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1일~12일

<코엔지/요요기 공원에서 하룻밤>

드디어 일본에서의 3번째 촬영인물이 섭외됐다. 요요 씨를 만난 것은 코엔지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서였는데, 그 가게는 요요 씨의 소유가 아니라 공휴일에 맞춰 쉬는 가게들에서 식사와 차를 파는 가게를 잠시 빌린 것이라고 할 때 무척 흥미로웠다. 아마추어의 난(素人の乱)이라는 이름의 가게는 지금 요요 씨가 일하는 형태의 가게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과 형태로 12개가 있다고 했다. 요요 씨가 하고 있는 가게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차를 파는 곳이었다. 빵을 만드는 것이나 요리를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요요 씨의 가게에 이날 찾아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마찬가지로 공휴일이라서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요요 씨는 말했다. 특히 이 가게를 찾아온 사람들은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요요 씨는 이런 가게와 같은 활동에 많은 관심이 있어 알바는 최소한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늘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에는 어떤 도움이 될지 불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요요 씨를 촬영하는 것에 더욱 의미가 부여되는 이유는 요요 씨가 늘 예술이나 독립적인 문화 활동을 해오던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시점에서 이런 문화를 접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활동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요요 씨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그날 저녁 요요기 공원에서 하룻밤 자기로 이치무라 상과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곧 만날 것을 기약하고 가게 12호점(素人の乱 12戶店 -이 곳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물건들이나 헌 옷을 이용해 만든 옷 등을 파는 가게였는데 오는 토요일에 이 곳을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다)에 들러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요요기 공원으로 갔을 때는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평소 조용한 낮보다도 훨씬(!) 더 조용한 밤인데다 날씨도 찼다. 경은과 경순은 요요기 밤풍경 스케치를 하고 늦게 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공원 관리 사무소에서 텐트촌과 주변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을 점검하러 나온다고 했다. 특히 텐트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텐트를 일시적으로 철거해야 했는데 계속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촬영이 허가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관리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촬영하는 것 때문에 이리 저리 망을 보고 피해 있다가 다시 촬영을 해야 했다.  관리소의 점검이 끝난 뒤 사람들은 다시 텐트를 세우기 시작했다. 짐을 몇 개 빼놓고 텐트의 지지대를 빼놓았기 때문에 텐트를 철거했던 것만큼 세우는 것도 금방 끝났다.

목요일은 '노라'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이것까지 촬영하고 가기로 했었는데 이곳에 있던 몇몇 분들이 불편해 하셨기 때문에 생각보다 촬영을 금방 접어야 했다. 늘 나 스스로도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이기도 한데 블루텐트촌은 공공장소인 요요기 공원 안에 있지만 엄연히 말해서는 또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곳에서 촬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게 많다. 다른 일본인들이 자신의 집안을 촬영하는 것을 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만큼 이치무라 상과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불편하게 여겨졌을 일이다. 이날 이치무라 상은 메디아르(MediR) 사람들과 함께하는 촬영자와 피촬영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모임을 제안했다. 그리고 우리도 21일 날 있을 모임에 참석하기로 하고 일찍 돌아왔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