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8일 금요일

<KAFIN 사무실 방문/시부야 246키친>

전날 코리야마에서 오후 무렵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내일 있을 촬영을 위해 미리 도쿄로 왔다. 실은 다음날, 그러니 오늘 KAFIN에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갔을 때도 조금 늦었다 싶어 서둘러서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는 필리피나인 메이 씨와 미쉘 씨는 오오타 상으로부터 우리 일행만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많은 필리피나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것을 기대하고 갔던지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과 전에 와서 짧은 간 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다. 특히 메이 씨는 힘들어 하는 와중에도 영어와 일어와 따갈로그어와 비사야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했던지라 기분이 묘함을 느꼈다.

메이 씨는 2000년도에 일본에 와서 스낵바에서 일하는 중에 일본인 남자를 만나 같이 살게 지내게 되었는데, 이후에 비자 만료일에 맞춰 몇 번, 일본과 필리핀을 왔다 갔다 했다. 그러는 와중에 필리핀에 있는 부모와 가족에게 일본인 남자를 소개시켰고, 그간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필리핀에 있는 도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일본에 가 있었던 남자에게 연락했고, 한동안 연락을 자주 했고, 적은 액수였지만 남자는 아이를 위한 돈을 부치기도 했다고 했다. 이후 애가 태어났고 남자에게는 다시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남자의 형제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도 해봤지만 남자가 집을 떠났다는 말밖에 전해 듣지 못했다. 남자에게 섭섭함을 느꼈지만, 지금 일본에 와 있는 이유가 남자 때문이 아닌 자신의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란다. 지금 현재 메이 씨는 같은 베이비 시터로 일하고 있는데 아는 필리피나가 저녁부터 새벽까지 클럽에서 일하는 동안 자신은 그녀의 아이를 돌본다고 했다. 월급이 6만円으로 생활하는데 너무 적은 돈이지만 비자 연장이 되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단다. 어쨌든 그녀는 이렇게 예전부터 지금 일본에 와 있는 이유까지를 설명하기를 자신의 러브 스토리라고 이야기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촬영인물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수다를 떨고 KAFIN 사무실을 나왔다. 저녁에 246 키친을 가보기로 했는데, 이날 문화연대 활동가분들과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이번에 이치무라 상이 최근에 낸 책을 번역했다는 분이 참석하신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갔을 때는 이미 문화연대 분들이 와서 청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리 저리 처음 보는 홈리스 분들(역시나 남자분들만 있어 아쉬웠지만) 일일이 (안되는 일본어로) 촬영 허가를 받고 촬영했다. 역시나 오랜만에 혼자 촬영한다는 것, 상황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혼자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덧붙여 더 어려운 것은 여전히 카메라 스킬이 늘지 않는다는 것(;).

이날 요리의 테마는 한국식 지지미였는데 한 홈리스 아저씨 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열심히 요리를 해, 책을 번역하신 지영 씨는 연신 ‘어딜 가나 남자들은 요리를 잘 안하는데, 아저씨는...’ 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지미 위에 김이며 겨자를 올리는 등 다양한 요리를 아저씨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눈치셨다. 문화연대 분들도 처음 참여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에 함께 했고, 모두들 능숙하진 않지만 일본어로 열심히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도 사람들이 1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이날은 전보다는 일찍 끝나 9시쯤 모임이 파했다.

(예전에는 4명이서 움직이다가 혼자 집에 돌아가려니, 문득 ‘여기가 일본이군’하고 새삼 느꼈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