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에 해당되는 글 154건

  1. 2013.08.02 반가운 전화
  2. 2013.08.01 기일
  3. 2013.07.26 집으로 가는길
  4. 2013.07.23 섹스와 후원금
  5. 2013.07.17 일어공부
  6. 2013.06.26 청소가 필요해 2
  7. 2013.06.24 봉봉방앗간 커피
  8. 2013.06.19 가방
  9. 2013.06.15 50대를 넘어선 동료들 2
  10. 2013.06.11 오랜만의 감기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2. 17:28

그럴때가 있다.

우연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을때 귀신같이 나타나거나 전화가 오는 경우.

오늘도 커피가 떨어져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냉동실에 터키커피가 생각났다.

이렇게 커피가 떨어질때마다 나에게 구원타자처럼 뿅 나타나는 무엇처럼 

터키커피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고 은밀한 보물이 됐다.

그러다보니 이럴때가 아니면 터키커피를 안먹게 되고

어느날은 그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오늘 그 커피를 마시면서 터키커피를 한국에 올때마다 사다주는 셀칸이 생각났고

녀석의 안부가 궁금하네라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덜컥 터키에 있는 그에게 전화가 온것이다.

어머 웬일이니 나 안그래도 너 생각하면서 커피마시고 있었는데....

다음주에 한국에 온다고 그때 얼굴보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끊었는데

계속 이 우연의 순간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정말 종종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이 우연은 얼마나 신기한지.

12년 전 터키에 촬영하러 갔다가 녀석을 만나것도 계획에 없던 우연이었고

그 우연은 내 인생의 한부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사실 알고보면 모든 관계가 우연에서 시작이 된거기는 하다.

그리고 난 그 우연이 만들어내는 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거 같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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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1. 14:00

10일전만해도 아빠의 기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오늘이 기일이라는 걸 깜빡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수림에게 할아버지 제사니 저녁에 의정부로 오라했다.

그리고 미리드렸어야 했던 제사비용을 이제사 부랴부랴 입금을했다.

어제는 일찍 음식준비라도 같이 하려고 했건만

매번 음력기일을 까먹고 계산하기 어려워 헷갈리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일은 놏치고 말았다.


살아계실때 생신을 늘 음력생일로 챙기셔서 계산이 헷갈리더니

기일마저 음력으로 날짜를 맞춰서 나는 계속 익숙치가 않다.

그래서 부러 돌아가신후에 기일을 양력으로 하자고 했으나 

기일을 챙기시는 엄마의 마음이 음력에 가있으니 여전히 나만 적응을 못하고 있다.

음력과 양력은 단지 날짜가 다른게 아니라 시간을 생각하고 세월을 보내고 

사람과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다른거 같다.

양력은 그저 그날을 기억하면 되는데

음력은 그날을 유추해내는 방식이 아닌가.

그러니 나처럼 정신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수시로 확인하고

계산하고 유추해내는 음력은 너무 힘든 일인 것이다.

아빠가 살아계실때는 전화걸어 웃으면서 또 헷갈렸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고 응석부릴 상대가 없으니 마음만 무겁고 죄송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제는 동료감독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온다고 순천 까지 갔음에도

그리고 아내를 먼저보내고 혼자서 먼저간 아내의 영정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하듯 앉아계신 친구의 아버님을 오랜시간 응시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까마득히 아빠의 기일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늘에서야 며칠간의 정신없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문득 아빠가 참 서운했겠구나 싶었다. 

살아계실때도 늘 입버릇처럼 너는 맨날 아빠랑 안놀아주고 남들만 챙긴다고 

서운해 했었는데 기일마저 잊고 있었으니 오늘은 웬지 그말 가슴을 찌른다.

정작 그랬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보였으니 더더욱 미안하고 죄송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해도 아빠도 알고 나도 알듯이 이딸년도 아빠도 다시 상봉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나마는 서로를 받아들이는 폭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은 시간을 설명하고 변명하는데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아빠와도 그랬던거 같다.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가치와 다른 성격의 사이와 간극을 설명하기위해 

애쓰고 서운해하고 아파하고 애잔해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많은 설명해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의 확인은

얼마나 지루하고 볼품없는 일인지 이제는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친구에게 그런말을 했었다.

순천에서 장례식을 해서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형제들이 많아 참 다행이라고.

그랬더니 그녀가 그런다.

언니 동생하고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언니혼자 다해서 너무 외로워보였다고.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인지.

그녀에게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자리에 니들이 있었잖아.그래서 나 외롭지 않았고

아마  아빠 동생도 느꼈을거야...라고 말이다.

생신을 챙길때는 그 생신이 나와 연결된 역사가 없어서인지 가벼웠는데

기일은 매번 자꾸 여러생각을 하게 한다.

이러니 역사라는게 끝도없이 다른 기억을 재생해 내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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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경순의 노트2013. 7. 2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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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7. 23. 13:21

꿈을 꿨다.

이따금 자고 일어나 꿈이 기억나는 경우가 드믄데 오늘은 선명하지는 않아도 기억이 난다.

늘 그렇듯이 섹스하는 꿈이었다.

근데 낭만적이지도 않고 별로 원하지 않는 그런 섹스였다.

흥분되기는 커녕 그 기억이 계속 찝찝하다.

뭔가 이것을 만회할 만한 신나는 일이 필요하다.

꿀꿀하고 기분이 안좋을때는 쇼핑이 최고다.

그래서 어디에 돈을 쓸까 궁리를 하다가 새로 시작된 씨네21편딩을 방문했다.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다들 보고싶은 작품들이다.

그래서 두개의 작품을 찜했고 작지만 질렀다.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것>과 이난 감독의 <비치엔 에솔>

왜케 돈쓰고 나면 기분이 좋은건지...

혹시 꿈자리 이상했던 분들

기분이 꿀꿀한 분들

속이 허한분들 모두 이곳에 가서 쇼핑한번 해보자.

기분이 아주 굿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쇼핑하면 한독협도 도와주고 영화도 도와주고 씨네21도 도와준다.

카드사가 삥뜯는게 좀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앉아서 하는것이니 

딴짓하고 싶을때 한번 슬쩍 방문해 보시라.

펀딩 21 http://www.funding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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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7. 17. 01:35

이번달이 일어공부를 한지 세달째.

첫달은 의기에 차서 예습까지는 아니어도 복습은 하고서 갔는데

두번째달부터는 이래저래 처리할 일들이 많아져서 학원만 간신히 나갔다.

단어도 많아지고 새로 배우는 문법이 늘어나니 감당이 안되서 망설였는데

그래도 듣기라도 하자고 일단 끊었겠지.

근데 웬걸 기초반3단계 부터는 일본인 선생님과 한국선생이 번갈아 들어와서 가르치는데

귀가 갑자기 정신이 없다.

게다가 토요일반은 일주일치를 몰아서 하는반인데 수강생이 나혼자라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복습이나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왜케 단어가 안외워지냐 말이지.

사실 학교다닐때도 외우는 과목은 지독히도 싫어해서

암기만 시키면 슬슬 이리저리 빠져나가곤 했는데

알고보니 수림이도 외우는걸 죽도록 싫어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고학년이 되면 걸스카웃이 되고싶다고 입에 달고 다녔는데

막상 걸스카웃에 안간 이유가 스카웃헌장을 외워야 한다고 포기했다는 야그.

어찌나 어처구니 없던지...이것도 유전자?

우자지간 이번주에도 혼자서 선생 둘을 감당하려면 준비를 하긴 해야겠는데

숙제가 너무 많은 것이다.

한문장 해석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려... 한번 찾은 단어는 그 다음에 또 까묵어...

젠장...

근데 뭐 누가 시켰냐 말이지.

투덜거릴 입장이 아닌것이니 심지어 외롭기까지...ㅋ

하지만 오늘 외운 단어 하나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고루고루스루'라고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서 단연 으뜸인 것.

뜻은 빈둥거리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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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6. 26. 13:37




근데 사진으로 보니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거 같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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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6. 24. 12:10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가 떨어지거나 

담배가 한개피도 안남은 날은 정말 황망한 날이다.

그러면 웬지 하루 시작이 안좋은 것이다.

아침부터 초초해지기 시작해서

하루가 이상하게 꼬인다.

근데 요즘 계속 커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의 시작이 늘 안좋았다는 말이다.

담배는 그래도 늘 보루로 사다놓아 아직 놓친적인 별로 없었는데

이상하게 커피는 자꾸 놓치게 됐다.

이런 현상은 근처의 커피원두집이 없어진 탓도 있거니와

정신없는 내 마음상태도 한 몫 했을거 같다.

안되겠다 싶어 오랜만에 강릉의 봉봉방앗간에 전화를 걸어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집까지 찾아 몸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을때는

봉봉방앗간이 최고인 것이다.

비록 강릉이지만 메세지만 넣으면 하루만에 바로 볶은 신선한 커피가 도착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말이 껴서인지 봉지에 가스가 좀 찼네 그랴.ㅎ

우자지간 오랜만에 맘껏 커피를 마시니 하루의 시작이 굿.

아...좋다 좋아.


혹시 봉봉방앗간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싶다면 

070-8237-1155로 전화를 걸어보자.

택배비 4000원 포함이지만 커피원두를 싸게 팔아서 손해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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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6. 19. 03:12

어깨가 편한 가방을 새로 장만하겠다고 몇달전부터 벼렀는데 사지를 못했었다.

볼 품없는 가방임에도 정이들어서인지 그만큼 눈이 가는 가방이 없었다.

근데 오늘 정말 맘에 드는 가방을 장만했다.

두개를 샀는데 하나는 그레고리 데이팩으로 평소에 들고 다니기 편한 가방이고

하나는 오스프레이 33리터 백팩으로 산행에도 쓰고 촬영나갈때도 쓸 수있는 가방이다.

물론 두개다 백펙인데 가볍고 어깨도 편해서 아주 마음에 든다.

빨리 들고다니고 싶어서 잠이 안온다.

아침 8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3시가 넘었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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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6. 15. 11:50

나는 원래 위아래 따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만나는 친구들도 내가 함께 했던 스텝들도 대부분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나이나 경력이나 학력과는 상관없이 두루두루 섞여있어서 구지 동년배를 따진적이 없었다.

어떤때는 같이 이름부르는 친구의 엄마가 나와 동갑인 경우도 있고

이제는 그들의 엄마보다도 내나이가 뻘쭘하니 튀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냥 이름불러 달라는 말이 예전보다도 상대에게는 더 버겹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그것이 은근히 스트레스다. 내가 원하지 않는 위계와

남들이 원하는 위계의 묘한 긴장이라고나 할까.


그런불편함이 슬슬 다가오는건 순전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함에도

우자지간 나이라는게 슬슬 내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지.

그래서 요즘은 50을 넘어선 친구들이나 동료를 보는 눈이 나도 모르게 애잔해 진다.

이제 고작 50인데 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50은 40과는 또다른 환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알바를 해도 일단 나이가 젊은 친구들에게 밀리고

설사 있다해도 후배들의 영역이라는 걸 배려해야 하는 입장도 생긴다.

게다가 마음은 청춘이라고 아무리 강변을 해도 나이가 제한된 혜택에서 이미 밀려나 있고

경력을 존중해 주는 혜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제작지원도 신인들과 똑같이 해야하고 지원을 해도 감독 본인의 인건비는 쓸 수도 없고

그런 지원조차 이제는 젊은 감독들만큼 발빠르게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그런 동료들에게 자꾸 눈이 간다.

사실<산다 2013>의 총괄프로듀서를 맡은 것도 김미례 감독이 절친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50을 넘어 새로운 작품을 하기위해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지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무조건 할 수 있다면 그녀를 지지하고 지원해 주고 싶었다.

게다가 그녀의 영화는 50대를 넘어선 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일하는 것의 의미와 행복을 묻고싶다니

50대를 넘어선 감독의 시선에선 얼마나 절실한 이야길까.

얼마전 김태일 감독이 전화를 했다. 그의 전작인 <웰랑뜨레이>에 출연했던 캄보디아 친구들이

꿀을 보냈는데 누굴줄까 고민하다가 내가 가장 필요할거 같았다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니까 평소 우리가 자주 만나거나 수시로 전화를 하는 사이였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일년에 몇번 겨우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는 그가 연락을 준건 정말 감동이었다.

그가 연락을 준 이유도 어쩌면 나와 비슷했을것이다.


그 역시 다음 작업을 위해 고전을 하고 있다.

이제는 그나이로 알바를 구하기도 힘들고 네식구가 생활하기도 벅차서

차라리 빨리 영화를 찍는게 그나마 생계라도 해결이 되지 않을까 고민할 정도니

50을 넘겨 영화를 찍는다는건 참으로 많은 인내심과 함께 도를 닦는 일인듯 싶다.

세계민중사 10부작을 찍겠다는 그의 큰 꿈은 이렇게 비루한 일상을 견뎌내며 한발 한발 나가고 있는 것.

오일전에 척추수술을 받은 이성규감독도 비슷한 케이스.

그나마 그는 젊은 친구들 버금가는 소셜네트워크에 강한 친구인지라

병원에서도 소식을 알릴만큼 적극적인 사람이지만 그의 고민을 쾌활함으로 이겨내는 속내를 어찌 모르겠는가.

그 역시 어렵게 자신의 첫 장편 극영화 완성을 목전에 두고 그간 얼마나 몸을 혹사했을지

능히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게 오십을 넘어선 동료들이 곳곳에서 힘겹게 뛰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의 영위를 위해서라거나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때마다 보다 싼 월세집으로 그나마 남은 보증금을 줄여가며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이 일은 추억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래도록 부디 지치지 말고 계속 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도 웬지 이젠 미안하다.

그냥 잘 버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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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6. 11. 23:46

물리치료를 받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잠자면서 코까지 골았는지 눈을 뜨니 치료사가 웃는다.

이런 제길...민망...ㅎ

근데 코가 이상하다. 감기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슬금슬금 몸을 헤집더니

한겨레영화제작학교 특강을 갈때쯤엔 그냥 쓰러지고 싶은 마음.

막상 학생들을 보고 강의를 시작하니 몸이 다시 산다.

끝나고 뒷풀이라도 해야 할듯 싶었으나 몸은 이미 집으로 향한다.

집에오자마자 로즈마리차를 끓여 연거퍼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다 싶다.


몇년간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때는 그게 건강해서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암에 걸리면 감기에 잘 안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따금 내몸의 상태를 확인하고픈 마음에 감기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참 우습다.몸은 피곤하고 힘든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기분이라니.

감기에게 넌즈시 말한다.

그래 오랜만에 왔으니 반갑기는 하다만 너무 오래 머물면 정떨어지니까

적당히 쉬다가 가렴.


설악산 암벽등반 갔다온 일기도 쓰고싶은데 무리데스.

그냥 차 한잔 더 끓여서 구가의 서나 보구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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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