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9. 11:57


원문보기 >>





여자들이여, 이제 배를 당당히 보이자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레드마리아>의 경순 감독


 


경순 감독의 영화는 늘 ‘쇼크’를 몰고 온다. 그 쇼크의 대상은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어떤 것이다. 2001년엔 애국심(<애국자 게임>)이, 2003년엔 법(<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 2006년엔 가족(<쇼킹 패밀리>)이 그녀에게 함락당했다. 이번 타깃은 여성의 몸과 노동이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일본, 필리핀의 여성들- 가사노동자, 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위안부 출신 할머니 등- 의 일과 사회적 지위를 살펴온 경순 감독은 그 내용을 담은 신작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로 여성을 억압해온 자본주의의 허상을 폭로한다. 여기엔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로 바꾸어 부르거나, 위안부 출신 노인들을 그녀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에 대해 경순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4월11일 저녁 열린 <레드마리아>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 갔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의 절반을 스탭과 배우 소개하는 데 할애하던데.

=그래서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에게 좀 혼났다. (웃음) 예정에 없었던 행동인데 막상 올라가보니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더라. 이 작품 만들면서 도와준 분들도 고맙고, 우리 스탭들이 정말 자랑스러웠기 때문에. 이야기는 어제(4월12일) 열렸던 국제 워크숍에서 더 많이 했다.


-또 ‘레드’다. 대표로 있는 제작사의 이름도 ‘빨간 눈사람’이고, 지인들은 당신을 ‘빨간 경순’이라 부른다고 들었다.

=사실 <레드마리아>란 이름은 내가 즐겨 쓰는 ‘레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번에 해외 촬영을 나가보니 외국 사람들이 ‘경순’이란 발음을 잘 못하더라. 그래서 닉네임을 다음 작품에선 뭐라고 정할지 생각하다가 불현듯 ‘레드마리아’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거에 ‘블랙마리아’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잖나. ‘레드마리아’ 하면 어딘가 좀 생소한데, 내가 영화에 담고 싶어하는 여성상을 반영한 이름인 것 같다. 기존의 마리아가 아닌,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2006년에 <쇼킹 패밀리>를 배급하며 처음 일본에 갔다. 그때 일본 관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말을 들으며 ‘언론에 가짜가 많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사회도 안정되고 경제가 굉장히 발전한 나라지만 그건 국가와 기업이 챙기는 거고, 그 속의 국민은 최선을 다해 자기 역할만 하다보니 뭔가를 바꾸고 발언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너무 힘들어하더라. 이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가부장적 특성으로 묶여 있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 문제도 함께 봐야겠다, 그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고민이 우선이었다.


-<레드마리아> 인터넷 카페(cafe.daum.net/redmaria3)의 제작일지에선 ‘성(性)노동자’ 친구 얘기를 하며 다른 동기도 언급했었는데.

=내 몸을 부끄러워한다는 건, 엄밀히 말하면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은 거다. 위안부 할머니나 성노동자나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성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는 시각을 좀 달리 보면 어떨까 싶었다. 자신의 몸을 눈여겨보고 자랑스럽게 복원시키는 작업이 앞으로의 새로운 여성운동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봤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여성들의 배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몸을 자랑스럽게 복원하는 과정의 일환인가.

=그렇다. 배는 여자임을 알리는 중요한 포인트다. 출산, 임신, 양육이 모두 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나는 여성들의 배를 자랑스러워하고 싶고, 남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게 배를 보여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여성 모두 부끄러워하더라. 심지어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도 ‘그것만은 안된다’며 촬영을 거부했다. 그래서 내가 김소연씨한테 그랬다. “야, 너 진보적인 거 아냐. 배도 안 보여주면서. (웃음)” 개방적이면 좋은 거고 아니면 나쁜 건 아니지만, 평소 감췄던 몸의 일부를 드러내는 데에 있어서 부끄러워하는 감정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결국 내가 배를 다 드러내놓고, 옷도 벗고 하면서(웃음)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지만.


-굳이 한국, 일본, 필리핀이라는 국가를 촬영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과연 여성의 지위도 그만큼 발전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경제적 차이가 나는 국가를 선택했다.


-여성의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 사회에 맞서 싸우는 방법에서 세 나라의 스타일이 어떻게 다르던가.

=일단 한국은 집단이 확실히 강하다. 기업별로 노동조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동지애가 있고, 추진력이 빠르고, 에너지가 넘친다. 한국에 장기투쟁하는 사업장들이 많은 것도 싸움을 함께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노조에 개인이 가입하는 방식이 많다. 찾아가도 노조쪽에서 여성노동자의 고충에 대해 콧방귀도 안 뀐다고 하더라. 다른 경우도 보니 주로 개인이 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고. 그래서 일본은 한국의 투쟁방식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필리핀은 아예 노조가 없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 입장이라 그런 활동이 어렵다. 하지만 재밌는 건 투쟁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지역별 커뮤니티가 잘되어 있다는 거다. 주민끼리는 여러 가지 생산적인 고민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 문화적 차이? 의사소통?

=말이 가장 힘들었다. 내가 그들의 대화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방송 다큐멘터리야 인터뷰할 사람이나 콘티가 완벽히 준비된 상태로 현지에 가지만, 독립영화의 경우 그럴 여력이 안된다. 필리핀의 타갈로그어는 아예 통역해줄 사람이 없었고, 만약 있다고 해도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그들의 말을 바로바로 통역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아서 밤에 숙소에 돌아와 녹화 분량을 보며 번역하기에도 시간이 벅찼다. 사실은 영화가 완성된 지금까지도 번역이 다 안 끝났다. (옷음)


-그럼 대체 어떤 기준으로 촬영을 진행한 건가.

=기본적으로 누구를 찍어야 한다는 설정은 있었지만, 어떤 장면을 찍느냐는 순간적으로 선택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 판단했다. 저 사람이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뭔가 반문을 하고 있을 거야. 그저 얼굴 표정을 보고 쫓아가는 거지. 그래서 아쉬운 부분은 갑자기 (사람들을) 따라가느라고 카메라가 흔들리는 장면이 많았다는 거다.


-편집된 장면들을 보면 마치 다 알고 찍은 듯한 느낌이 나던데. (웃음) 벌써 제작한 다큐멘터리영화가 여섯편이다. 이제 촬영의 접근 방식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는 면에 있어서 어떤 노하우가 생겼을 법도 한데.

=이건 노하우라기보다는 특징인데, 내가 좀 공사 구분이 없다. 빨간 눈사람의 최하동하 공동대표가 만날 나한테 그랬다. “아니, 사람이 뭐 이렇게 공과 사가 구분이 없어?” (웃음) 동하는 또 꼼꼼하잖아. 나는 많이 덜렁거리는 편이고. 그런데 그게 사람들을 만날 때는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면 기대하고 들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듯하다. 노하우라고 하면…. 치고 빠질 때를 알게 됐다는 거? (웃음)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면 어쩔 수 없이 출연진과의 문제가 생긴다. 다가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든지,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다든지. 화내지 말아야 할 타이밍과 기다리는 타이밍 조절이 경험상 더 익숙해진 건 있다.


-영화를 찍는 3년 동안 해외 체류가 많았을 텐데, <쇼킹 패밀리>에 출연했던 딸 수림양은 엄마의 부재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던가.

=사실 <레드마리아>를 찍을 때 수림이를 아예 필리핀에 데리고 갔다. 본인은 가기 싫어했다. 얘는 한국 친구들과 헤어지기도 싫고, 어디서 필리핀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어와서 안 가겠다고 하다가 결국 내가 화내고 협박해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얘가 또 막상 어디에 가면 적응을 잘하는 타입이라, 금세 적응을 하더라. 참, 2주 전에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국에 왔다. 흥미롭게도 <레드마리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딸도 학교가 끝났다.


-어떻게 보면 <레드마리아>가 수림양의 인생도 바꿔놓은 건데, 이번 상영회를 보고 딸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 시작 전에 와서 전단지도 나눠주고, 스탭들도 도와주고 했는데 막상 영화는 자기 취향이 아닌가 보더라. (웃음) 수림이랑 나는 취향이 다르다. 여전히 수림이는 보아와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영화도 일반 극장에서 보는 상업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서로 그런 점에 대해 간섭을 안 하기 때문에…. (웃음)


-‘여성과 노동’이란 영화의 주제를 인용하자면, 본인은 지금 여성영화인으로서 노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가.

=아, 어렵구나. 다음 영화 만들 때는 더 힘들어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레드마리아>는 정말 어렵게 찍었다. 친구 집에서 합숙하며 스탭들 모으고, 인디스토리 사무실을 두달 동안 빌리고,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카메라를 제공받고 필리핀 촬영도 도움받고. 일본을 촬영할 때는 아예 방법이 없어서 영화를 후원하는 제작위원을 꾸려서 도움을 받았고. 국내 촬영할 때는 여성영화제의 옥랑문화상 지원을 받았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기서 뭐 받으면 이거 갚을게’ 식으로 완성된 영화다. 한 기자가 <레드마리아>는 언제 개봉하냐고 물어보던데, 내가 이거 개봉 되겠냐고 그랬다. 최근 독립영화 전용관도 줄어들고 있고, 이런 사회적 변화들이 일하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늘 영화로 사회적 편견과 싸워왔다. 다음 투쟁 대상은 뭔가.

=막연한 생각엔 비슷한 공간에 살았던 다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데 일단은 내 몸과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웃음) 영화 제작기간이 길어지다보니 몸 안에서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레드마리아>의 사운드나 내용도 한번 더 깔끔하게 손봐야 할 듯하다. 그러다보면 몇달이 후딱 지나가지 않겠나.






>> 원문보기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2. 29. 11:48


원문보기 >>






홍홍홍! 오랜만에 영화제에 갔습니다!
여성영화제를 필두로
전주영화제, 인권영화제,,,등등등
왠만하면 시간내서 한두개라도 보러갈작정입니다!

ㅠㅅㅠ 솔직히 고백컨데 사실 영화과에 들어오고 5년동안
딱 두번밖에 영화제를 가지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아쉽고, 안타깝고,,,
그동안 뭐그리 대단한걸 하고 살았길래~ㅋ
(물론 돈이 없어서 못간거지만...ㅠ)
영화제도 못챙기고 다녔을까 반성하고 있습니다.

암튼 지난 토요일 <레드 마리아>를 보고 왔습니다.
뭐 언제나 기대를 품게하는 <빨간눈사람>에서 만든 영화라는건
크레딧올라갈때 알아서 살짝 민망했고요.

흠...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는통에
아직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는 조금 힘드네요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ㅠ

직접보기전에 우리는 그 무엇도 모르는것이 정답이다!
막연히 일본 여성들은 어쩔거다 생각하고
필리핀 여성들은...심지어 우리나라에 여성들 어쩔거다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아는것은 하나도 없는거다
(매일 아무리 뉴스스크렙을 하고, 블로그질을하고, 고민을해봐도
결국 제대로 아는건 하나도 없어요!)
뭐 이런 생각이 하나 뇌리에 깊이 꽃혀있습니다요
...<레드마리아>에 대해서 여기까지만 하고ㅋ

요튼
이제 조금 기다렸던 <땅의여자>를 화요일에보고
뭘하나 수요일에 예매했다고 하는데
ㅋㅋ 뭐든 재밌게 볼것들이 많다는 생각에 한주가 들뜨는군뇽







>> 원문보기

Posted by 빨간경순
<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8. 18:35

원문 보기 >>



이게 진짜 여성의 '하루' - 영화<레드마리아>




4월 8-15일 8일간 신촌 아트레온에서는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영화제인 만큼,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예술영화, 대중영화, 실험영화, 코미디영화 등 약 100여 편의 다양한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12일 열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수상작 <레드마리아> 국제워크숍에 참석한 후 영화를 관람했다. 특별히 수많은 영화들 중 <레드마리아>란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이 영화가 여성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여성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작품, <레드마리아>
<레드마리아>는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12명의 다양한 여성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는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위안부 출신 할머니로 이루어진 출연진들의 ‘하루’를 조명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레드마리아’인 걸까? 감독은 기존의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순결한 이미지를 뒤집는 색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마리아란 제목 자체가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붙인 제목이라고.

이날 오후 2시, 토즈에서는 <레드마리아>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서는 <레드마리아>감독 경순을 비롯, 김소연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이치무라 미사코 (요요기 공원 노숙인), 사토 쇼코 (前파나소닉 해고자), 이사벨리타 델라 크루즈 비누야 (말라야 롤라스 대표), 코라존 델라 크루즈 리퀴조 (카이사 카 활동가), 문현아 (지구지역행동 네트워크) 등 영화 출연진들을 초대해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가 제기하는 문제 틀을 따라, 글로벌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아시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가 분절하며 발생시키는 여성들의 노동조건 변화와 그로 인한 가난,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 등을 함께 인식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가 여성들 간의 연대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일하는 여성에게 어떻게 임파워링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파견직이든, 정규직이든, 임원이든 인생의 책임도, 무게도 같아요”
모두가 분주한 출근길. 길거리 한 복판에서 마이크를 손에 들고 ‘사람으로서 응당 누려야할 인권’을 외치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그녀는 바로 파나소닉 영업점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18년간 일을 했지만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사토 쇼코씨. 가족과 직장을 전부로 알던 그녀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같은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선진국이라는 이름의 일본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립되어 살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해고된 후의 삶은 절망적이었지만, 해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쇼코씨. 현재는 소송에서 승리해 파나소닉에 다시 복직한 상태라고. “예전에는 그냥 아줌마였지만, 지금은 전사가 되었고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날 잘라준 파나소닉에 감사해요.”라고 말한 그녀는 해고 이후 더욱 단단해진 것 같았다.  

 



“일 한다는 게 절망적이에요”
“굳이 제게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과 노숙자로 살아가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후자를 선택하겠어요. 일 한다는 게 절망적이에요.” 이치무라 미사코씨의 말이다. 그녀는 도쿄의 신주쿠, 시부야, 요요기공원 등에서 노숙을 하면서 다른 노숙인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며 돈이 없어도 즐겁게 지내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노숙인. 왜 일을 꼭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가 등 그녀가 던지는 질문은 의미심장했다. 실제 현대사회에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되며, 만족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을 하기 위해선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또 장애가 없어야 하고 … 결국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끼리도 싸우고 경쟁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또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녀가 말한 일자리를 얻기까지의 과정과 일을 하는 과정은 가히 ‘절망적이었다.’ 지금껏 ‘나’의 시각에서 바라봐 온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노숙자’라고 하면 일단 ‘왜 그러고 살아?’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봐요. 누구도 우리가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묻지 않죠. 우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런 삶을 ‘선택’한 것인 데도요.” 미사코씨의 이 말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를 성노동자라 불러주세요”

경기도 평택의 집창촌. 처음으로 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성노동자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이희영씨. 성노동자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곧 고객을 성적으로 자극시키고 만족시킴으로써 돈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곳에서 성노동에 종사중인 희영씨 외의 많은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합법적으로 ‘일 할 권리’를 외친다. 이들은 보여주는 모습은 그동안 ‘피해자’로서 가엾고 불쌍하게 비춰져온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건강권, 생존권,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모습은 적극적이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워크숍 도중 경순 감독은 이런 말은 했다. “처음, 성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 참 많이 놀랐어요. 저 스스로가 그 친구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없었구나.’라는 것을 알고 참 많이 부끄러웠어요.” 이게 비단 그녀 혼자만의 문제겠는가. 나부터도 같은 여성으로서 ‘그들’ 문제에 관심이 없고 고민하지 않는데, 남성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땅에서 여성이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무조건 막기보다 왜 그 일을 하게 됐는지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공개석상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들을 대신한 경순 감독의 말은 나로 하여금 성노동자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함에 충분했다.

경순 감독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 힘을 얻었다고. 이렇게 말하곤 한 마디 덧붙인다. “제가 만난 여성들을 관객 여러분도 만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녀가 던진 한 마디. “여성문제가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문제가 해결되어야 남성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직도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문제들을 비단 여성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인 걸까. 

 



글_11기 인턴 기은혜

>> 원문 보기

Posted by 빨간경순
<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8. 18:24








한국, 일본, 필리핀에 거주하는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위안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투쟁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의 출연진 사토씨를 직접 만나 여성 노동의 현재 위치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녀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왔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노력했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부터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일본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일하면서 가사도 떠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가사와 일의 부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노동 환경의 열악함과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공감하였다.

그녀는 모든 문제가 자기 책임이라는 느낌이 강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공유하고 맞서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이 한국의 배울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사토씨는 일본의 노동환경을 한국이 답습해가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본의 투쟁 성과가 한국 노동운동에 좋은 영향을 주고, 나아가 함께 더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어가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목에 둘려있던 기륭노동조합 손수건을 보면서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동문제에 대한 연대의식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사근사근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한 그녀는 모두가 여성노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여성노동 운동을 하면서 여러 여성 노동자들을 만난 사토씨는 우산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자는 어느 단체의 취지에 상당히 공감했다면서, 현재의 노동환경이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용기 있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리라 믿는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토씨와의 만남은 경제적으로 강대국인 일본의 숨겨져 있는 노동 환경의 단면을 조금이나마 전해들을 수 있어 노동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사토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슬픔을 우리는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글 이윤주, 홍효진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2. 28. 18:17


원문 보기 >>





연출: 경순
장소: 아트레온
with: 라몽,미농,지영몬,인혜씌+유나


올해 여성영화제 처음으로 본 작품이었다.
시작하진 몇일이 지났는데 기다린 것에 비해 너무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어제 음악공연(dep+oldfish+올상달빛)의 공연은 환상적이었다규..) 속이 너무 안좋아져서 영화가 끝나고 보기로 했던 <성스러운 도시>티켓도 미농에게 넘기고 집에 가는 길. 쿨럭. 부디 제 몫까지 재밌게 봐주세요.
한국, 필리핀, 일본의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여성을 비춘다는 말에....뭔가 즐거운 영화를 보고 싶은데
이번엔 아니겠구나 생각했었다. 노동자라는 말에 우울함이 먼저 느껴지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편견에
사로잡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레드마리아>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음!ㅋ

무엇보다 참으로 다양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참 잘도 엮어냈구나 싶었다.
세 국가들이, 특히 그 경제적 차이 때문에 각각의 국가의 여성들도 어쨌거나 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빠른 몽타주로 펼쳐지는 세 나라의 모습은 어느 덧 하나로 겹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따른 복지를 비롯한 물질적 차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국가’라는 하나의 차이는‘여성’이라는 거대한 공통적 환경 안에서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물론 여성이라는 하나의 공통점만큼이나 안정적이지 못한 그들의 경제적, 물리적 조건도 다양한 여성의 삶을 동질하게 만든다.

필리핀에서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결혼을 하고 십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을 만난 이주여성, 일본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일본위안군이었던 여성들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1300일을 훌쩍 넘긴 투쟁을 이어가는 기륭전자 복직투쟁을 하는 여성들과 성매매여성들이 나온다. (이들은 성노동자로 스스로를 부른다. 성매매를 선뜻 노동이라 하지 못하는 것은 이 여성들의 현실적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보수성 때문인지, 여전히 성에 뭔가 더 의미부여를 해야한다는 고집 때문인지 모르겠다. 계속 고민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는 홈리스라기보다는 지구의 모든 땅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여성과 18년간 일한 회사에서 파견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된 복직투쟁을 하는 여성, 돌봄노동을 하는 한국인 이주여성이 나온다.
다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혹은 하지 않는지) 적었을 뿐인데도 버거운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오만한 나의 태도가 가장 불편했다.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웬 건방진 생각인지. (아, 반성만 하지 말고 좀 변하자. 이러다 내가 먼저 죽지-_-)
자기 삶이 피곤한지, 즐거운지 어떤 지는 오직 자기 자신만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주변 누군가가 물론 애정 어린 조언을 해 줄 수 있지만 판단을 할 수는 없는 거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는 일본의 홈리스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어 너무 우울하다. 지배적 언어의 한계란!-_-)였다.
나는 노동에 대해 적지 않게 고민한 것이 사실이지만 노동을 거부하는 것, 조금 더 자세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신마저 부정하게 하는 노동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말한다. 이 시대의 노동이라는 것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와 많이 배웠다는 자들이 저지르는 폭행과 같다고. 나 역시 다르게 생각해온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을 폭행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폭행이라고 물러서버린다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누구보다 노동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나였다.
<아마추어의 반란>(그러고 보니 장소협찬에 아마추어의 반란12호점이 나왔다! 너희 안망했구나ㅠ)을 보면서도 주인공은 일종의 자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본가를 위한 강압적 노동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다.
홈리스는 늘 노동을 하기 힘든 조건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루만이라도 일을 놓아버리는 것을 상상해 보라! 모든 게 엉망진창일지언정(사실 지금은 상당 부분의 생산과 관리가 자동화되어 그렇게 엉망되지는 않을 테지만) 내가 잃을 것은 하루 일당 4만원이요, 얻을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파업이다.
공상적이면 어때, 불가능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우하하하- 힘드니까 여기까지-_-

 




>> 원문 보기


Posted by 빨간경순
<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8. 17:59






 
빨간 경순’, ‘RED’, 그리고 ‘레드마리아’. 빨간 경순은 닉네임처럼 사용하는 것이고, 저희 제작사 이름이 ‘빨간 눈사람’이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빨간 경순이라고 이름처럼 부르기도 하구요. 가끔 해외 촬영 때 ‘레드’라는 닉네임을 써요. 저는 기존의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순결한 이미지를 뒤집는 색깔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블랙 마리아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됐고, 레드 마리아 자체가 기존에 쓰여지지 않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붙인 제목이에요.
 
여성의 삶의 질이나 노동 문제가 여전하지요. 저의 이전 작품인 <쇼킹패밀리>가 일본 상영이 많아서 일본 문화나 일본 여성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일본이 선진국이고 경제적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 문제에 대한 시선이 한국과 다를 게 없는 거에요. 여성의 지위와 같은 문제가 아시아의 지독한 가부장 문화 속에서 경제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비례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세계화가 이뤄지면서도 여성의 삶의 질이나 노동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좀 더 넓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이주 여성의 문제가 단지 이주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성 노동자의 문제가 단지 성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성 노동자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연결해 볼 수 있는 필리핀과 한국, 일본을 선정했지요. 역시 찍어보고,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보니 여 성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다른 곳에서도 정말 비 슷하다는 것을 느꼈고요. 때문에 이 문제를 세계 여성이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방 식의 연대와 우리가 기존에 놓쳤던 새로운 부분 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획이 시작된 거죠.
 
여성 신체 중 ‘배’는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칭찬 받아야 하는데 다들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있음에도 상처 나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배를 보여주고 싶었어 요. 우리에게 몸은 무엇이고, 몸에서 출발하는 노동과 몸으로 규정되는 많은 것들을 한번쯤 봤으면 좋겠고, 또 그 몸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고. 이런 의미에서 배 사진을 촬영기간 내내 신경써서 찍었죠. 대부분 본인의 배를 찍어주신 분은 제 기획의도를 공감해주셨어요.
한국인의 경우는 배를 찍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웠어요. 일본에서는 많이들 어려워했고요. 영화제작과정에서 쌓인 신뢰 덕분에 찍어주신거죠. 아마 처음에 얘기했으면 기겁을 했을 텐데 말이에요.
 
노동의 이유 제가 보기엔 일본, 필리핀과 근본적으로 비슷한 것 같아요.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노동을 하는 이유들은 비슷하다는 거죠. 한국에서의 경우도, 일을 시작한 건 거의 가족들 때문이에요. 집이 너무 가난한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은 성 매매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돈벌이를 해야 했고, 하다 보니까 가정을 책임지게 된거죠. 차이가 있다면 한국사회는 문화적, 제도적으로 사람들이 일정 수준의 눈높이가 생겼기 때문에 그만큼 선입견과 편견도 더 커졌어요. 필리핀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보편적이다 보니 삶이 힘들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것 같아요. 가난할 때 느끼는 정서 같은 것 있잖아요.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 말 이에요. 그런 식의 차이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각 개인들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았기에 최대한 서로 연결시켜서 부분으로 전체를 보고 싶었어요.
 
“일본 여성들은 너무 고립되어 있다?” 네, 맞아요. 일본은 이미 선진화되었기 때문에 일본 사회만의 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그 질서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일본 여성 노동자들은 그 안정된 질서에 끼어들 수가 없어서 더욱 고립됩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는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틈새가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 대해서는 일본 여성들이 한국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거리의 다름 각국의 문화적인 정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일본은 개인간에 거리감이 있는 문화적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거리를 두고 촬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서로 가깝게 다가갔을 때에는 카메라도 역시 밀착해서촬영했고요. 필리핀의 경우는 제가 직접 그분들 하고 살짝살짝 얘기를 나누는 장면 등을 넣어 필리핀의 허물없는 문화적 정서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았는데, 시간상 제약 때문에 덜어내야 해서 아쉬움이 남죠. 하지만 굳이 그 점을 말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상을 보면서 이러한 양국간의 문화적 정서들을 직접 느꼈으면 좋겠어요.
 

가사노동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실제로는 가사노동이 별로 존중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고 있죠. 게다가 가사노동은 노동시간도 길고, 굉장히 힘든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집안일이기때문에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사노동에 드는 실제시간을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상의 제약으로 편집해야만 했죠. 아쉬움이 남아요.
 

‘새롭게 보자’ 사실 <레드마리아> 속의 장면들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그래서 이러한 사실들을 ‘새롭게 보자.’는 것입니다. 여성주의라 말하며 여성운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문제를 자신도 모르게 편협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새롭게 보자는 게 <레드마리아>의 메시지라고 생각 해요.




글 이윤주, 전은주
 
Posted by 빨간경순


<촬영일지> No. 11

080819~20 단체 UPA 방문 및 톤도 지역




08년 08월 19일
빈민지역 활동단체 UPA의 회의 모습 촬영 낮 12시 촬영
그날 앞으로 있을 단체 활동에 관하여 토의
(따갈로그어 해석 이후에 보충 필요)

UPA 단체 활동가들 한명씩 얼굴사진 촬영
Grace B. Hortinela 37세/자녀 4명 각각 14, 13, 10, 4세 0917-390-0977
Alicia Murphy 65세/자녀 1명 28세
Tearesita C. Peyes 59세/자녀 4명 각각 35, 33, 30, 25세
Amelia Obniala 40세/자녀 3명 각각 18, 17, 13세
Mercedes N. Rivera 48세/자녀 4명 각각 13, 9, 7, 5세
Claudia Lumot 56세/자녀 2명 30, 27세
Marissa Rivera 49세/자녀 1명 25세
Belen Mojea 46세/자녀 5명 각각 30, 28, 26, 24, 18세
Agnes Lorenzana 44세/자녀 없음
Tina Garcia Jurado 23세/자녀 1명 2개월
-사진 찍힌 순서대로 적지 못했음

UPA에서 점심을 먹고
그날 단체와 이야기 하고 난 이후 활동가 중 한 명인 Grace의 마을, 톤도에서 하룻밤 자기로 함.
UPA에서 점심을 먹고 1~2시쯤 톤도에 도착.
Grace가 사는 톤도는 도시를 지나는 철로 주변에 형성된 도시빈민지역임.
이미 많은 집들이 철거 대상이 되면서
약 500가구(2500여명)이 현재 Grace가 사는 마을에 남아 있다고 함.
지역상황에 대하여 Grace와 인터뷰, 마을 주변 모습, 철로변,
기차 지나가는 모습 찍음(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난리가 아니었음)

08년 08월 20일
새벽 4~5시 무렵 기상
새벽 6시 전 지지 학교가는 모습, Grace 아침 준비, 시장가는 모습
오전에 종일 비가 내림, 동네 모습 스케치(철로길가에서 밥짓고, 목욕하고, 빨래하는 모습 등)
톤도 지역 여자들 배 사진 촬영
Jenelyn Rivera 37세/자녀 5명 각각 16, 14, 11, 4, 1세
Jenaida Morares 45세/자녀 4명 각각 20, 18, 16, 14, 10세
Jocelyn Canaber 25세/자녀 3명 각각 5, 2세, 임신 7개월
Loremel De Luna 34세/자녀 2명 각각 6, 4세 1999년부터 동거
Nelia Sunico 55세/자녀 3명 각각 30, 27, 16세 1986년 결혼
Louvie Apostol 26세/자녀 2명 각각 5, 2세 동거
Alma Dela Torre 33세/자녀 2명 각각 5, 4세 2005년 결혼
Ruby S. Paul 28세/자녀 2명 각각 8, 3세 1998년 결혼
Catherine Peralta  30세/자녀 3명 각각 7, 6, 4세 2000년 결혼
Suzette Conadeno 35세/자녀 8명 각각 18, 17, 15, 13, 12, 10, 9, 2세
Angelita Martin 22세/자녀 2명 4, 1세 동거
Rosemarie Apostol 22세/자녀 2명 각각 5, 2세 2004년 결혼
Carina Samson 29세/자녀 4명 9, 8, 6, 1세 1999년 결혼
-사진 찍힌 순서대로

오전 10시 전에 기차 타러 기차 종점역으로 이동
철로 주변 지역을 보기 위하여, 기차타러 이동하는 중에 비가 많이 옴.
기차가 12시에 출발한다고 하여 1시간동안 비내리는 거 구경하다가
마침 근처에 있던 기차 운전사가 있어 그 분 소개로 멈춰있는 기차 둘러 봄.
Taxumau역에서 타서 Expania역에서 내림.
기차보다 트라이시클이나 지프니 값이 비쌈.
기차 주변 지역 거의 철거되고 철거되고 남은 자재들로 다시 집을 지은 집이 보였음.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도로 많은 부분이 물에 잠김.
Grace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옴.
거기에 살던 어떤 소녀에게 손수건을 선물로 받음.
(난 줄 것이 없어 못내 아쉽)


 

Posted by 빨간경순



<촬영일지> No. 10

080818 사진촬영, 윌마 동네 스케치


아침에 윌마에 소개시켜 준 친척,
큰 딸과 엄마가 왔고 그 큰 딸의 4개월된 자식과 엄마의 막내딸이 옴.
엄마의 나이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큰 딸은 필리핀 나이로 16살이라고 함.
엄마는 7명의 자식을 낳음.
사진 촬영.

이후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에 아침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어제 비가 와서 돌아다니지 못한 윌마 동네를 둘러보기로 함.
윌마 동네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등 여러가지 일하는 손을 사진 촬영하고
동네 곳곳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



Posted by 빨간경순



<촬영일지> No. 09

080817 윌마와 조카스 집 방문




오후 2시쯤 마파야파2 근처 동네에 있는 윌마의 마을에 찾아감.
비가 오는 통에 마을을 돌지는 못하고
윌마 집에서 사진을 찍고 짧게 영상을 찍음.
윌마 집앞에서 '빙고'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음.
배고파서 컵라면을 먹고...

윌마의 일상사.
남편 아이들 이야기, 피임이야기 등등.
어딜가나 '남편의 말술'은 정말 문제인듯함.

저녁무렵 조카스네 집에 감.
오랜만에 찾아간 집은 1년전보다 많이 지어져 있었음.
근처에 센터 청소일을 하고 있는 베베 집에 찾아감.
베베의 딸 비앙카가 많이 커 있었음.
동네 구경하다가 조카스 일 끝나고 도착하여
같이 저녁을 먹은 뒤.
경은의 사진 촬영.



Posted by 빨간경순



<촬영일지> No. 08

080815 필리핀 위안부 집회 
              (세계 공동 행동의 날 특집)






일본 대사관 앞 10시 단체 Lila Pilipina(with 가브리엘라)의 집회가 있을 예정이었음.
그러나 1시간 정도 늦게 시작.
지프니를 타고 온 할머니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 나란히 서기 시작.
약 10~15명정도의 할머니들을 볼 수 있었음.
몇몇 필리핀 방송사와 일본에서 취재나온 사람이 한 명있었음.
각각 할머니들 차례로 나와서 발언을 하기도 함.

약 한시간 정도 집회가 끝난 후  가브리엘라 사무실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음.
그 이후 Lila Pilipina 사무실로 가서 할머니들을 만남.
할머니들 노래부르면서 춤추는 모습 촬영.
가브리엘라의 에밀리와 이야기 해보고
차후 특정인물 촬영하기로 함.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