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현 코오리야마 시 사토 씨 캠페인 및 집회

지난 2월 1일, 이토 미도리 씨를 따라 갔던 코오리야마에서 만났던 사토 씨를 다시 한 번 찾아 갔다. 사토 씨는 파나소닉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분이다. 18년 동안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그것도 매일매일 장시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견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데, 하루 아침에 계약 해지를 당하자 어렵게 싸움의 결심을 하신 것이다. 그것이 지난 해 9월의 일이었는데, 이런 사토 씨를 지지하는 모임의 부대표인 쿠로다 씨 말씀처럼 파견 노동자 계의 잔 다르크처럼, 현재 일본에서 많은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중대한 이슈인 파견 노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지난번에는 경순과 나 둘이서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모든 스텝들이 버스를 타고서 4시간 거리를 달려 코오리야마에 도착하였다. 가장 빨리 출발한 버스가 아침 8시로, 캠페인이 이미 시작한 뒤에 도착하여 그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역 근처에서 열 명쯤의 사람들이 모여 리플렛을 뿌리고 마이크를 대고 발언을 하는 형식이었다. 그것이 끝나고는 ‘코오리야마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명패가 걸린 사무실 - 그 지역의 이런저런 시민 단체 사람들이 공동으로 쓰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로 이동, 내일의 집회를 준비하는 모습들을 조금 찍고, 사토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사토 씨의 일상을 따라다니는 것도, 레드마리아에서 만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할 수 있었다. (아람이는 그 다음날 필리핀 여성들의 모임 KAFIN 방문 및 이치무라 씨의 246 키친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캠페인만 참가하고 도쿄로 돌아갔다)

이날 밤은 쿠로다 씨 - 이 분은 지난번에 ‘일하는 여성들의 전국 센터’ 총회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아주 좋은 분이다 - 가 안내한 친구가 운영하는 찻집 겸 산장으로 가서 잠을 잤다. 쿠로다 씨는 나이 이야기를 하다가 순식간의 경은의 ‘오까상’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나이가 엄마뻘이라는 이유였지만 경은의 서투른 일본어 발음의 ‘오까상’이 재미있으셨는지 매우 그 호칭을 즐겨 들으셨다.

그리고 2월 8일. 처음에 집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당연히 길거리에서 하겠지라고 예상을 하기도 했었으나, 사실은 노동회관에서 진행되는 집회였다. 일본은 거리 집회를 하는 것이 엄격하기도 하고 또 그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 강연회 및 지지 모임 출범식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예상은 백 명 정도 오겠지 했던 것이 250명이나 모여들어서 주최 측 분들이 매우 감동스러워하며 성공적이라 자평하였다. 특히 그 중 일부 2, 30대인 사람들이 꽤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였는데. 사실 일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나이가 많아서 세대가 이어지지 않은 건가, 하는 아쉬움을 우리들도 그리고 일본의 활동가들도 아쉬워하였는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강화되면서 점점 힘들어지는 젊은 세대들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어 가는 추세가 아닌가 하는 전망도 조금씩 만나게 된다. 아무튼 일본의 파견 노동의 현실은, 파견노동법이 악법으로 작용하여 법제도적으로 압박이 많고, 그에 더해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암울함이 있는 것이다. 다만, 사토 씨처럼 여성 혼자서 분연히 일어서서 싸움이 시작되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가진다. 또 그 분과 함께 활동을 벌여 가는 많은 사람들의 존재도. 일본의 노조가 싸우지 않는 노조가 되어버렸다는 많은 노동자들의 아쉬움으로부터 시작된 활동들이 가진 가능성에서 새로운 운동 방식을 고민하는 장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며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부터 침해 당하는 인간 존엄성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함께 하면서 모여서 이어 가는 이야기들을 계속 해서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날 일정을 마치고 6시 쯤 역에 도착했지만 도쿄로 돌아가는 버스가 밤 12시에 있었기 때문에 역 근처를 배회하며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들을 조금 찍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야간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올 수 있었다. 사토 씨는 2월 중에 다시 한 번 만나서 일상 생활을 찍고, 그 다음에는 2월 28일 - 3월 1일 쿄토, 오사카 등지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날 예정이 있다고 하니 또 거기에 참가해볼까 하는 구상을 가지고 돌아 왔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