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벌써 중순이다. 부산영화제에 다녀온 뒤 실내암벽장을 다니는게 요즘 즐거움 중 하나다.
어제는 하루종일 김자인 선수의 동영상을 찾아보고 오늘은 종일 암벽에 대한 자료들을 들춰보고 있는중.
순간 일요일이라는 걸 까묵고 운동하러갔다가 문이 닫혀돌아오는 어이없는 지경까지 돌입했다는 야그.
그러다 문득 잊고있었던 샹후스의 암벽등반이 생각나 간만에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본다.
무슨 여행일지 올리는데 이러다 일년걸리겠다.ㅎㅎ
7년전 쇼킹패밀리를 편집할 때 운동삼아 실내암벽장을 찾았더랬다.
산을 탈때와는 달리 몸의 여러근육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하고 심지어 머리까지 써야하는 이 운동이 참 맘에 들었었다.
하지만 난 실내암벽보다는 야외에서 체험하는 암벽등반이 훨씬 재밌었다.
한참 맛을 들일즈음 영화막바지 편집일정에 쫒겨 결국은 초보딱지를 떼기도 전에 암벽을 중단해야 했고
이래저래 해외촬영이 많은 레드마리아까지 겹쳐 오랜시간 그 재미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근데 샹후스에서 그레구와 덕분에 잊었던 그 경험을 다시 하게되었고 난 한국에 돌아와
집에서 가까운 실내암벽장을 찾았다.
헉...근데 원걸. 사람이 너무 많다.
7년전만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웬 클라이밍 바람이 분건지 사람이 바글바글.
게다가 강습비도 엄청 올았다는 야그. 암장대표에게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씩 웃으면서 그런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맞다.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엄청난 속도로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것이 뭐 하나라도 있는지 찾아보기가 힘들지경이니 예전 강습비를 생각하며
아쉬워 하는 내가 더 웃긴건지도 모르겠다.
우자지간 다시 샹후스로 돌아가서...그레구와는 친구와 내가 초보자임을 감안해서
쉬운 코스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10미터 정도의 절벽에 10개가 넘는 코스들이 쭉 있었는데 이게 보기와는 다르게 쉽지가 않았다.
로프를 잡는법부터 시작해서 그의 초간략 강의가 시작됐고
나는 영어로 친구는 스페인어로 번갈아 내용을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로프를 잡는 법과 암벽타는 사람을 위해 로프를 잡아주는 빌레이에 대한 공부까지 정말 초간단 강습.
그런데 재밌는건 지난번 스위스에서 세일링 보트를 탈때도 느낀거지만 정말 인자하고 부드러운 남편들이
직접 무엇인가를 가르칠때 태도가 예민해지는 순간.
세일링의 방향키를 조금만 잘못 잡으면 집중하라고 계속해서 월터는 인상을 찌푸렸었는데
이날도 그레구와는 빌레이 하면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버럭 화를 내면서 집중하라고 화를 냈다.
사실 남편이 아니라 나라고 해도 그랬을거다.
아무리 즐기는 레포츠라해도 한순간의 실수로 사고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민함 덕에 나도 옆에서 진지하게 배울 수 있어 좋았고 그런 그들의 자세가 아주 맘에 들었다.
그런덕에 결국 우린 지레 포기할 수도 있었을 코스를 네 개나 정복했다.
물론 선수들에게는 가벼운 코스에 불과하지만 처음 시도해 보는 우리로서는
엄청난 성취감에 세상을 다 정복한 기분이었다는.
그러니 내가 어찌 이 기쁨을 중단할 수 있겠는가.
이날의 즐거운 감동을 맛본 친구는 덩달아 암벽타기의 매력에 빠져
계속 암벽타기에 도전하겠다는 포부까지 나한테 자랑질해댔었다.
하지만 뭐 나두 한다 이거지.
물론 몸이 예전같지 않아 날렵함은 사라지고 머리까지 둔해져서 강사가 지정해 준 벽에 붙어있는 몇개의 홀더를
한번에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기는 하지만
까짓거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산을 정해 나도 한번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샹후스에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또하나의 코스가 남아있었는데 바로 패러글라이딩.
친구가 선물로 비용을 지불해주어 가뿐하게 타기만 하면 됐는데 샹후스에 날씨가 안좋아져서
사실 먼저 떠난 친구도 못하고 떠났었다.
그런데 내가 떠나기 며칠전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나도 역시 못타고 가는줄 알았는데
웬걸...샹후스는 내가 꼭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떠나기를 바랬는지 기가막히게도 그날 날씨가 좋았다.
그럼 나도 당근 멋지게 날아줘야지 하며 하늘을 나는데 정말 달리다가 발을 떼는 바로 그 순간이
와우...젤로 좋았던거 같다.
예전에 번지점프를 할때도 바로 발을 떼는 그 순간이 가장 공포감과 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는데
패러를 할때도 딱 그 기분.
근데 너무 안전하게 나는 느낌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상공에 떠있을때는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역시 스릴이 껴줘야 뭐든 재미가 있다는...ㅋ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선물이니
맘껏 사랑을 창공에 뿌리며 이 시간을 기억해야지.^^
암벽등반이 은근히 장비가 많다.나는 예전에 쓰던 안전벨트와 하강기 정도를 가지고 갔는데 그레구와가 모든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데다 나에게 헬멧까지 선물해주어 등반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만만해 보이는 암장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 코스마다 그레구와가 먼저 올라가서 우리는 대충 요령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올라가는 사람이 안전하게 올라 갈 수 있도록 자일을 잡는 요령이었는데 이것도 이번에 확실하게 익혔다.
드디어 등반시작. 암벽등반의 묘미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거 같은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아낼때의 즐거움.물론 이과정에서 몸의 힘을 배분하는 요령도 터득하고 정말 딸리는 체력의 한계도 경험하게 된다. 아흐...운동 열심히 해야쥐.ㅋ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언제 그런생각했나 싶을만큼 신난다. 그래 바로 이거거덩...하하하
암벽을 타고 내려올때는 자일에 의존해서 바위를 콩콩찍고 내려오는데 난 이것도 정말 좋다. 이런건 좀더 높은 곳에서 내려와야 더 신날듯.ㅎ
부부가 팀을 이루어 등반하는 모습 보기좋다. 젠장 이럴때는 파트너가 좀 샘나네.흥!!
친구는 원래 등산은 좋아해도 암벽등반은 무서워서 싫다고 했었다. 단지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함께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웬걸 한번 해보더니 완존 신났다. 내가 돌아간 후에도 자기는 맨날 하러 올거라고 자랑질하더니만 나중에 연락해보니 아직도 못갔단다.ㅎㅎ
아침 8시에 예약을 해서 우린 일찍부터 산에 올라갔다. 패러글라이딩이 바람을 이용해서 타는지라 가장 좋은 장소가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장소를 정하고 패러를 펴기 시작하는데 점점 가슴이 콩닥콩닥...
패러를 할때 강사가 함께 타는데 동영상을 찍어준다고 나보고 카메라를 들라고 설명을 한다.그리고 일단 열심히 달리라고 하는데 저멀리 낭떠러지가 보여 순간 아찔했다.
달리다보니 어느새 날고 있다. 나는 내가 엎어져 있는 자세로 나는 줄 알았는데 마치 공중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안해서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패러를 조정해 보기도 했다.나중에 강사가 찍은 동영상을 선물로 주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이렇게 샹후스의 시간들이 내가슴에 박혀있다.
여행기를 다쓰려면 아직도 몇 번을 더 써야할듯 싶은데 캠핑카로 떠난 2박3일을 빼놓을 수가 없다.
사실 프랑스의 샹후스로 넘어갈 때 원래 계획은 친구부부와 함께
캠핑카로 일주일넘게 여행을 해보자는 것도 포함이 되있었다.
근데 친구남편 그레구와가 계속 일이 생겼고 우리는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결국 포기해야되나 싶었는데 그레구와가 어렵게 2박3일 시간을 만들었다.
샹후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산악자동차경기가 있기 때문.헉..산악자동차경기라구?
사실 난 이것도 보고싶기는 했지만 그레구와는 산에서 모타 소리 내는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캠핑카 여행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인지라 친구 성현이 파리로 떠나기전날 우린 출발했다.
유럽에는 캠핑카가 일반 자동차 만큼이나 일반적이어서 많은 집들이 하나씩 구비하고 있는듯 했다.
한국에서 캠핑카 하면 돈있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처럼 생각되는데 친구네가 가지고 있는 캠핑카를 보면
그냥 봉고차같은 느낌.
뭐 이곳에서도 캠핑카가 워낙 종류도 많고 새차들이야 꽤 값이 나가겠지만
친구네가 가지고 있는 캠핑카는 중고로 30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한다.
근데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부부의 애마인 이차가 어쩌다 지난겨울이후 좀 문제가 생겨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여기저기 수리를 해도 고쳐지질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내가 도착하기 바로 전에 시동이 걸렸다고 한다.
혹시 내가 에너자이저? ㅋㅋ
우자지간 그레구와를 비롯해서 수리점 아저씨도 지금까지 이차가 왜 고쳐졌는지 이유를 모른다는 거.
덕분에 우린 겁나게 즐거운 여행을 했다.
첫째날은 샹후스에서 멀리 보이던 호수옆에 둥지를 틀고 놀았고 다음날 친구를 보내고는 남쪽으로 달렸다.
친구가 떠난 시간부터 비가 몹시왔었는데 비가없는 곳으로 가자며 구레구와가 달리기 시작했고
우린 대관령 5개를 합쳐놓은 것만큼 거대한 산을 굽이굽이 달리다 마침내 신천지를 찾았다.
구레구와는 이게 바로 캠핑카의 묘미라고.
외등하나 없는 산길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준비해온 쏘세지와 고기를 구워
향긋한 와인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 했었다.
어느새 비도 구름도 사라진 하늘.
나무사이로 딱 별을 구경할만큼의 하늘이 열리고 우리와 마주한 별들은
이내 우리들의 작은 파티에 쏟아져 내렸다.
우리들만의 세상이라고 좋아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차보다 훨씬 큰 캠핑카가 하나 들어온다.
역시 선수들은 다 자리를 찾아내는구나 했는데 이차는 한가족이 왔다.
얼핏 보기에 짚시같아 보였는데 본인들 말로는 아직 짚시수준은 아니란다.
짚시처럼 살고 싶어 캠핑카를 집삼아 떠돌았는데 아이가 학교 갈 때가 돼서 남부프랑스에 정착하려고 가는중이란다.
결국 모닥불은 계속 이어지고 못알아먹는 흥겨운 대화가 밤새 이어졌다.
이날 만난 여자친구는 재주도 많아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했는데
정작 자기가 하고싶은 일은 대마초 캔디를 만들어 파는 거란다.
헐...대마초캔디라니...우자지간 야밤에 계획도 없는 재미난 친구들을 만나
캠핑카의 묘미를 새삼 더 느끼게 했다는.
2박3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어찌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한 일주일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프랑스가 워낙 넓다보니 사실 이런 캠핑카들이 자동차만큼 요긴한거 같다.곳곳에 캠핑카들을 위한 캠핑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식수대와 샤워실 그리고 화장실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어떤 캠핑카들은 거의 집을 옮겨온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별의 별것들을 다싸왔다는.
지혜네 캠핑카는 내부를 부부가 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침대도 꾸미고 위아래 선반을 만들고 가스렌지까지. 원래 이 캠핑카가 3인용인지라 우리 네사람이 타고가는게 적발되면 벌금을 물게되어있단다. 물론 무사히 잘 다녔고 잘 먹었고 잘 쉬엇고.사실 우리도 캠핑카에 거의 지혜네 부엌에 있는 식료품과 그릇등을 모조리 가져온 느낌.ㅋ
바젤에서 가져온 가방튜브가 인기짱이었다. 서로 얼마나 탐내던지 사수하느라 진땀.ㅎ 선물받은 비키니 입고 친구들이랑 정말 깨벗고 신나게 놀았다.사진보고 넘 재밌었으나 야한장면이 많아 여기서는 생략.ㅋㅋ
프랑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공놀이.무거운 쇠를 던져 목표물에 가까이 맞추는 놀이인데 은근히 재미나다.내가 얼마나 공을 못던지는지 실감났던 시간.
3박4일 예정을 왔다가 일주일을 더 연장하고도 아쉬운 마음으로 떠났던 성현이.그녀를 보내고 우린 다시 여행을 떠났다.
비가 몹시 내리자 구레구와는 비가안오는 곳을 찾아 남프랑스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린 비가 내리지 않는 우리들만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만에 해보는 캠프파이어인지. 남은 음식을 하나씩 구워먹고 마시고 별보고 또 마시고....친구를 보내고 잠시 들렀던 수퍼에서 장을 보다가 원래 집에서 먹자고 샀던 포도주가 있었는데 이날 다 아작을 낸거 같다.아마 이포도주 없었으면 우린 정말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새로 손님을 맞이하듯이 꺼져가는 불씨를 모아 다시 모닥불을 피우고...이불이 언제 꺼졌는지 기억이 안난다.
저녁에 우리가 보았던 하늘.나무 사이로 뚫린 하늘이 마치 스크린처럼 수많은 별들을 보여줬었는데...
친구가 만든 빵으로 매일 아침을 해결했다. 빵만들기가 의외로 쉬워서 조만간 나도 한번 해볼참인데 오븐이 없네그랴.
아침이 되자마자 옆집차 언니가 와서 계속 수다를 떤다. 친구말로는 프랑스 사람들 수다가 장난이 아니란다.말을 못알아 먹는 것이 가끔 편하기도 하구나 느낄만큼 정말 말이 많았던 친구. ㅎㅎ 개도 그집 식구다.
600년전에 산이 잘라졌다는 곳.무너진게 아니라 잘라졌다는 표현이 중요한거 같다. 우자지간 온통 거대한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이곳이 관광지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틈만 나면 뽀뽀를 해대는 이것들이 왜 밉지가 않은지...^^
무너진 바위들이 암벽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는제 이날 바로 이장면을 보고 그레구와를 졸라 샹후스로 돌아간 다음날 암벽을 탔다.ㅋ 그 이야기는 난중에.
혼알프스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산들이 라임스톤이라고 해서 석회석이 많은 흙으로 되어있다. 이곳도 역시 엄청난 양의 석회석때문인지 물속의 땅이 마치 시멘트로 마른것처럼 굳어있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레프팅을 하려고했는데 비가 너무 안와서 계곡에 물이 말랐단다.결국 우린 레프팅을 포기하고 남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는 곳을 찾았다.
라임스톤이 많아서인지 호수가에서 보았던 강바닥같은 흙집들이 많다. 천년이 넘은 마을이라는데 어쩜 이렇게 잘 보존이 되어있는지.무엇보다 놀라운건 이곳에 주민들이 계속 살고있다는 거다. 유럽 곳곳에 있는 이런 집들을 볼때마다 한국의 개발문화가 생각나서 자꾸 화가 치민다.
부수고 새로 짓지 않아도 얼마나 이쁘고 좋은가.심지어 우리들도 다 이뻐보인다.ㅎ
저녁에 그레노블 시내로 들어와 저녁먹고 가자고 친구가 음식을 시켰는데 웬걸....이중 하나만 먹었어도 배가찼을텐데 친구는 프랑스에서 정식한번 먹어보는것도 경험이라며 부득블 시켜주었다. 결국 해지기전에 들어와서 3시간이 흐른뒤 우리는 식사를 다 끝낼 수 있었다. 물론 남은 음식은 당연히 많고. 프랑스 사람들 식사 시간 길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많이도 먹어대고 많이도 이야기하고.
이들 커플이 사는 방식이 보면볼수록 맘에 든다. 많이 벌지는 않아도 제대로 쓸 줄 아는 친구들. 큰집은 없어도 세상을 내집으로 만들 줄 아는 친구들. 레드마리아의 이치무라처럼 살기위해 필요한 만큼 일하는 친구들. 그들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참 행복했다.
그리고 쇼킹패밀리를 만들때는 실내암벽을 시작했다가 레드마리아를 시작하면서 암벽등반을 더 이상 즐기지 못했다.
겨우 초보딱지를 면치 못했던 암벽등반은 내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프랑스의 샹후스를 선택했던건 등산과 암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게다가 산악리더인 그레구와는 심지어 전문가가 아니던가.
이런 기대감에 들뜬 나를 위해 그레구와는 헬멧과 비아페라타를 위한 로프를 50살 기념선물로 사주었고
초보딱지를 겨우면한 나에게 다시한번 로프 암벽의 기초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춰진 샹후스에서 친구가 살고 있다는게 얼마나 즐겁던지.
그리고 산악전문가인 그레구와와 결혼해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ㅎ
그런 나의 마음을 이미 간파한 친구가 그런다.
‘난 아무래도 산좋아하는 경순 때문에 이곳에서 사는거 같아’
아웅 지지배 눈치코치맘치 어느것하나 덜떨어진게 없다니깐. ㅋ
우자지간 우리는 그렇게 슬슬 암벽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비아페라타’라는
새로운 이름의 암벽코스를 알게되었다.
비아페라타는 이탈리어로 철의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차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이 산악지대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암벽에 철을 박아 시설물을 만들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우자지간 나는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등반이라 몹시 들떴었다.
보통 암벽등반하면 두명이 팀을 이뤄 한사람이 로프를 잡아주고 한사람은 그 로프에 의지해서 암벽을 타게 되는데
비아페라타는 안전벨트와 비아페라타용 로프만 있으면 혼자서도 등반이 가능한 것이다.
샹후스의 최고봉이 2250미터인데 그정상에 올라가면 바로 비아페라타를 위한 암벽등반 코스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옆으로 길게 가는 코스고 하나는 위로 높이 가는 코스인데 두 번째가 난이도가 좀 높다.
북한산의 여러코스중에 좋아하는 코스가 의상봉 코스인데 짧은 시간에 가볍게 암벽을 많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아페라타 등반코스는 이보다 훨씬 위험하기는 하지만 장비만 있다면 혼자서도 맘껏 스릴있는 암벽타기를 즐길 수가 있다.
친구와 나는 간만에 물만난 고기처럼 비아페라타를 즐겼는데 중간중간 외줄타기 같은 곳이나
직각의 절벽을 수직으로 올라갈때의 아슬한 고비들이 있어 먼저 간 친구를 안데려오기 잘했다고 자위도 좀 했다는.
이곳 샹후스에서는 초보자들이나 단체인 경우 가이드비용을 내고 장비를 대여해서 전문가와 함께 할 수도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장비만 가져오면 무료로 등반이 가능하다.
샹후스에 있을때는 모든 것이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됐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여기저기 암벽할만한 곳을 찾아보니 모든게 돈이다.
암벽장에 가는것도 돈이고 산에 가는 것도 이것저것 경비가 제법든다.
게다가 시간내는 일도 만만치 않아지는 여타의 조건들...그래도 한번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첫번째 비아페라타 코스. 헬멧과 안전벨트 그리고 비아페라타용 로프를 착용하고 드디어 시작.
로프를 암벽에 설치된 쇠줄에 걸면서 올라가는건데 외줄타기에서는 중심이 잘 안잡히는데다가 흔들거릴때마다 팔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좀 고생했다.친구는 이길을 건너면서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그 생각은 바로 다음날 바뀌었다.
1시간반정도의 코스라고 나와있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 10분정도 걸렸다. 뭐...껌이네.ㅋㅋ
내려오면서 바라본 우리간 탄 암벽.
샹후스에는 쥐와 두더지를 섞어놓은듯한 모양의 마르모트라는 동물이 유명한데 이동물을 보기위한 코스도 있다. 바위에 숨어살거나 땅속으로 다니기도 하는 이친구를 만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린 운좋게도 산을 내려오면서 두번이나 봤다.뱀처럼 겨울잠을 잔다고 하는데 우자지간 사진에서 보는것보다 훨씬 귀엽고 등치는 토끼만하다.
암벽을 타고 내려오니 오후의 산도 절경이다. 우리는 저녁 8시가넘어서 집에 도착했는데 이쁘게도 그레구와가 맛있는 피자를 저녁으로 준비해주었다. 부부가 둘다 요리를 잘해서 그건 참 부러웠다.ㅎ
이틀후 우린 다시 두번째 코스에 도전을 했다.첫번째 코스보다 길고 높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많아 역시 체력소모가 훨씬 많았지만 그만큼 스릴이 있어 아주 좋았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맛있는 담배를 피우기위해서가 아닌지...ㅋ 중간중간 쉴만한 곳들이 있어서 간식도 먹고 담배도 피고 절경도 구경하고...
친구는 원래 산을 잘타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의 수준급이다. 아마도 다음번에 다시 찾으면 산악가이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지. 내가 어깨가 안좋은걸 알고 산에 갈때마다 무거운거 다 짊어지고 씩씩하게 다닌 그녀덕에 난 가볍게 폴짝폴짝 했다.
위험할수록 성취감도 좋다. 다리는 좀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뭐...푸하하하
정상에 오르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하늘이 정말 장관이었다. 저멀리 설산과 구름이 겹쳐지니 한편의 그림이 따로 없다.
내려오는길에 비가 내리는데도 우리는 블루베리에 눈이 멀어 한참을 땄다.나무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담배한대 때려주고. 이날 딴 블루베리로 친구가 맛있게 잼을 만들어 싸주었고 나는 요즘 아침마다 그잼을 먹으면서 샹후스의 냄새를 맡는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