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일 월요일

<단체 KAFIN 방문/ MediR 방문>

원래는 점심때쯤 목욕하러 가려다가 갑자기 잡힌 일정에 갑자기 챙겨서 나가게 됐다. 일본으로 이주해 온 필리핀 여성들을 위한 단체인 KAFIN의 대표인 아겔린 씨가 내일 두바이와 필리핀을 방문하기 위해 떠난다고 한 것이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니시가와구치 역 근처에서 마중나와 있던 오오타 씨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냐며 아는 체를 해왔다. 오오타 상은 KAFIN에서 (일본인으로서 필리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자원 봉사자이며, 영상물을 만드는 활동도 하고 있다.

도착해서 본 사무실 안은 작고 소박한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KAFIN을 만든 아겔린 씨와 친구 네리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아겔린 씨는 오사카대에서 연구원들이 조사차 두바이에 가고, 일본 사진기자가 필리핀의 플랜테이션 농장을 방문하는데 통역하는 일로 동행한다고 했다. 오오타씨와 아겔린 씨는 우리에게 현재 개호사로 일하고 있고 저녁에는 스낵바에서 엔터테이너로 일한다는 베이비 메이 씨와 역시 개호사로 일하고 있는 메리안 콘노 씨를 알려주었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 중 등록된 필리핀 여성들만 240000명이 있으며 요코하마, 나고야, 사이타마 등지에서 필리핀인 중 70% 여성이 일본 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일본인과 결혼했다가 싱글맘으로 지내거나 가정폭력을 경험했으며 개호사, 엔터테이너,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무실에서 현재 일본인 아이 아버지를 찾으러 온 메이라는 필리피나를 만났는데, 이미 일본에서 지낼 수 있는 첫 비자 세 달을 보낼 동안 아직 애 아버지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를 찾고 아이 아버지가 이를 알아야지 일본의 국적 취득이 가능하고 아이가 보육원이나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메이 씨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뿐이었다. 일본 국적법은 부모가 혼인하지 않은 ‘혼외 자녀’라도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알고 있었으면 국적 취득이 가능하지만 생후 인지했을 경우 일본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이에 대한 국적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국적법에 의해 그 동안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인구는 필리핀에만 해도 수만 명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요즘 이러한 일본인 남성과 일본 국외의 여성이 결혼했을 경우 비교적 엄마보다 아이가 비자를 얻기가 더 쉬우므로 이를 이용해서 그 아이가 엔터테이너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이런 식으로 필리핀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나온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JFC 라는 단체는 일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는 모임이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일자리를 얻기가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학교 선생님을 하던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 가정교사나 가정부로 일하는 사례가 흔히 있다. 홍콩으로 수많은 가정부로, 한국으로는 공장 노동자, 이탈리아로 베이비시터로, 일본으로 엔터테이너로 많은 필리피나들이 이주해가고 있다. 필리핀에는 미국과 같은 영어권 나라로 나가기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아시아의 미국인 일본 또한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현재 KAFIN의 사무실에서 거주하는 필리피나는 3명이 있는데 그 중에는 동생이 가정폭력을 겪었는데 이유인즉슨 일본인 남편이 그 사람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서 현재 병원에 있다고 했다. 또 한 명은 필리핀에서 가정이 있는 일본인 남자를 만났는데 이 일본인 남자가 일본에 돌아가서도 자신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힘들게 생활하는 중에 결국 일본으로 남자를 찾으러 왔었고 결국엔 남자를 찾았으나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현재 사무실에는 살지 않지만 이 사무실을 왔다갔다 방문하는 사람은 25명 정도가 되며 명부에는 50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서둘러 자리를 떠야했던 아겔린 상을 보내고 우리도 사무실을 나왔다. 역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잠깐 역 근처에 스낵바와 같이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상점을 둘러보기로 했다(일본에는 유리집이 없다고 한다). 생각보다 곳곳에, 많은 스낵바들이 있었고, 또 많은 외국인들도 볼 수 있었다. 이중에는 눈에 띄게 중국인이나 필리핀인들도 보였다.

이날 오랜만에 만난 필리핀 사람들 때문에 느낀 (의외의) 반가움도 반가움이지만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은 이슈들이 필리핀 이주 여성들과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복잡한 생각도 한꺼번에 들었다. 

저녁에는 MediR이라고 하는 일본에 있는 미디어센터를 들렀다. 그곳에 있는 분들에게 우리의 영화를 소개했고 프리뷰를 도와줄 분들을 만나 테입을 드렸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