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기까지는 그누구도 관심이 없다가 개봉이 되어서야 그것도 개봉된 몇편의 영화들 중 좀 뜬다하는
영화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비평이든 호평이든 반응이 있다.
그러니 그런 반응은 고사하고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모르는체
제작을 묵묵히 하는 수많은 감독들은 외롭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해야하는 이 구조는
그래서 치열하고 고통스럽고 눈물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독립영화라는건 그래서 또 참 재밌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힘들다는 건 그만큼 리얼하다는 이야기고
몸빵해야 하는게 많다는건 애정도 미움도 상처도 열받는 일도 많아
그만큼 뜨거운 현장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그속에 있겠는가.
그런데도 아쉬운건 별거 아닌 상업영화 제작현장이야기는
별 사소한 이야기까지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이런 독립영화의 제작과정과 현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
그래서 <산다>제작팀이 제작발표회를 생각했고
소박하게 각자의 장기를 모아 제작과정을 관심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마지막까지 제작이 잘 끝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실분을 찾기위한 거였다.
한달전부터 이것저것 후원엽서를 비롯해서 준비를 시작했고
재주 많은 양미피디는 술과 잡채와 김치를
황혜림 피디와 조연출 아람은 열심히 홍보와 노가다를
KT의 왕언니 미영피디는 사람들을 조직 했다.
미례감독은 조용히 뒤에서 빠진 것들을 체크하고
나는 각자 맡은 일을 너무도 잘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리고 당일 몇명이나 올지 가슴설레며 공간을 셋팅하고 준비하는 사이
불쑥 불쑥 빠진것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홀라당 나가버렸음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날때마다 에너지가 조금씩 채워짐을 느꼈었다.
전화로 초대한 사람들보다 알아서 찾아와준 사람들이 더 많았고
그들 모두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져 제작팀의 책임감도 당근 더해진다.
물론 가장 힘받고 가장 책임감을 느낄 사람은 누구보다 <산다>의 김미례 감독이겠지만
이런 제작발표회가 독립영화를 만드는 모든 친구들에게
그리고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친근한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KT노동자들의 이야기지만 주인공들의 민감한 사안을 고려해서
영화의 주요내용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왜 이시대에 귀기울일 이야기인지는
고정갑희 선생님이나 조돈문선생님의 이야기와 더블어 풍성해 졌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사회의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편의 영화로 이야기되고 발견되는 많은 것들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풍성한 이야기로 재탄생되리라 믿는다.
다시한번 <산다>제작발표회에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김미례 감독이<산다>를 완성하는 날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도 부탁드린다.
친환경으로 음식을 만드는 유선에게 특별히 주문한 브라우니와 주먹밥 그리고 발효빵이 주 메뉴였고 양미피디가 전날 뚝딱 만든 콩나물잡채와 김치 그리고 직접만든 맥주와 국화주,허니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을 보고 흐믓해 하는 김미례 감독.^^
이날 사회를 맡아준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김동현.
프로젝트와 컴퓨터 연결을 준비하는 황혜림 피디.
KT새노조위원장 이해관. 이해관 위원장은 거의 감독처럼 일하고 김미례 감독은 위원장처럼 일한다는 소문이...ㅎ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고정갑희선생님과 이대 사회학과 조순경선생님, 카톨릭대 조돈문선생님,다양성포럼의 양기환사무국장,재일교포 김임만 감독,안해룡 감독,강석필 감독,홍형숙 감독,아오리 감독,인디플러스 허경 등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었다.
지구지역 행동네트워크의 대표이자 한신대교수 고정갑희 선생님의 노동을 새롭게 봐야한다는 말씀.
옆모습의 이 남자는 4월에 있을 마지막 촬영을 해줄 최정순 촬영 감독.
김미례감독의 전작 외박의 주인공이자 현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눈물많은 애정녀 이경옥 전 홈에버노조 부위원장님.
<산다>를 제작중인 이날의 주인공 김미례 감독. 열심히 제작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례 화이링!!ㅎ
<산다> 제작팀의 황혜림 피디와 강양미 피디.
<산다> 제작팀의 인물관계도를 재밌게 피티로 준비를 해서 설명을 하는 양미. 전날 이거 준비한다고 밤을 꼴딱새고 비몽사몽...ㅋ
<산다>제작팀의 김미영피디. KT의 노동자이면서 <산다>의 프로듀서를 함께 맡아 제작팀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이쁜이.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준 KT의 노동자들. 지방에서 오신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산다>의 음악감독 김병오의 추천으로 축하공연을 해준 판소리 전문 노래패 바닥소리의 최용석님과 고수 조정희님.
나의 싸움은 지지않았다를 만든 안해룡감독의 응원메세지를 보내며 자신도빨리 새작업을 해야겠다는 다짐도.안해룡 화이팅!!
문화다양성 포럼의 양기환 사무국장,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먼저 가려고 하는걸 붙잡아 끝내 한말씀 해주셨다.
동네친구이자 잼다큐 강정을 함께 만든 홍형숙 감독.이날도 동네차림으로 어슬렁 찾아와 결국 마지막 응원메세지와 함께 건배제의까지 많은걸 해주었다는. 홍형숙 감독은 현재 낭군 강석필 감독이 만든 <춤추는 숲>개봉을 위해 프로듀서로 열심히 뛰고 있다.<춤추는 숲>도 화이팅!!!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짐을 날라다 준 사람들이 다시 김미례 감독의 집에서 일잔. 제작발표회에서 남은 음식이 이시간 작살이 났다.양미피디가 만든 술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주문제작 가능하니 양미피디에게 연락하기 바람.^^ 제작팀들 모두모두 수고 많았습니다.<산다>가 멋지게 나올때까지 화이팅팅팅!!!
연일 다양하고 화려한 게스트들과 깊이있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본격여성다큐 <레드마리아>! 이 날은 <성이론>의 저자이자 제작위원이신 고정갑희 교수님과 함께 <레드마리아>를 교재로 하는 본격 여성학 강의 두번째 시간을 가졌답니다:D 성노동자 지지활동을 하셨던 고정갑희 교수님이신 만큼 '성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까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는데요, 그 현장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 왼쪽부터 경순 감독, 고정갑희 교수, 황혜림 프로그래머
황혜림 프로그래머: <레드마리아>에는 많은 제작위원님들이 계시고, 대부분 경순 감독님에게 엮였다는 표현을 많이 쓰시던데 (웃음) 고정갑희 선생님은 어떻게 제작위원이 되셨나요.
고정갑희 교수: 저도 엮인거죠 (웃음) 먼저 여성영화제에서 엮였고, 그 이후에 경순 감독님이 <레드마리아>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제가 “해라”고 얘기했죠. (웃음)
경순 감독: ‘성노동’이라는 말은 저한테도 생경하고 당황스러운 단어였기 때문에, 제 스스로 그 단어를 좀 민망해 하는게 부끄럽더라구요. 그 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레드마리아>를 기획할 때 중요한 화두였던 몸과 노동에 대해서도 성노동을 불편해하고 거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많은 이야기가 풀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성노동자들을 찾아갔고, 거기서 만난 고정갑희 선생님을 제가 찍었죠 (웃음) 선생님이 성노동과 관련해서 많은 이론서와 많은 토론을 하셨고, 성노동자를 지지하는 대표주자로 나서셨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저한테 굉장히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아 이분도 당연히 제작위원을 해주셔야겠다, 당연히. (웃음)
▲ 고정갑희 교수 (한신대학교 영문과 교수, <성이론> 저자, <레드마리아> 제작위원)
고정갑희 교수: 저는 2004년 당시 9.23 성특법이 시행되던 시점, 그리고 그 이전부터 불편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 이게 '노동'인데 왜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하는 부분 하나와 그런 지점에서 어떻게 이 운동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에서 이 문제를 피하지만 말고 여성이론이라는 데서 같이 얘기하고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경순 감독: 전작 <쇼킹패밀리>를 끝내고 자본주의 안의 가부장과 맛물려 있는 지점들을 좀 더 파고들고 싶다, 그게 뭘까 하는 고민을 했고, 시작이 된게 여성의 노동에 대한 노동이었어요. 그리고 그 출발은 일단 남자하고 다른 여성의 몸으로부터,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일들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했엇죠.
이야기를 아시아로 확장하게 된 것은 전작 <쇼킹패밀리>를 일본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일본의 여성관객들이 <쇼킹패밀리>를 보면서 왜 이렇게 공감하고 좋아할까 하고 여쭤보기 시작했는데, 그 분들이 갖고 있는 삶의 틀이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는거죠. 예를들면 똑같이 '밥'으로부터 출발해서 '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밖에 나가서 일하면서도 집에 가서는 밥을 해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밥을 해야하고 이렇게 얽혀있는 틀이라는게 잘사는거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더라구요. 우리가 여성의 권리를 부르짖은지 10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바뀌었나. 이 자본주의가 굉장히 고도로 발달했지만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국가경제수준과는 상관없이 같이 얽혀있는 여성들을 같이 다뤄야 되겠구나 생각을 넓혔죠.
‘성노동’은 제 고민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제가 여성의 몸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 예를들면 출산이나, 여성의 몸에 대해 가해지는 윤리들이 우리가 선택하는 직업과 일에 얽혀있다는 것을 성노동에 대해 고민하면서 같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축의 위안부 할머니와 또 다른 한 축의 부클로드의 성매매 여성들이 어쩌면 여성의 노동의 끝과 끝을 지탱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거죠. 그래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을 한번에 꿰야지만 우리가 한꺼번에 이 문제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 애초에 기획부터 주인공들을 많이 잡았었구요. 사실은 그나마 등장인물이 줄은겁니다 (웃음)
관객: 얼마전 개그맨 김구라씨가 몇 년전 위안부 할머님들을 창녀에 비유했었던 발언이 불거져 연예계 은퇴를 할 정도로 떠들썩했는데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침략을 당한 여성과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타락한 여성만의 이분법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이런식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과 성노동 여성을 같은 축에 놓은 것이,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에게 반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정말 과감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순 감독: 이전에 이승연씨 사건도 있었지만,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예전부터 답답하고 화가 났던 부분이 있어요. 김구라씨의 그런 수준의 생각에도 굉장히 화가 나지만 한편으로는 또 과연 우리는 제대로 할머니들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했었던가 하는 부분에서 많이 화가 나요. 예를들면 전쟁으로 인해 여성이 침탈을 당하고 고통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1차 책임을 일본이라고 한다면, 사실 이렇게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이 그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영화에 나오는 말라야 롤라스 할머니들은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다르게 하룻밤에 단체로 강간을 당하신 경우인데도 말하는 데 50년의 세월이 걸렸거든요. 할머니들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건 단지 일본때문인가. 아니라는거에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어떤 시선과 편견들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서 말을 못한거죠. 이런 2차 가해에서 과연 우리만 쏙 빠지고 뭐가 자꾸 일본만 거론하고, 뭔가 일이 생겼을 때 대의적으로만 분위기를 이렇게 몰아가고. 항상 우리는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정갑희 교수: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폭넓게 제시하고 있는게 있어요. 저는 일단 ‘성노동' 이라고 하면 성적 노동, 우리 사회에서 성노동자와 관련하여 주로 생각하는 '섹스워크로서의 '성노동'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 더 포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섹스워크뿐만 아니라 '젠더워크'라고 할 수 있는, 남성과 다르게 여성에게 ’성별화된 노동‘ 이런 것들도 성적인 노동이고 성노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성별화된 노동 안에는 가사노동같은 것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 저는 여잔데 외모나 목소리가 약간 이래서 (웃음) 제가 대학 1학년 때 친구들과 술먹고 천호동을 지나가다가 천호동 집창촌을 지나가는데 저를 부르는거에요. 순간 너무 호기심이 생겨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거기를 들어갔어요. 너무 떨렸는데, 제가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이러니까 거기 언니가 속으신거에요. 그래서 방에 들어가서 얘기를 했어요. 너무 미안한데 정말 궁금해서 들어왔다고. '성노동' 자체가 교수님 말씀처럼 포괄적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 분은 정말 좀 집안도 너무 어렵고 계속되는 가난과, 좋은 대학을 다녔어도 대학 등록금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대요. 본인 말로는 자기는 자본주의의 피해자로서 이 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걸 계기로 저는 성노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성노동이 그렇게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정갑희 교수: 섹스워커라고 하는 성노동자는 꼭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이나 트랜스젠더와 같이 다양하게 있지만, 사회적으로 드러나는건 여성이고 집창촌인데, 많은 수의 여성들이 성노동을 한다라고 하면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그 중에 경제적인 이유가 없을 수가 없고 크게 작동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성노동이 아니라도 돈이 필요하면 알바든 뭐든 해야하는 것처럼 성노동도 빈곤, 가난 이런 것들이 그 노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정갑희 교수: <레드마리아>는 일단 발로 뛴 영화라고 생각해요. 발로 뛰어서, 일본이든 필리핀이든 한국이든 왔다갔다 하면서 만든 영화여서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보면서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나오고 감독은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고민을 했는데, 어떤 연대지점들이 있구나, 그런데 그게 꼭 하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면 ‘배', 뭐 이런식이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가지가 깔려있는 그러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황혜림 프로그래머: 사실 <레드마리아>는 4년, 5년이 걸려서 완성된 영화이고, 365일 얘기해도 모자랄지 모르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 영화가 자본주의라는, 평소 잘 생각하지 않고 살지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잘 살고 싶은데 잘 살기 어려워하고 헤매고 있는 ‘나’와 아주 가까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