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13. 7. 20. 02:10

그제 저녁 밤늦게 갑자기 성노동권리모임 지지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날인 19일에 스웨덴에서 남편에 의해 살해된 성노동자 쟈스민을 추모하기로 했다고

경순이 알아야 할 것같아 연락을 했다고.

어머 고맙다 얘.당연히 가야지 하고는 나는 쟈스민과 도라에 대한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이기사는 한국에 소개될리 없고 트윗이나 페북을 통해 그나마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쟈스민은 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위해 로즈 얼라이언스라는 

스웨덴성노동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성노동자라는 이유로 두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겼고 아이를 다시 찾기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결국 남편으로 부터 살해를 당했던 것이다.

이에 얼라이언스의 활동가들 뿐아니라 유럽과 전세계의 성노동자들이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19일 스웨덴대사관앞에서 항의추모제를 개최하기로 했고

지지의 회원 몇몇이 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역시 성노동자인 그녀들은 스웨덴 대사관까지 나갈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의 성노동자들의 권리운동도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기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동안 살해된 성노동자들이 꽤 많고

그것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적이 별로 없다.

누군가는 죽어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만큼 이들에 대한 사회적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

그러니 이들도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에 당할 여러가지의 피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해서 그녀들은 집에서 조용히 모였고

그렇게 모인친구들은 고작 세명.

준비물을 하나씩 사들고 온 이들은 쟈스민과 도라를 추모하기 위한 

여러가지 피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묘한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인 행사도 아니고 밖에서 누군가 보아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문구를 만들고 피켓을 도안하고

준비해온 케잌으로 조촐하게 추모를 하는 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ㅎ

처음 써보는 카메라 파나소닉 GH3로 처음 그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 매우 기쁘지만

메뉴얼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DSLR의 줌이 어색해서 

이래저래 찍혀진 그림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을거 같다.

사무실에 돌아오는길에 빨리 그림을 보고싶어 안달이 났으나

잠을 거의 못자고 나간 나는 그림을 보는 대신에 가방을 던져놓고는 곯아떨어졌다는 야그.


서너시간 자고 일어나 백업을 하고 찍힌 그림들을 이제사 하나씩 본다.

걱정했던 오디오도 잘 들어왔고 그림의 색깔이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다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본다.

문구를 만들면서 말이 너무 운동권스럽다고 구박하기도 하고

영어로는 이말을 어떻게 쓰는거냐고 서로 확인도 하고

아래층의 세입자와 부딪히는 이야기를 하며 뒷다마도 까고

서로 이쁘게 꾸민 디자인을 보면서 칭찬도 하고

케익에 촛불켜고 둘러앉아 서로의 추모사를 이야기하며 진지해지는 

그녀들의 작은 연대를 보며 이들을 찍고있는 나자신이 행복해졌다.

그들은 나와 너무도 똑같고 너무도 비슷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물론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나보다 훨씬 소셜네트워크에 강하고

나보다 연애도 한수 위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들에게 낙인을 누가 찍는가.

왜 그들을 그리도 싫어하는가.

끝이 나지 않을 질문은 천천히 풀어가보자.

 

기사/성노동자 살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문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1238


쟈스민이 활동했던 성노동자 단체 로즈얼라이언스 

https://www.facebook.com/RoseAll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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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2013. 7. 13. 03:56

월요일에 사무실로 짐을 옮겨놓고는 뭐가 그리 바쁜지 어제저녁에야 사무실에 왔고 

내내 이곳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이것저것 책상배치를 다시하고 집에서 가져온 컵이며 책이며 촬영장비들까지 이것저것 정리를 해놓으니

비로서 내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공간과 익숙해지는 사이 시간은 금새 새벽이 되었고

내일 일정을 생각해서 자야하는데 결국 뒤척이다 다시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지금이 바로 내가 태어난 날 태어난 바로 그 시각이다.

태어난 날은 기억을 해도 태어난 시간은 별로 신경쓰지 못했었는데

문득 이 새벽에 태어난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며칠전 엄마가 병원에서 니 생일날 퇴원하려고 해.

마치 나를위해 퇴원을 하는 것처럼 말하길래 내가 그랬다.

아니 내가 생일날까지 엄마하고 놀아야 된단 말이야?

다행히도 엄마는 며칠전 퇴원을 하게되서 엄마랑 하루종일 있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이 새벽에 태어났다 생각하니 새삼 나보다는 아기를 출산을 했던 엄마에게

더욱 의미있는 날이 아닐까 싶다.

날이 밝으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애낳느라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그리고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공간이 달라져서일까 생각하는 것도 색다르긴하다.ㅎ

집에 있었으면 벌써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 야식을 해먹고

잠이 안오는 핑계로 영화도 몇편 봤을텐데 말이다.

내리 퍼붓던 비가 조금 조용해졌다.

빗소리가 조금 잣아 들었는데 뛰어나가 맥주라도 한 캔 사다 먹을까....

그래 맥주한캔 마시면서 일년간 이 공간에서 부지런히 찍어나갈 이야기들을 

좀 더 머리속에 굴려봐야겠다.

아 밤새면 안되는데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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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7. 8. 13:24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영화창작공간에 다시 들어가게되었다.

2008년 레드마리아를 시작할때 처음1기로 영화창작공간의 디랙터스존에 들어갔고

다시 프로듀서존에서 영화의 후반작업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레드마리아를 만드는 사이 그곳에서 잼다큐강정을 기획했고

제작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영화창작공간은 나에게 큰 기여를 한셈이다.

그렇게 이번에도 레드마리아2를 그곳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어찌나 감사한지.

심지어 방도 창문이 있는 환한방으로 추첨이 돼서 기쁨이 두배.ㅎ


그래서 나는 편집기와 자료들 그리고 프리터를 비롯해 여타의 짐들을

옮겨야 해서  결국 그동안 미뤄왔던 청소까지 부득이 하게되었다.

일년이 넘게 나의 공간이 되어주었던 이 작고 허름한 공간을 비운다고 생각하니

웬지 이 지저분한 물건들을 치우는게 아쉽기까지 한다.

치우다보니 별게 다 나온다.

언제 죽었는지 모르게 이미 박제가 된 바퀴벌레부터

커피원두 알갱이 그리고 그렇게 없을때는 찾아도 안나오던 담배며 라이터까지

숨은 보물 찾기 하듯이 이것저것 책상위에서, 아래에서 발견이 된다.


사무실이 없는동안 이곳에서 정말 많은 일을 했던거 같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친구들과 놀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기획안을 만들고,

또 아무리 피곤한 일이 있어도 이곳에만 안착하면 

모든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은 휴식처가 되기도 했던 공간.

이 공간을 수림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자기공간이 없어서 늘 침대위에서 온갖 물건을 늘어놓고 뒹굴던 그녀에게 말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아니 무엇을 하겠지.

근데 갑자기 집에와서 내공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왜케 서운한지.


결국 사무실에서 먹자고 싸놓은 커피드립세트를 다시 풀러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을

다시 내려 놓는다.

옮기려 했던 오디오도 그대로 두기로 한다.

여행이나 촬영 다닐때 쓰던 커피분쇄기와 모카포트는 집에서 쓰기로 하고

사무실에서는 늘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가기로 한다.

그렇게 이것저것 챙기고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

결국 병원가는건 패스하고 하루 진종일 이일을 해야하지 싶다.

고작 책상주변을 정리하는건데 이사가는 것처럼 마음이 분주하다.

저녁쯤 친구가 와서 짐을 옮겨주기로 했으니

아직 다섯시간은 남았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이 공간을 기념하면서 한 장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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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7. 3. 15:04

지난주 카메라를 빌려서 레드마리아2 첫 촬영을 했다.

재미있게도 레드마리아의 첫 촬영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성노동자들이 시작.

물론 그때와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집창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노동자를 내세우는 집회도 아니고.

이번에는 그냥 성노동자를 지지하는 모임 지지에서 주최한 '안전한 섹스,즐거운 섹스.

대중들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행사를 생각하다가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단 테스트 촬영을 해보자고 나갔는데

의외로 쓸만한 이야기가 있어 그냥 첫 촬영으로 기록을 하기로 했다.


레드마리아2를 기획하면서 이번 촬영은 오래전부터 나름 빵빵하게 제작 워크플로어를 구상했었다.

체력적인 조건과 카메라 기기의 다양화 등을 고려해서 촬영 감독을 기본으로 나름 괜찮은 카메라를 

눈여겨 두었었고 나를 대신해서 무거운 짐들을 같이 보조해줄 카메라보나 조연출을 생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정작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고 지원을 받기 시작했지만 전체 예산을 고려해서

그런 인건비와 장비를 쓸만한 계산이 안나온다.

가장 난감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보기에는 그래도 많아보이고

당사자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지점의 예산이 눈앞에 있을때다.

심지어 쓸 수 있는 항목과 쓸수없는 항목이 내가 필요한 지점과 전혀 교집합이 안나오는 상태.


그래서 몇주일 머리가 꽤나 아팠다.

대체 어떻게 워크플로어를 다시 짜야 정답에 가까운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국내 촬영도 아니고 다시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하며 찍어야 하는 이 국제프로젝트를 말이다.

사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혼자서 하면 된다.

가장 저렴한 카메라와 가장 가벼운 장비를 구비해서 가장 손쉬운 자신의 몸을 활용하는 것.

물론 몸이 예전처럼 최고의 상품에 도달할 만큼 질이 좋지는 않다는게 좀 걸리긴 한다.

그래서 요즘 몸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몸만드는 비용이 장난 아니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건비를 쓰는 것보다는 적다는게 참 슬픈일.


꼬질꼬질하게 생각하면 이것저것 더 머리 아프고 답답해서 마인드를 바꿨다.

너 처음 영화찍을 때를 생각해봐.가장 싼 카메라와 가장 싼 마이크로 뛰어다녔지만

니가 원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잖니.그러니 이번에도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해 보렴...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니 웬지 흥분까지 된다.

그래 나에게 맞게 시작하자.

부풀리지도 말고 오바하지도 말고 그냥 지금 딱 할 수 있는 만큼의 방법을 찾자.

가장 작고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 할 수 있는 워크플로어를 고민해 보자.

물론 그 비용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적어도 원래의 비용과 스트레스는 대폭 줄일 수 있을듯 싶다.

며칠전 그에 걸맞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봐두었다.

빨랑 그것들을 손에 쥐고 세상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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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6. 21. 13:06

산다 텀블벅이 10일 남았는데 아직 반도 안찼다.

생전 처음 해보는 텀블벅에 그동안 담담했던 미례도 마음이 급해진듯 하다.

딴건 몰라도 제작비 걱정만큼은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많은 이의 부담을 담보로 가능한 일이다보니 조금씩 힘이 빠진다.

명색이 총괄피디인 나는 모자란 돈을 막판에 껴맞추기위해 

부도일보직전의 카드라도 메꿔보자고 어제 그제는 돈까지 빌려 카드를 막았다.

막기는 했으나 이미 포화직전의 카드로 빼 낼 수 있는 돈은 얼마 안되네.


심지어 요즘은 베를린에서 날아와 두달간 빠듯한 일정으로 편집을 해야하는 편집감독 나리도 

여기저기 문자 날리느라 정신이 없다.그녀도 얼마전 나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아무래도 텀블벅 돈을 막판에 메꾸려면 카드로 막아야 할거 같아서 자기도 카드 한도를 열심히 늘리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 다들 제정신이 아닌채로 여기저기 자신의 부담을 보험으로 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따른다.

얼마전 나리가 일때문에 만난 꽤 유명한 모 상업영화 감독에게도 산다 텀블벅 후원을 요청했다가

그니까 구걸하러 온거군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알겠다고 말한 그 감독은 만원을 입금해 주었다.


우리에게 만원은 참 고마운 돈이다. 

하지만 그 만원이 누구로부터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냐는 꽤 다른의미를 갖는다. 

결국 그녀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고 이네 그 이야기는 우리 제작진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단지 만원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영화를 보는 그들의 시선에 화가 난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고 그 마음도 감사하다.

생전 처음 텀블벅 후원을 해보는 그가 회원가입하고 로그인 하고

돈을 입금하는 과정은 역시 똑같은 수고를 거쳤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동안 후원을 해주신 분들의 명단을 하나씩 보자면

감동스러움이 더욱 많다.

카톡이나 문자를 받고 선뜻 응해주신 분들도 있지만

알아서 작지 않은 돈을 투척해준 분들도 꽤 많고 

은행으로 후원하고 다시 또 텀블벅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산다뿐만 아니라 다른 텀블벅 후원을 10개씩이나 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나보다 더 텀블벅이 목표달성 하기를 기원해 주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참 배우는 것도 많은게 역시 돈은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게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


종종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남의 돈을 쓸때는 10원짜리 동전하나도

거져 들어오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후원금을 받을 때는 더더욱 신경이 쓰이고 더더욱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제작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는 일은 정작 제작보다 더한 스트레스로

작업에 지장을 준다는게 참 씁쓸한 일이다.

작업만 집중하겠다던 미례가 안되겠는지 작업 사진을 바로바로 올려보겠다고 최근에 스마트폰까지 사고

나름 페북과 산다카페에 열심히 글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10일 동안은 그녀의 편집기의 한트랙은 이곳에 집중된 고민이 가득할테니 말이다.


가끔 너무 고민이 많을때는 그냥 놓아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나만의 문제가 아니니 그러기도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서 10일간을 달려야 할지 일단 커피한잔 마시고

찬물에 샤워 한판 때리고 고민해보자.

그리고 혹시 종은 방법이 있다면 바로바로 연락해 주시기를...


<산다 2013> 텀블벅 후원하기 https://tumblbug.com/ko/sanda2013 

<산다 2013>페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2013Sanda

<산다 2013>카페 바로가기 http://cafe.daum.net/sanda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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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5. 9. 11:17

몇일전 아는 선배와 술자리를 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하지 않던 그 선배는 우연히 나를 만나 레드마리아를 보았었다.

보고나서 감상평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정말 오랜만에 그 선배와 술자리를 했던 것인데

우연히 레드마리아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선배의 말은 사실 영화를 본 후 후유증이 좀 오래갔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는데 계속 머리에 맴돌아 결국은 와이프에게 상상마당에서 상영을 하니

동네 아주머님들과 가서 한번 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더니만 아주머님들이 영화를 보며 펑평 울었다고 했다며

자기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것이 여성에게는 보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여성에게 다 보이는 건 아니야.여성들이 보고싶지 않은 이야기가 의외로 많고

그래서 레드마리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게 많아서 보지 못하는거 같다고. 그랬던거 갔다고...

나는 남자사람인 선배가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것이 너무나 좋았다.


가끔 아주 가끔....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우연히 아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오고

그 작은 이야기가 조용히 나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나 말이야 레드마리아 2 준비하고 있어.

그 영화는 머리아프지 않고 명쾌할거야.

그 말을 하고나니 언젠가 기획안의 초안을 쓰며 보여주었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난 잘 모르겠어.그냥 몇일간 머리가 아퍼 죽는줄 알았다니까... 

하긴 그친구는 쇼킹패밀리 때도 레드마리아 때도 늘 그런말을 하긴했다.

근데 왜 자꾸 그 친구에게 보여주는건지...ㅎ

친구란 참 묘한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늘 지지해 준다는걸 알기때문인지도.

우자지간 그렇게 슬금 슬금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4. 27. 11:17

새로운 기획안을 쓴다는건 참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다.

또 한번의 새로운 인생을 접하는 순간이고

가장 많은 공부를 하는 시간이며

온몸의 세포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매번 아니었다는걸 온몸으로 체감하며 경험했음에도

시작은 다시 작은 혁명을 꿈꾸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지금도 꿈을 꾼다.

썼던 기획안을 다시 보고 또 고쳐내려가면서

쓰여진 마음처럼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 질 날을 꿈꾸는 것이다.

한달전 1차로 제작지원서를 내고

다시 2차로 지원할 곳을 찾기위해 기획안을 다시 꺼내본다.

순간 뭉클하다.

언제 시작될지 알 수없는 이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완성되어 모습을 드러내겠지 하는 마음.


근데 순간 불안한 마음도 없는건 아니다.

지난했던 지난 작업들의 긴 시간들이 오버랩되면서

잊고있었던 많은 일들이 떠올라 조금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 고민했던 시간들이

정작 촬영을 하고 영화를 고민했던 시간들 만큼이나 길고 험했던...

그래서 영화를 찍을때는 각오가 필요하다.

다시 그렇게 그만큼 뛸 자신이 있는지.


근데 꼭 그렇게 해야만 해? 그것보다는 좀 다르게 갈 순 없어?

속으로만 속타는 고민들과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지만

결국 현실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이성적 판단이 감정을 누른다.

그리고 다시 기획안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지만

그렇게 흔들린 마음은 쉽게 정돈되지 않는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이렇게 짠한 것일까.


안되겠다 커피를 마셔야지.

열심히 적당한 온도에 가장 맛있는 커피를 드립해야지 하면서 정성을 쏟았지만

커피는 영 맛이 없다.

향기는 어디로 갔는지 쓰기만 하다.

쓸 때도 있는 것이지 그냥 마셔.

투덜거리다가 여기저기 바닥에 널린 빨래거리들에 눈이 꽂힌다.

온갖 빨래들을 뒤져 세탁기를 돌리고

담배를 한대 물고 다시 커피 한모금.

웬지 맛이 한결 부드럽다.


천천히 썼던 기획안을 들쳐보기 시작하는데

다시 마음이 콩닥콩닥.

그래  다 잘될거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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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4. 10. 13:15

제작발표회는 상업영화나 TV드라마에서는 자주 하는 일인데 독립영화쪽에서는

거의 하지 않던 종목. 웬지 거창해 보이고 돈도 많이 들거 같고 설사 한다해도

관심갖고 와줄 기자들도 없을거 같고...뭐 그런저런 이유에서인지 제작발표회는 

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았었다.

하지만 늘 스포라이트를 받는 상업영화보다 그렇지 못한 독립영화가

더더욱 제작발표회가 필요한건 아닌지.


여기저기 제작지원을 한다고 해도 누구나 원하는 규모의 제작비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것도 아니고

뚜껑을 열기까지는 그누구도 관심이 없다가 개봉이 되어서야 그것도 개봉된 몇편의 영화들 중 좀 뜬다하는

영화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비평이든 호평이든 반응이 있다.

그러니 그런 반응은 고사하고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모르는체

제작을 묵묵히 하는 수많은 감독들은 외롭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해야하는 이 구조는 

그래서 치열하고 고통스럽고 눈물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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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28. 18:31

머리속에만 빙글빙글 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니 남은건 책밖에 없네.

10일간 20여권의 책을 사서 공부를 한거 같다.

어떤책은 사고보니 이미 가지고 있는 책도 있었고

어떤책은 한페이지를 위해서 보기도 했고

어떤책은 서문만 읽은 것도 있다.

그래도 기획안을 써내려가는데 충분히 근거가 되준 책들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치 영화 한편을 벌써 다 만든것처럼 진이 빠지고 조금 허탈하다.

결국은 제작비를 위해 써내려간 이야기고

그 이야기들은 본격적인 촬영을 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변신을 하겠지만 일단은 마음이 다르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그 출발점에 서있는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

이제부터 좀 더 차분하게 다시 사다놓은 책들을 들여다 봐야겠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16. 02:24

오늘 따라 약속이 많았다.

아침 8시에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 담당의사를 만나 교통사고 진단서를 의논하고

11시에 영상교육 개인지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3시에 영화 산다 기획회의를 한후

7시에 한예종 교강사모임에 갔다가

대충 늦은 시간 제주도에서 올라온 재미교포 친구 유니를 만나야했다.


하지만 나는 8시는 이미 패스를 하고

한참 넘은 10시쯤 영상교육을 받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잠이 깼다.

두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두리번 거리다가 잠이 깨고 대충 약속장소에 가는 습관이 있는지라

10시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잠이 부족하다.

30분은 더 자야 뭔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

결국 30분을 더자고서야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인건 약속 장소가 한강에서 촬영실습을 하기로 했다는거.

대충 이만 닦고 눈꼽만 대충 정리한후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달린다.

이것저것 촬영에 대한 기본을 설명하고 실습을 하는데

병원에 왜 안오냐고 전화가 장난이 아니다.

결국 만나서 해결해야 할 일을 중간중간 전화로 여기저기 문의하고

또 전화를 받는다.

바쁜 와중에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결국 추위를 핑계삼아 한강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오손도손 후루륵 먹어치우며 촬영의 팁을 몇가지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하는중에 계속 전화가 온다.

오늘 마지막에 만나기로 한 유니가 영어로 계속 카톡질이다.

일하는 중이라고 짧게 영어로 보냈지만

성에 안차는지 보이스톡 전화가 온다.

윤이는 한국말 쓰기가 힘들고

나는 영어로 쓰기가 힘들다.

촬영을 제대로 하는지 힐끔거리다 

결국 영어로 문자쓰기 힘들어 전화를 한다.

미안해서 어쩌니 내가 오늘 아무래도 시간이 안될거 같아.

우리 경묵이 집들이 할때 보면 안될까

하지만 친구는 그때는 자기는 서울에 없단다.

근데 어쩌냐 저녁에 교강사모임에 갔다오면 나는 녹초가 될꺼 같은데.

이래저래 주절거리다가 결국 다음에 보자고 했다.


전화를 끊고 촬영포인트를 바꾸는데 다시 전화가 온다.

영화 산다의 감독 미례다.

난데 오늘 kt총회끝나고 집으로 가는중인데 그냥 너희집에서 볼까?

우리집에서 보는건 좋은데 내가 한시간후에 병원엘 가봐야 할꺼 같아.

아침에 가야하는데 못가서 오늘 퇴근시간 전에 가서 의사를 만나봐야 해.

그래서 울집에서 보면 나는 나가야 하는데 너희는 어쩌냐.

결국 다시 미례집에서 보기로 하고 약속시간 30분전에

교육을 마치고 열라 자전거 패달을 밟는다.

집에 도착하니 커피한잔에 숨을 돌리고 싶어진다.

결국 약속시간에 미례집에 갔다가 병원에 가기는 힘들거 갔다.

그 시간을 절약해서 커피한잔으로 잠시의 휴식을 취하려는 순간

다시 미레가 전화한다.

야 나 망원동지나려는데 너 어디니?

응 나 지금 집인데....


결국 설레발 떠는 사이 그들은 집으로 왔다.

집에서 한시간만 회의를 하고 찢어지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엄마가 계속 전화질이다.

간병인 오늘 돈줘야 하는데 입금했니?

아니 자기가 주는 것도 아니면서 웬 왕비자세?

하지만 목소리는 이쁘다.

거시기 엄마 내가 지금 밖이라 집에가면 바로 입금할게 하면서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거짓말 하는 사이 사이 속으로는 열라 돈을 어디서 구하나 머리가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 회의 시간에 교통사고 보험금 처리에 대한

긴급지원을 받아 병원은 패스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를 빨랑 끝내고 교강사회의에 참여해

오늘의 화끈한 메뉴 양고기집을 갈까 하는데

이미 시간은 7시다.

결국 이번에 같이 강의를 맡은 미례와 눈빛을 교환한후

교강사회의도 패스다.

그리고 바로 그직후 귀신같이 김동원 선배가 전화를 한다.

야 뭐하냐?

거시기 엄마 교통사고 문제로 이리저리.....


뭔소린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들 돌아간뒤 꾸역꾸역 책상에 안자 구상하던 기획안을 펼쳐놓고 자료를 뒤지는데

갑자기 냉장고에 있는 동태가 생각났다.

그리고 제작팀 양미가 가져온 국화주가 생각났다.

하루종일 밥알이 배속에 들어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쌀을 씻고

저녁에 사들고 온 무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저깨 사다놓은 미나리도 생각났다.

가스불을 켜고 무와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팔팔 끓인후

동태와 마늘과 고추를 넣어 다시 팔팔 끓인후

미나리를 듬뿍 넣고 새우젖과 고추가르를 뿌려 다시 한소끔 끓여내니

맛이 일품이다.

끓이는 사이 밥이 익는다.


집에서 제일큰 대접에 동태국 한그릇을 푸고

밥한그릇을 푸고

그옆에 국화주 한잔을 올려 놓으니 고루고루 따뜻한 향이 코를 후비지 뭔가.

게 눈 감추듯이 동태국이 사라지고

밥알도 사라지고

또 한 그릇을 떠온다.

갑자기 세상을 다 가진듯한 이 느낌은 뭐니.

우자지간 밥그릇을 비울즈음

뭉개 뭉개 뭉개 했던 기획안의 실마리가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산만했던 하루가 보람찬 하루로 마무리 되는 느낌.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