어느 장소든 담배를 피우든 안피우든 그들 각자의 선택이고
취향이니 작은 배려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모두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그래 이거지.. 이게 사람사는 기본이 아닌가 싶은거다.
반면 한국에서는 금지는 많으면서 금지할일이 없게 만드는데는 배려나 재주가 없으니 정치하는 것들은
대체 외국나가서 뭘 배워오는건지 정말 모르겠다는거지.
심지어 오늘 호수에 수영하러 가서도 깜짝 놀란 것이 아이들을 위한 배려 만큼이나 흡연자들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아
잔디 곳곳에 담배피우는 사람들을 위한 재떨이가 구비되어 있지 뭔가.
자연을 보호 한다고 하면 그저 못들어가게 하고 박제화 시켜 버리는 한국의 자연보호운동과는
참으로 대조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깨끗하게 하려면 지저분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택하면 되는 것인데 도무지 한국에는 버리지 말라는 소리만 있고
들어가지 말라는 소리만 있지 안버려도 될만큼 쓰레기통을 곳곳에 만드는 일이나
자연과 함께 더블어 살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것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많은 건 정말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자연을 지키는 방법은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면 되는데 우리는 스위스 만큼이나 훌륭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그저 보고 배우는게 있는 호수를 없애고 있는 산을 깎아버리고 흐르는 강을 막는 것 뿐이니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어찌 알겠는가.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볼때마다 부서지는 한국의 자연이 저절로 생각나 가슴 한구석이 아프고 저리고 치민다.
어쩌다 한국은 이렇게도 전국이 스트레스 덩어리가 된 것일까.
아마 스위스 사람 누구에게 물어봐도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를 파괴하는 일이나
사대강 개발로 인근이 쑥대밭이 됐다거나 골프장을 위해 엄청난 산들을 갈아 엎고 있는 한국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거다.
스위스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지만 있었다해도 벌써 국민투표로 전국민이 반대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는 이나라의 국민들은 오히려 지겨울만큼 정부가 중대사안을 국민에게 시시콜콜
상의하는지라 한국처럼 그렇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자연을 초토화시키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
다들 콧방귀를 뀌지 않을까.
어쩌다 런던 올림픽 기간에 여행을 하다보니 가끔 스위스 사람들이 한국사람들 메달딴다고 한마디씩 할때가 있는데
속으로는 그런 한국의 이면이 생각나 은근 짜증이 치미니 어디가서 이런 얘기 하는 것도 쪽팔린다.
모두가 자는 사이 글 한번 올리려다 며칠간 정화됐던 감정이 폭발직전이다.
젠장 포도주나 먹고 디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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