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1일 / 22일

<요요상, ‘결혼제도 반대’강연 참석 / 공동농장>

토요일 일정은 세 팀으로 나뉘어서 가기로 했다. 나는 바로 오후에 있을 ‘결혼제도를 알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훈코 씨가 강연하는 곳에 요요상과 같이 가기 위해서 코엔지로 향했다. 코엔지에서 요요상을 만나 함께 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선 그동안 우리 네 명이 한꺼번에 갔을 때 보았던 요요상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우선 요요상 또한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오늘 있을 강연은 자유롭게 40명 정도의 인원이 선착순으로 들어와 무료로 하는 강연이었는데 강연자가 오늘 강연내용과 관련한 내용을 자비로 조그만 책자를 냈는데 이를 읽은 요요상이 관심이 있어 오늘 강연을 참석한다고 했다. 오늘 강연자인 훈코씨는 현재 ‘싱글맘’인데 자신이 경험한(사실 못하는 일본말로 들은 거라 신뢰성이 없지만) 결혼제도가 얼마나 억압적인 제도인지를 이야기했다.

사실 오늘은 촬영 그 자체 내용보다도 일본에서의 촬영이 정말 녹록치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낀 날이었다. 필리핀에서도 말라야 로라스의 할머니들을 찾아온 일본 학생들이나 이날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요요상이 참석한 강연’이라기 보다 강연의 기록촬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촬영 그 자체보다 촬영인물과 더 가까워진 것에 더 의의를 두었다. 강연 촬영 내내 스텝들에게 우리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촬영할 수 있도록 요요상이 도와주었다.

22일 일요일, 도쿄의 동부쪽에 있는 타치가와立川 역 근처에 있는 공동농장에 오늘 요요상과 같이 가기로 했다. 요요상은 사짱(시로우토의 난에서 봤던 머리 긴 분)의 소개로 이번 공동농장에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타치가와는 원래 예전에 미군기지가 있었던 곳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미군이 철수해 있는 상태이다. 경찰이나 자위대가 있는 훈련장에서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미군이 떠나간 자리에도 여전히 소음 때문에 이날 만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쨌든 미군이 떠나기까지 그동안 지역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있어왔다고 한다. 한국의 평택에서도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이 한창 있어왔듯이 타치가와의 미군비행장 근처에 있었던 작은 마을에서 주한미군 재배치라는 문제에 저항했던 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무려 50년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오늘 방문한 공동농장도 이 무렵부터 시작된 것인데, 과거 미군기지가 확장하려는 것에 저항으로 그 땅을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없게 그 땅에 농사를 지은 것이 그 일환이라고 한다.

오늘 공동농장에 온 사람들은 이제 타치가와에 있던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반전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고 전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나이대도 성별도 지금 하는 일도 너무나도 달랐는데 각자 관심이 있는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도 이렇게 함께 한 땅에 같이 농사를 짓게 됐다고 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분이 말했다. 오늘은 따뜻해진 날씨에 맞추어 미리 만들어놓은 비료를 오전동안 뿌리고 흙을 갈고, 그날 모인 사람 중 음식을 싸오신 분이 있어 일이 끝나고 나눠 먹었다. 한동안 파고 여전히 땅에 남아 있는 채소 몇 가지를 각자 나눠가지고 가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밭에서의 일이 끝난 뒤 요요상과 오오구라상과 함께 예전에 미군기지가 있었던 자리에 가보기로 했다. 옛날에 있었던 미군기지 안의 사택들은 현재 사유재산처럼 이용되고 있고 또 일부의 땅은 미군이 살던 사택들을 빌리거나 사는 등 사유재산으로 이용되고 있고 일부는 현재 소년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요요상이 전했다.

아침부터 요요상과 함께 있으면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날이다. 무엇보다도 그 점이 오늘 촬영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