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나린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따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과 후 교실'의 선생님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도시 아이들과 달리 그것이 쉽지 않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방과 후 교실을 하고 있는 학교가 꽤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이 '영어' 선생님을 하는 경우를 방송에서 보여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제나린이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특히 우리가 촬영했던 이 날은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오고 학생들의 학부모가 참관하는 공개수업 형식으로 진행된 수업이었다. 그 때문에 며칠 전부터 잔뜩 긴장했었다는 수업 당일, 너무나도 큰 목소리(!)로 매끄럽게 수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모두가 재밌게 수업을 들었다. 장학사도 학교 선생님들도 칭찬 일색인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늘 상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단어가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다문화에 대한 논의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칭찬하는 가운데 제나린이 좀 더 ‘완벽한’ 한국어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결국 한국의 자녀들을 잘 키워내는 것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이 영어 교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소개하는 어느 방송을 보는 것만큼 나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지금 한국 사회에서, 교육에서 다문화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부분은 ‘영어’처럼 ‘우월한 문화’이거나 혹은 ‘다문화 페스티벌’처럼 보여주기 위한 상품 같은 것이었나 싶어서였나 싶었다. 재미있게 수업 듣다가 생각에 잠기게 되는 대목이었다.

어쨌거나 6월 29일 햇수로 한 해가 지나고 거의 반 년 만에 평택의 민성노련을 찾았다. 레드마리아 첫 촬영이 바로 민성노련에서였다. 이것의 의미가 특별한 것은 레드마리아 시작한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해서다.

올 해 민성노련에서 치르는 성노동자의 날은 작년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잔치 국수를 만들어 먹고 성노동자들끼리 집회를 갖는 대신 민성노련과 네트워크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희영 위원장이 늘 말하는 거지만 임원진들의 활동이 부진하고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 바뀌는 바람에 민성노련의 운영이 힘들어졌단다. 그래서 오히려 간담회에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희영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중에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도 와서 이희영 위원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 성노동자의 날은 작년보다는 조촐하게 끝났지만 여러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