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필리핀 2차 촬영에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던
민다나오 지역의 파인애플 농장입니다.
미국기업인 돌(doll)사에서 30년을 일해 온 아델라이나가 그 주인공이구요.
노동자들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아델라이나 섹션을 영화에서 쓸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델라이나가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의 정치조직이자 전국노동조합인 KMU에서
연락이 온거죠. 아델라이나가 일하는 모습을 사용하지 않거나
필리핀에서 상영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또 한번의 청천벽력.
하지만 아델라이나가 레드마리아의 여전한 주인공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천재감독 경순이 어떻게든 풀어내리라는 걸 아시죠?
레드마리아 12명의 주인공들이 어떤 스토리로 엮여질지.. 기대하십시요.
영화를 기획 할 때의 그림이 있다. 아주 느슨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늘 주제로부터 확산되는데 명확하지는 않다. 왜냐면 늘 그렇듯이 나의 작업이란 퍼즐처럼 주제를 완성해 가는 그림들을 찾아다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 레드마리아는 제일 복잡한 숙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다큐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묻곤 하는데 12명의 주인공을 어떻게 구성할거냐는 것. 그거에 대한 좋은 생각이 있음 나에게 주저말고 이야기 해달라고 대답 하는데 나도 그게 궁금하다. 그 12명을 어떻게 조합해서 레드마리아 속에 녹아낼 것인지. 하나씩 보면 그 하나의 인물로도 족히 한시간은 게길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으니 이걸 그냥 열두편으로 만드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동하가 그랬다. 애국자게임을 만들고 난후 그리고 다시 택시블루스를 만들고 난 후 사람많이 나오는 작업 이젠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 죽을맛이지. 근데 나는 자꾸 그렇게 작업을 하는거 같다. 이것도 습관이되면 취향이라고 말해야 할까? 하하하 우자지간 그 덕에 지금 졸라 머리가 복잡하다. 게다가 계획에도 없던 두번의 장례식까지 치르고 계획된 두번의 출산장면을 실패하고 보니 아무리 계획이 명확했다 한들 레드마리아의 마지막도 계획된대로 나올지 의문이니까.
하지만 일단 찍어진 그림들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완성된 번역이 없어 시도때도 없이 중단되는 통에 툭툭 걸리는 짜증이 벌써 스트레스가 되고 있고, 시작때부터 말썽이던 다리의 고관절염은 자리에 앉아 두시간을 버티기 힘들게 만든다. 정말 지랄이다. 이렇게 예상치 않던 일들이 줄줄이 나와의 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으니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젠 쌓이는 빚은 눈에도 안들어 온다. 물론 안들어오는 건 아니고 지칠까봐 지레 모른척 흐흐 레드마리아를 시작하고 4번째 도전해보는 영진위 기금신청에 다시 기대를 해보는 수밖에. 그리고 뭐 죽기야 하겠어..오마이갓 이런 이야기는 없던걸로 하자.
영화를 만들때 묘미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일단 기획 할 때의 돈 안드는 상상이 첫번째 묘미. 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일들을 누가 탓하랴. 그때는 스텝들에 대한 부담도 돈에 부담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구애도 없다. 그저 머리에서 돌아다니는 컷들을 하나씩 잡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두번째는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때부터 점점 스릴과 서스펜스가 추가되는 재미가 있다. 나만의 생각으로는 안되는 대상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예상치 않던 문제들이 생겨나고 그 문제를 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그 어떤 놀이가 부럽지 않을 만큼 신난다. 물론 항상 신나는 일은 감수할 것들이 많아지는법 하지만 일단 생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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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 브클로드에 사람들이 있었다.
일년만에 그들을 다시 찾았다.
갓 걷기 시작하던 꼬맹이는
기다란 풍선보다 키다 크다.
울보 가시나는 훌쩍 커버려
이제 제법 의젓해 보이기까지 한다.
엄마곁을 절대 떠나지 않던 프린세스는
여전히 엄마 젖을 빨고 잠들기도 한다.
그리고
잔리의 아들 똘똘이 호기심쟁이, 까를로가 태어났다.
곁을 잘 주지 않던 새침떼기 잔잔의
환한 웃음 한 번만으로 우리는 자지러지고.
임신중이었던 멀비는
한결 고단함이 가셔 보인다.
삐쩍 말라 안타까웠던 조날린은
임신중에 찐 살이 훨씬 보기 좋다.
브클로드에 사람들이 있다.
자라나는 그들이 있다.
*브클로드 (거리성매매여성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