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스케치2009. 2. 15. 16:28





 









 





여성유니언의 이토 미도리상과 후지이씨,
상담 당사자인 오오하시씨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오하시씨는 회사에서 파트직으로 고용되어 일했지만
정사원과 다름없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날 회사로부터 개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여성유니언에 가입하고 도움을 받아 회사와
교섭을 통해 계약을 갱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측으로부터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퇴사를 강요하는 암묵적이거나 의도적인 압박에 견디다 못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직 및 파트직이 경력이 쌓임에 따라 상승해야하는 인건비를 감축하고
노동자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여성유니온의 활동가들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는 날이다.

오후에는 여성유니온 사무실에서 상담내용분석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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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2. 11. 16:45

날짜와 시간이 어찌가는지 알수가 없다. 아니 느끼지 못하고 가는 것일테지. 

6일쯤 글을 한번 써야지 했는데 일기에는 날짜만 써있고 오늘날짜를 확인해보니 11일이다.
5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기억력의 감퇴인지 아님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그런건지..ㅎ

어제는 전통일이라고 하는 노동운동 단체의 사무국장인 토리씨를 만났다. 전통일은 중소기업이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주로 가입을 하는 일반노조인데 현재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해 있다고 한다. 보통 일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시간당 1000엔에서 1200엔정도를 받지만 그돈으로도 일본의 높은 물가를 따라잡기 힘든 판인데 일본에 산업연수생 명목으로 들어와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시간당 고작 300엔정도라고 한다.

10년전부터 불법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산업연수생 외국인노동자들을 늘리고 있는데 문제는 합법적으로 그들의 노동력과 인격이 헐값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0명이하의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을 많이 데려오는데 사장이 직접 맘에 드는 여자들을 골라서 데려오곤 하는데 시작부터가 인신매매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그리고 작업장에서는 화장실가는 것까지 체크를 해서 1분을 초과하면 패널티를 매기는등 그들을 감시하고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얼마나 악랄한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종종 듣던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경제대국 일본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인지라 자못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토리씨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처럼 자본가는 노동력만을 사는게 아니라 그들의 인격마저 지배한다는 말처럼 돈이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무서움이 새삼 떨쳐지지를 않았다. 그래서인지 좋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찾는 인물에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인간상에 대한 혐오감이 내내 머리를 짓눌러 지금까지도 개운치가 않다.

토리상을 만나후 우리는 오사카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인 치에코씨를 만나러 갔다. 우리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제안한 그녀에게 늘어가는 테잎의 일본어프리뷰를 부탁하기 위해서 였다. 치에코씨는 쇼킹패밀리의 일본 자주상영회를 맡아서 해주시기도 했는데 자신이 상영한 영화중 베스트에 속한다는 말을 하면서 레드마리아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나도 기대감이 만만치 않다고 응수를 했지만 나중에 어찌감당하려고 입에서는 늘 자신감에 찬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통제가 안되는지...쩝

우자지간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저녁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왔다. 갑자기 웬 저녁준비냐 하면 우리가 묵고있는 숙소를 제공해주신 오오즈선생님 부부에게 감사의 표시로 한국식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떤음식을 먹고싶냐고 사전에 여쭤봤더니 부침기와 떡볶기를 말씀하시기에 우리는 허겁지겁 그 재료들을 사기위해 치에코상의 사무실을 빠져나온 것이다.

다행히 시부야의 쇼핑센터의 식품코너에 떡볶기용 떡이 있어서 우리는 무사히 시간을 맞추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저녁 8시 칼같이 시간을 맞추어 오신 두분에 맞이하면서 우리의 요리사간도 칼같이 끝났다. 재료는 열심히 아람이가 씻고  갖은 재료를 알맞게 경은이 썰고 부침기는 내가 그리고 떡볶이는 경은이가 그리고 다시 늘어놓은 거실은 영란이 열심히 치우는 것으로 사전논의가 없었음에도 우리의 역할분담은 착착 어찌나 빠른속도로 진행이 되든지.

남편인 오오즈선생님이 99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본인도 일본에 오는 한국분들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싶어서 현재 비어있는 집을 내주시게 된거라고 했다. 일본에 1년간 연수를 온 한국인교사가 이집에 묵었었고 그 바톤을 이어받아 우리가 묻게 되었다. 선생님의 좋은 뜻을 이어받고 나중에 올 한국인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가 청소기나 목욕탕의 온수를 고치는데 일조를 하고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집이 언제 팔릴지 알 수 없어 그냥 이대로 쓰는게 좋겠다고하셔서 그만 제안을 접고 말았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와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문제는 자본주의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결론적으로 오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돈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가족이나 사회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적어도 한국은 그렇지 않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한국이라고 왜 다르지 않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문화적으로 다를뿐이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한국에 사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가게되는지. 

사실 우리는 얼마나 민폐에 예민한가. 가족이든 친구든 회사동료든 시간과 공간과 인간관계를 아우르는 모든 것들에서 사실은 돈이 없어서 해결되지 않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우리는 민폐에 대한 강한 알러지 반응이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저사람은 요만큼 한것에 부르르 하고 저사람이 돈을 안내서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것에 기분 나뻐하고 나는 힘든데 저사람은 편히 가는 것 같아 속이 안좋고 내 공간과 내 시간에 대한 침해에 가중되는 감정소모까지 우리는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이 많은지...

현재 두명의 주인공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고 두명의 주인공을 또 열심히 찾고있다. 그들을 찾고 영화를 완성해가는 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하는 일이지만 민폐에 대한 너그러움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면서 일단 ‘이끼마쇼!!’(갑시다) ㅎ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4. 16:26




 













 





여성유니언은 파견직을 비롯한 비정규직, 부당해고 등에 관한 노동상담을 하고
재판이나 노동심판을 할 수 있게 법률지원을 한다.
여성유니언의 대표로 있는 이토 미도리상을 만나
10년 정규직으로 일한 회사에서 산휴가 끝난 후 부당해고를 당한
오오카상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유니언 사무실에서 이토상이 일하는 모습을 스케치했다.

이날, 변호사 사무실 간판을 허락없이 찍었다고(딱 걸린것이지,,.ㅉㅉ) 욕먹은 후
,,,,,
찌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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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4. 16:22










<영란이 그린 경은>  경은의 각진 턱을 너무 사랑한다나 머라나









<영란이 몇 초 만에 그린 아람> 아람의 30년 후라나 머라나










<경은이 그린 영란> 영란의 두 얼굴이라나 머라나










<경은이 그린 경순> 내겐 너무 순한 경순이라나 머라나

☞☜

이상 예술의 혼을 불태운 레드마리아 스탭들의 작품이었슴당^^;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4. 16:18




 



















 





요요기공원 내 노숙텐트촌에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그림이 있는 카페'가 열린다.
누구든지 와서 준비되어 있는 도구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몽땅 크레파스와 부러진 색연필, 잘 나오지 않는 싸인펜이 푸짐하다.
꼬맹이적때 쓰던 파레트랑 물통이 정겹다.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고 주워 온 은행을 굽는다.

해질녁, 스케치북에는 세상이 담겨있다.
친구에게 귀속말을 하듯이,
거울속에 나와 이야기 하듯이
그렇게 소란스럽지 않게.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3. 16:13





경순의 친구 아야코 상의 도움을 받아 핸드폰을 산 날,
그 날도 귀가가 늦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도쿄의 번화가 신쥬쿠에서 출발하여 40분을 달려야 한다.
역에서 내리면 또 20분 넘게 걷는다.
매일 매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대략 이런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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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3. 15:52





 



















 



공원에 텐트가 많았을 적에는 300여개까지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남은 것은 40여개 정도로 거의가 대책없이 쫒겨난 것.
텐트가 떠난 자리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고
다시는 누구도 그 자리에 들어가지 못하게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게되어 텐트를 떠난 사람들도 다시 노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조금이 끊기면 반복되는 구조적인 가난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외로워서 텐트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결국 그들은 시부야 246 국도변 다리 밑에 박스를 깐다.

 

<천천히 사는 삶에 관하여...>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느리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다.
나는 날마다 일에 치이고, 일이 한가로우면 마음에 치인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진 것이 많지 않다.
메모리 4기가짜리 컴퓨터도 없고 27단 기어 달린 자전거도 없다.
나는 다 가지고도 불안하고 불편하게 산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함께한다.
유통기간이 지난 통조림을 나누어 먹고
미스유니버스들이 봉사활동 한다고 가져온 옷가지들을 나누어 가진다
이 나간 그릇들과 짝짜기 젓가락이 참 많다
나는 청바지가 15개쯤인데 그릇과 수저는 3벌씩 밖에 없다

나는 서울에 돌아가면 집을 구할 것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노트북을 살 것이다.
적어도 내 것을, 내 삶을 나누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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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3. 15:47




 





 



요요기 공원 노숙 텐트촌에 사는 이치무라상에게 가는 길이다.
저 만치 마이크로 뭐라 신나게 떠드는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그 앞에는 죄스럽게도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는 공원내 노숙인들에게 씨부려싸는 어느 종교단체의 연사였다.
연사의 말씀이 끝나고 사람들은 주먹밥과 빵, 음료를 받았다.

옘병할.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2. 3. 15:45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1. 26. 16:43



윗 사진 - 카메라를 통해 무엇인가를 보는 일은 눈으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늘
              긴장이 되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잘 찍어야겠다는 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잘
              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다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도 그들의 표정이
              어느새 내 마음을 사로잡곤 한다.

아래 사진 - 빈곤을 보이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토론하기 위해 6개의 분과로 나누어 
                 토론이 진행이 됐다. 모두들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잇에 적어 주제별로 모았는데
                 현재 곤란을 느끼는 것에대해 그들이 써내는 글귀를 보며 나라만 다를뿐
                 하나하나가 어찌나 와닿든지 역시 여성이 고민하는 지점은 비슷하구나 했다.
                 "모델이 없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 "대화장소의 부재"...


 

일본의 첫 촬영은 일하는 여성들의 전국네트워크 총회로 시작됐다. 올해로 3회째 맞이하는 이들의 총회는 좀 각별하다. 한국의 단위사업장 중심의 총회와는 달리 전국의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상담을 하거나 조직에 가입하게 된 경우라서 서로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모인사람들의 대부분이 식당이나 기업 그리고 백화점, 보모,간호사,전업주부 등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파트타임(일본에서는 이를 파견직이라 한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그들모두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서 이곳까지 오게됐다는게 나름 신선한 경헙이었다.

이날 총회의 구호는 “빈곤을 보이는 것으로, 천천히 관계를 풍요롭게”라는 것이었는데 총회의 과정을 지켜보다보니 너무도 와닿는 이야기였다. 최근 파견직문제가 일본에서 심각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사실 여성의 파견직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60년대 이후 계속 되는 문제였다는 것.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나 국가가 관심조차 보이지 않다가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불황 이후 남성들이 대거 회사에서 해고되기 시작하자 파견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파견직 여성들은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파견직문제가 공론화 되고 있음에도 그것이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일자리 문제로 가시화되고 있는 형편이니 여성스스로 이제는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일하는여성들의 전국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몸이 먼저 소름끼치도록 지지를 외치고 있었다는 것.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재밌는 대목이 기업내 노동조합이 있었어도 여성들이 겪는 파견직문제에 별다름 도움이 되지 않아 스스로 법정투쟁을 하면서 싸워온 이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편견과 멸시속에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에 바라는 점들을 이야기할 때 속을 드러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오직하면 그 먼지방에서 홀로 이 총회에 참여했을까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늘 여성들의 노동은 무임금이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이들의 노동은 늘 하잘 것없는 가벼운 것으로 취급되다보니 여성의 빈곤은 늘 여성들의 개별적인 문제인냥 도외시 되어온게 사실이다. 그러니 “빈곤을 보이는 것으로 그리고 관계를 천천히 풍요롭게” 라는 구호는 바로 지금 아시아여성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스스로의 말걸기에 대한 시작으로서 모두에게 유의미한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지위가 달라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나혼자만의 성공으로 가능한 일이 아님을 적어도 이곳에 모인 여성들은 강하게 공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하나 이날 총회의 재미를 더해준 것중 하나는 요요기공원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이치무라씨의 발언이었는데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돈때문에 싸우고 권력과 폭력이 야기되고 이기적인 사회가 되어가는데 그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가.일을 적게해도 우리사회는 너무나 먹을 것이 남아돌고 입을 것은 천지다. 그것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구지 그렇게까지 일을 해야하는가라는 이야기였는데 이주제를 가지고 많은 여성들이 흥미로운 토론을 하게되었다.

가난을 몰라서 그런거다 난 가난이 싫어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했다라면서 그녀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부터 이제껏 열심히 일만했지만 결국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걸 보면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라는 말까지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만일 우리였다면 우리사회의 많은 여성들은 또 어떻게 이러한 물음에 답변을 할지 궁금해지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열심히 살았다고 열심히 일만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사회에도 만만치 않게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왜 열심히 살아도 빈곤의 여기저기를 벗어나지 못하는가를 고민해본다면 결코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고민은 레드마리아의 고민이기도 하고.

일하는여성들의 전국네트워크는 한국의 여성운동을 모델로 삼으면서 3년전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위사업장 중심의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한국의 여성운동에 대한 부러움을 말했지만 오히려 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단위사업장이 아니어도 개개인들이 자신있게 참여하고 스스로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들의 새로운 조직이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좋은 조직이라해도 아래로부터의 욕구가 세세하게 수용되지 않는 조직은 이미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 매너리즘은 새로운 공기를 수용하기엔 이미 낡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이들의 합숙에 참여하면서 많은 공부가 됐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예상한대로 물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 그리고 촬영에 장애가 될 제도와 질서들이 꽤 많다는 것, 결정적으로 말을 직접 못알아 듣는 것 등등이 도사리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또 한명의 주인공을 발굴해냈고 그와 더블어 영화에 대한 주제가 점점 더 촘촘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흥분이 되기도 한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