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촬영'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4.10.28 후유증
  2. 2014.03.04 마음의 준비
  3. 2014.01.29 레드마리아2 일본 촬영중 2
  4. 2013.12.11 낯설은 풍경
  5. 2013.08.20 부적2
  6. 2012.01.21 레드마리아 24 - 최종본을 뽑고
  7. 2009.01.04 레드마리아 10 -일본 촬영 준비
제작일기2014. 10. 28. 12:43

며칠전 일본에 사는 레드마리아2 주인공 중 한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 촬영을 위해 하루종일 빡세게 몸을 좀 굴렸더니 지금까지 후유증이 심하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 날 하루가 아니라 나는 이미 도쿄에서 그 분을 찍고 있어야 했고

한국에 같이 들어와 그의 일과를 찍고 나서 다시 일본으로 들어가 오사카와 도쿄의 일정

카메라에 담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니까 그건 지난 여름에 세워진 계획이었고 나의 10월의 스케줄은 그렇게 10일간을 

비워 두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여름부터 시작된 제작비 문제는 그 분의 촬영을 비롯해서

모든 일정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더이상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도 힘들었지만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여러방면으로 영향을 준다는데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촬영도 혼자 해야하고 인건비가 없으니 사람을 쓰기도 힘들고

교통비를 절약하자니 장비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그러다보니 몸이 너무 지친다. 한번 찍고나면 그 후유증이 며칠을 간다.

그 며칠에 몸을 다스릴 비용은 또 늘어나고

결국 찍어야 할 내용들을 하나씩 포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월의 일정도 머리속에서 지우고 있었는데

그 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왜 이 영화를 찍는지가 다시금 상기된다.

도쿄촬영은 놓쳤어도 오사카 촬영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로 항공권 두장을 끊어 놓고 오사카의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나 너희집에서 좀 묵어야 할 거 같은데 괜찮겠니?

통역하고 나 둘이 갈거야.

언니야 그냥 '나 간다' 문자 하나 날리면 되지 뭘라코 전화를 하노.

젠장...이쁜년.

힘들때는 별개 다 상처가 되고 별개 다 위로가 된다.

그래 일단 숙소는 해결이 됐으니 몸을 만들자 싶어

어제는 한의원에 달려가 침을 왕창 맞는데 슬슬 눈물이 흐른다.


침을 놓던 황원장이 놀랬는지 침이 아프냐고 묻는다.

침이 아픈게 아니라 할일은 많은데 몸이 자꾸 이래서 속상하다고 했더니

대뜸 혼을 낸다.

무슨소리예요.그렇게 뛰어다니는데 몸이 이정도로 버텨주었으니 고마워해야지요.

젠장...눈물이 더 난다.

황원장이 안되겠는지 몸의 뒷판을 치료하고는

다시 앞판에 침을 놓는다.

그의 마음이 느껴져 한없이 고맙다.


찍고 있는 영화 자체가 불편한 내용이어서인지

올 한해는 여러가지 일들이 계속 긴 후유증을 남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그 영화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종종 받는다.

산다는건 참 묘한 일인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 새벽부터 3일간을 달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침을 맞고도 몸이 회복이 안된다.

오늘 한번 더 마취주사를 맞고 가야 할 거 같다.


하루 웬종일 일본에서의 찍을 내용들을 고민하고 공부해도 모자랄판에

무사히 찍을 수 있을 몸만 걱정하고 있으니...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4. 3. 4. 12:29

집안에만 쳐박혀 보름을 보내고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사무실에 나갔었다.

썰렁한 사무실을 둘러보며 일본촬영의 잔재만 남아있는 사무실에서

멘토할 학생들만 만나고는 돌아왔다.

나는 아직 촬영본을 대면할 힘이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 가슴속에 쌓여있는 먼지를 좀 더 빼내야 비로서 그것을 대면할 힘이 생길거 같아서.


그렇게 보름을 보냈던거 같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아니 가능하면 안하고

내리 드라마만 보았던거 같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슬쩍 눈길만 보내고

그저 뒹굴뒹굴거리며 집안의 한평 남짓 내공간을 사수하며 말이다.


근데 그 느리고 게으른 생활이 질리지가 않는다.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때 자고 

치우고 싶을때 치우고 보고 싶을때 보면 되는 이 단조로움의 맛이라니.

생각같아서는 보름 더 뒹굴고 싶은데

새학기도 됐고 우자지간 움직여야 하는 때가 온거 같다.


그리고 이제사 슬슬 사무실에서 썰렁하게 기다리고 있을

촬영본이 생각난다.

그래 많이 외로웠겠다.

그래도 내가 준비되야 너를 다시 볼 수 있으니 너무 서운해 마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나니 조금 마음이 급해진다.

일본촬영본을 정리해야 국내촬영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5테라가 넘는 내용들.

이 많은 내용을 언제 번역해서 다보나 생각하니 급한 마음에 아찔함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도닥거린다.

그리고 그것들과 대면할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해본다.

나는 정말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제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내  (0) 2014.07.24
엄마와 나  (0) 2014.06.24
레드마리아2 일본 촬영중  (2) 2014.01.29
낯설은 풍경  (0) 2013.12.11
10일간의 질주2  (0) 2013.12.04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4. 1. 29. 13:46
지난 2013년 12월19일부터 레드마리아2 일본촬영중에 있다.

2014년 2월3일에 돌아 갈 예정이었으나 오키나와 촬영이 미뤄져서

2월3일에 오키나와를 다녀와서 14일경에나 서울로 가게될거 같다.

일본촬영중에 생기는 일들을 중간중간 블러그에 업로드 하려고 했는데

내가 가져온 컴으로 매일 촬영분을 외장하드에 업로드하고

남은 시간에는 업로드한 내용을 보거나 번역을 하다보니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검색하는데 컴을 사용할 시간이 없었다.

짧은 트윗으로 소식을 알리려고 했으나 짧게만 올리기엔 긴 이야기들이 참 많다.

마침 오늘은 다테야마에 늦은 시간에 출발하기에 잠시 짦은 시간을 이용해

나의 컴을 사용해 본다.

여전히 오늘도 촬영에 대한 글은 힘들거 같다.

재밌었던 일 힘들었던 일 놀라웠던 일 감동스러웠던 일....

생각이 필요한 지난 시간들을 옮기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남은 일본 촬영에 일단 올인하고 난중에 천천히...ㅎ

'제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와 나  (0) 2014.06.24
마음의 준비  (0) 2014.03.04
낯설은 풍경  (0) 2013.12.11
10일간의 질주2  (0) 2013.12.04
가을을 놓치다  (0) 2013.11.27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12. 11. 08:19

나에게 생각이 많아졌다는건 분명 이색적인 신호다.

심지어 한곳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진다는 것도 아주 낯설은 풍경이다.

적응되지 않는 이 상황을 누가 내몸에 적응시킨 것일까.


늘 움직이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게 습관이었는데

어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던거 같다.

물론 이유가 없는건 아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일본촬영이 가장 큰 문제겠다.

시작이 반이라고 영화의 전체 윤곽을 그려가는 첫단추다보니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그것도 아주 집중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만들면서 레드마리아처럼 준비기간을 많이 가져본 것도 처음이고

역시 레드마리아2도 만만치 않게 많은 기를 쏟게 만든다.

그럼에도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모험일 뿐이니.

처음 레드마리아를 만들때도 그 길었던 준비의 시간은 

오로지 내가 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의 답을 얻기위한 시간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의 답을 얻기 위한 거였다.

그 희미한 질문들이 확신에 찬 질문이 되었을때 

비로서 나는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한들 답이 나를 기다려주는 건 아니니...


복잡한 마음이 달리기 시작하자 시간은 어느새 새벽을 달린다.

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갖다 준 파김치에 소주도 걸쳐보고

배도 안고픈데 라면도 끓여먹는다.

귀에도 안들어오는 드라마는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뭔가 정신없이 많은 생각이 오갔던 새벽.

중단하고 자야지 했지만 어제받은 메일이 아른거려 가슴을 쓸어내리다

다시 일어나 컴퓨터를 열어보고 편지함을 몇번이나 확인한다.

결국 커피를 마시다 일찌감치 나가는 수림이 배웅까지 해주고

우연히 보게된 친구의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 소식까지 더해져

감정의 기복이 정말 파란만장하게 나를 들쑤신다.

이대로간다면 다시 내일 아침까지도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근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어쩌면 나의 생각이 멈추지 않았던 지난밤의 시작이 되었던 그 메일의 답장.

열어보기 두려운 메일이건만 겁도 없이 손이 먼저 간다.

이런 메일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이미 눈은 글을 읽고 있다.

너무도 간결한 내용.

하지만 너무나 따뜻한 내용.

참았던 눈물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풍경들이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연일 마음을 흔든다.


'제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준비  (0) 2014.03.04
레드마리아2 일본 촬영중  (2) 2014.01.29
10일간의 질주2  (0) 2013.12.04
가을을 놓치다  (0) 2013.11.27
고마운 친구들  (0) 2013.11.17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8. 20. 02:55
요즘 휴식은 집에 와서 황금의 제국하고 굿닥터를 다운받아 보고 자는거다.

집에 있는 낡은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고 자려는데 레드마리아 일본 촬영때 스텝으로 함께했던 경은과 아람의 사진이 보인다.

시부야에서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길에 찍었던 스티커 사진.

요즘 다시 레드마리아2를 준비하고 일본 촬영을 하기위해 이것저것 자료들을 들추다보니

그때의 일이 다시 소록소록.

함께 일했던 사진들이 문득문득 보일때 이것들이 다 내게 힘을 주는 부적같다.

우리 그 어려운 조건에서도 영화를 찍었는데 이번도 잘 할 수 있을거야라고 속삭여주는.

아람이는 곧 독일로 공부하러 떠난다고 하고

경은이는 석사논문을 마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하지말라고 말렸는데도 경은이는 박사까지 해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며칠전 공부는 할만큼 해서인지 이제 공부에 대한 컴플렉스는 해소된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정말 하고싶은 사진작업을 많이 해볼까 한다고.

우리는 모두다 조금씩 각자의 컴플렉스를 지니고 산다.

근데 알고보면 그 컴플렉스가 그 어느것보다 큰 엔진인거 같다.하하하

아람이 떠나기전에 셋이 만나 한번 회포나 풀어야겠다.


PS 아침에 일어나니 스티커 사진에 없는 영란이 카톡에 메세지를 남겼다.

    갑자기 스티커사진속에 투명인간 영란이 보이는거 같다.

    근데 함께 일본촬영을 했던 영란이가 왜 여기 없는건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그녀가 한국에 잠시 왔으니 넷이 모일 수 있는 기가막힌 타이밍인 것이다.

    과연 바쁜년들이 일정이 될른지는 알수없으나 ㅎ




'제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취재 준비2  (0) 2013.08.27
일본 취재 준비  (0) 2013.08.22
역사와 이미지  (2) 2013.08.15
성노동자와 위안부  (0) 2013.08.10
역사를 보는 태도  (0) 2013.08.09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2. 1. 21. 17:01

잼다큐 강정을 만든다고 한여름을 보내고 다시 배급을 하면서 겨울이 됐다.그리고 벌써 새해도 중순이다. 여름에 멈춰진 편집본을 사이사이 손보면서 작년 9월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106분짜리 편집본을 선 보인후 다시 최종편집을 하여 12월 서독제에서 98분짜리 완성본으로 상영을 할 수 있었다. 2007년 일년을 필리핀에서 보내며 기획하고 2008년부터 촬영을 시작한 이래 5년만의 결실이다. 물론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쉽게 한줄로 거론하기 쉽지 않을만큼 다사다난했다. 그 다사다난함은 고스란히 제작비의 압박이 됐고 레드마리아는 독립영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됐다. 하지만 그뿐이다. 작업이 길어졌던 그 수많은 일들은 쏙 빠지고 영화만 귀찮은 늦둥이가 되어버린 느낌. 그 느낌 때문에 작년은 좀 힘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안그런 영화가 어딨겠나. 이 척박한 독립영화의 거친 토양을 자양분 삼아 영화를 만든다는 모든 사람들의 비슷한 과정일 뿐. 그래도 다행인건 이들에겐 오기와 투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이 살아있다는 것이 다시 그길로 또 걸어가게 하는 힘인 것을. 나도 그렇게 아직 심장이 식지 않고 있기에 이렇게 최종본을 끝낼 수 있었겠지. 그래서 흐믓하다. 2년전 여성영화제를 앞두고 수술을 받을때는 소원이 그래서 레드마리아를 완성하는거였는데 막상 완성을 하고보니 10편은 더 만들어야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하하하

우자지간 그 끝을 잔소리 한마디 없이 기다려준 영재와 지금은 다들 곁에 없지만 함께 해준 스텝 경은,아람,영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늘 힘들때마다 이들이 있어 한 산 한 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음악이며 사운드며 색보정이며 몇 번의 수정을 마다않고 작업해준 지은이,용수,재원에게도 너무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친구는 애니메이션을 해준 성애다. 물론 편집이 길어지는데 공을 세운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기다린만큼의 보람이 있어 아주 흐믓했다. 이렇게 작업을 같이 하고 진행을 하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제작비. 일본 촬영을 고민하다 꾸리게 된 제작위원회의 후원은 새롭게 시도해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보통 후원금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크게 부탁을 하고 받았기 때문이다. 5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기꺼이 내주신 제작위원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부담스럽다면서도 직접 제작위원장을 맡아 여기저기 이름을 팔아주신 김은실선생님, 친구라는 죄로 월급쟁이 친구들이 100만원 200만원 투척해준 감동의 순간, 제작위원으로 친구로 수술 후에는 죽까지 끓여서 매달 화학치료가 끝날때마다 먹을것을 챙겨준 박혜경선생님, 그리고 병원갈때마다 덜덜거리는 프라이드를 씽씽몰며 나를 데리고 다녔던 미례, 집이 없어 미례집에서 신세질때 고모가 살던 방을 저렴하게 소개해준 세영이, 그리고 워낭소리의 덕을 왕창 은혜입게 해준 영재의 특별한 지워금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만큼 은혜를 입었다.

그래서 사실 레드마리아 제작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어떻게 그 기간 가장 힘든일과 가장 행복한 일들이 완벽하게 겹칠 수 있었는지. 그 행운이 함께 했기에 필리핀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을 다시 촬영하면서 레드마리아라는 영화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거 같다. 만일 예전처럼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해야 했다면 아마 지금도 영화는 완성되기 힘들었을것이다. 그 많은 번역을 거쳐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으며 그 많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나. 족히 수백명의 사람들을 거치며 이렇게 레드마리아가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긴 길을 관통했구나 싶다.

아마 예전 같으면 제작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작업으로 올인했겠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리게 된다. 그렇게 일년쉬자고 작정했지만 그 심심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거 같아 안해보던 일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배급이라도 재밌게 해보자고 맘먹고 있다. 사실 지난달만해도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몇 개의 영화거리를 내지를뻔 했는데 번번히 다음날 일어날때쯤 체력이 딸리는걸 확인하고는 단칼에 단념했다. 그리고 돈을 모아 여름쯤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 알프스를 등반해보는게 작다면 작은 꿈인데 부디 실현이 되기를. 그곳에 가면 친구가 50에 진입한 기념파티를 해준다고해서 정말 땡빚을 내서라도 가야만 한다. 그리고 올해는 연애운도 있단다. 아싸...^^ 혹시 프랑스에서 붕쥬르 하면서 부딪힐 어떤 놈 혹은 년? ㅎㅎ 우자지간 신나게 일년을 또 살아보지 뭐.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1. 4. 21:48

이래저래 벌써 새해가 4일째 된다.정말 시간이란...

책상위엔 작년초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산 일본어 책이 먼지가 수북한채 놓여있다.

웬일인지 일찍부터 일어난 나는 간만에 책을 들여다 본다.

고래까라 오세와니 나리마스...앞으로 신세지게 됐습니다

도조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뭔가를 외우는 것에 소질이 없는 나는 무슨 형벌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여러나라 말을 배운답시고 헉헉 대는지.사실 헉헉댄다는 말은 좀 무리긴 하다.헉헉대지 않았으니 이제와 눈앞에 닥친 말이 급해진 것이니.우자지간 번개치기라도 해야지 뭐.

필리핀 촬영과는 달리 일본 촬영은 좀 두렵다. 필리핀은 일년간 머물면서 나름 이것저것 이해의 폭을 넓혀놓은 베이스가 있었으니 두달간의 시간이 나름 생각한 만큼 잘 진행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바지만 일본은 단기간 여러번 방문한 눈치정도의 감이여서 사실 얼마나 일이 착착 진행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질서와 제도가 몸에 밴 나라의 국민들 사이를 파고들면서 일을 한다는 건 일의 추진에 불이 붙기 힘들 터이니.


더군다나 필리핀 제작비의 3배는 넘게 그것도 한참 꼿꼿하게 올라가는 엔고의 와중이다 보니 정말이지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구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이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지. 그러나 일단 가기로 했다. 그것도 다섯명이 동시에. 지난 필리핀 촬영때 3명이서 갔지만 사실 영란이 합류하지 못한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고, 안그래도 복잡한 동선을 따라 영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파악이 필수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영화에 참여한 보람이 스텝들 개인의 성과로 조금이나마 남을 수 있을터이니.


신년과 함께 스텝도 한명 더 늘었다.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그녀에게 가르치는 재주가 없으니 스스로 배우라는 말로 대충 레드마리아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스텝으로 참여하는 일년간 나름대로 먹고살 궁리며 어떻게 버틸 것인지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그녀가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얻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레드마리아를 위해 이미 휴학을 두 번이나 감행하고 있는 아람과 새로운 학교 편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제작위원 모집에 힘을 쏟고 있는 경은과 일본 촬영후 역시 유학을 떠나게 될 영란까지 모두의 열정 또한 만만치 않으니 그들의 앞날도 영화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일본 촬영은 일단 도쿄의 반빈곤네트워크에 소속된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될거 같다. 사전 섭외라는 것이 눈으로 보면 다를때가 많기 때문에 바로 그림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의 촬영일정에 맞게 그들의 모임을 주선해 주었으니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필시 괘찮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든다. 게다가 하나씩 일본 촬영을 위해 자료를 제공해 주고 사람을 소개해 주는 친구들이 생겨나니 일단 이정도면 출발은 순조롭다 하겠다.


그리고 어제 아람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 촬영을 위한 후원금 모집 통장에 200만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정확하게 어느분인지 파악을 못해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첫 단추를 채워준 그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쇼킹패밀리 상영료를 모아 제작팀 모두 해외여행 가자고 공동통장을 마련해 돈을 모았는데 세영의 제안으로 레드마리아에 제작지원금을 후원해주기로 했다. 물론 더블어 김미례 감독의 영화와 세영의 영화에도 함께 후원하기로 했다는 야그. 우리모두 스스로의 대견스러움에 감동했다는 야그다.


일본의 첫 촬영이 잡혀있는 이달 21일쯤은 출국을 해야 한다. 그기간 얼마나 제작위원을 모으고 후원회원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의기충천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지난해 실망이란 실망은 이미 여러번 한터라 더 이상 할게 있을까 싶어 기대만 가져보기로 한다. 더더군다나 실망하기엔 레드마리아가 정말 괜찮은 영화인거 같아서 말이지.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