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로스트 제너레이션' 주최 ‘여성과 빈곤’ 토론회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진 후, 더 이상 안정된 직장과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할 수 없게 된 젊은 세대들 (25세 ~ 35세)을 일컬어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 것을 잡지 이름으로 차용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작년에 창간, 최근에 2호 째 책을 낸 후 ‘여성과 빈곤’ 토론회를 열었다. 시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잡지는 젊은 세대들의 삶의 고민을 녹여내고자 하고, ‘신좌익’이라고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론회가 열린 곳은 도쿄의 아사가야라는 동네의 ‘loft’라는 라이브 카페였다. 공연도 하고 오늘과 같은 토론회도 곧잘 열리는 일종의 대안 공간이다.

패널에 등장한 것이 바로 우리가 요즘 아주 자주 만나고 있는, 요요기 공원의 텐트촌에서 살고 있는 이치무라 미사코 씨, 그리고 예전 ‘일하는 여성의 전국 센터’ 총회에서도 만난 적 있는 쿠리타 류코 씨를 비롯하여 로스트 제너레이션 편집진 및 ‘프리타's free’라는 잡지의 편집인이었다.

꽉 짜여진 토론회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분위기였던지라 딱 여성과 빈곤이라는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각각 나름의 포지션에서 발언을 하는 자리였다. 이치무라 씨는 ‘홈리스 여성’으로서, 쿠리타 씨는 일하는 게 ‘무서운’ ‘독신 프리타 여성’으로서, 주최자는 ‘일하는 엄마’로서 각각의 이야기를 개진하였다. 주제는 여성과 빈곤이지만 패널에 남성도 2명이 참가하였고 이 이벤트를 보러 온 사람들의 상당수 역시 남성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처럼 여자들끼리 빈곤 이슈를 놓고 이야기 할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이기도 했다. 여성의 빈곤 이슈가 어떻게 소통 가능한 이슈가 될 것인가는 또한 두고 볼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한편 들었다. 늘 느끼는 것은 이럴 때는 항상 일종의 ‘번역 작업’이 필요해서, 이야기가 깊숙이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것.

그렇지만 작년에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비롯, ‘프리타's free', 'pev' 등, 젊은층의 목소리를 담은 잡지들이 창간되는 등, 변화한 일본의 경제 상황에서 그 동안 기성세대에게 ‘패기가 없고 나약하다’고 지적당해 온 일본의 젊은이들이 당사자로서 발언하기 시작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만나가야 할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