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상암동의 사무실을 대학로로 옮기고 나서 거의 매일 같이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그러고 있노라면 일본이나 필리핀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촬영을 나가는지라 하루쯤 쉬었으면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중간 중간 잡히는 촬영 일정이 오히려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이 얼마나 간사한 마음인지!) 어쨌든 최근에 촬영하고 있는 인물들은 제나린과 기륭 조합원들이다.

일본 촬영을 마치고 국내 촬영을 시작하게 되면 어쨌든 ‘기륭 조합원이 머물고 있는 컨테이너에서 하룻밤 보내기’가 아주 분명하게 정해진 촬영이었는데, 드디어 이날 하게 되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주였다. 마침 비 내리는 날 빗물로 설거지를 했는지 컨테이너 밖에 그릇이 쌓여 있었다. 이날은 아기를 낳고 최근에 오랜만에 다시 컨테이너를 찾은 화숙 언니도 보였다. 종희 언니가 아기랑 놀고 있었고  김소연 분회장은 바빠서 저녁 늦게 온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늦게 김소연 분회장이 왔고 간단한 술자리를 갖고 뜨뜻한 컨테이너에서 그날 다섯 여자가 줄지어 빽빽이 잠을 잤다. 다음날 여전히 그렇듯 기륭신사옥 앞에 가서 플랜카드를 걸고,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김소연 분회장은 출근 길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 앞에서 피켓을 들고 출근투쟁을 했다. 마찬가지로 이날도 비가 내렸다. 오늘같이 일인시위를 하거나 선전을 하거나 번갈아 가면서 출근투쟁을 한다고 했다.

늦은 아침이었지만 출근투쟁이 끝나고 모든 조합원들이 컨테이너로 돌아가 아침 밥을 먹었다. 컨테이너에 남아 있었던 윤종희 언니가 만든 맛있는 멸치볶음과 엊그제 만들어 놓은 밀가루 반죽으로 전도 부쳐 먹었다. 우리까지 열사람이 빼곡하게 앉아 밥을 먹었다. 그 어찌 맛있는 밥이 아닐 수 있겠는가. 소견이지만 난 어쨌든 그런 분위기가 몸서리쳐지도록 좋다. 이날은 기륭 조합원들의 회의와 김소연 분회장의 회의참석 모습을 간단히 촬영하고 마쳤다. 앞으로는 컨테이너에서의 기륭조합원들의 모습을 많이 담게 될 것이다.

그 주 토요일, 오랜만에 제나린의 집을 찾았다. 제나린이 신태인에 있는 아파트에서 예전에 시어머니가 살았던 정읍에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한 뒤였다. 이번에 모내기철이었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우고 앞마당에 있는 작은 텃밭에는 토마토며 가지, 고추가 심어져 있었다. 맑은 날씨도 내리 이어졌고, 오랜만에 온 제나린 집에서는 촬영이 아닌 휴가 온 기분마냥 3일을 편하게 지냈다. 경은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또 경순은 액션영화들을 오랜만에 보는 TV 앞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냈다. (맨날 TV만 본 것은 아니니, 부디 오해 없으시길)

원래는 제나린을 필리핀 촬영인물 중에 한 사람으로 섭외를 했지만 이후에 한국 촬영인물 중 한 인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문에 한국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이 더 필요했다. 어쨌든 계속해서 이번에 모내기를 시작으로 농사일을 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담을 예정이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