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5일~6일

<방마리아 어머니 일상> 

10시쯤 혜진의 사무실 출근 시간에 맞춰 카나가와 시티 유니온 사무실을 방문했다. 도착하자마자 방마리아 어머니께서 도착하셨고, 통화업무를 보신 뒤, 밖에서 볼 일이 있다고 하여 얼마 되지 않아 사무실을 나왔다. 8년 전, 마리아 어머니의 도움으로 비자를 얻고 수술을 할 수 있었다는 분으로부터 2주 전에 전화가 와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혜진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경은도 사무실 주변 일대를 돌며 사진을 찍기로 하고 나와 경순은 할머니의 업무를 쫓아가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두 시간 걸쳐 떨어져 있는, 무려 전철을 5번 정도 갈아타고 일본에서 난생 처음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리구치(정확치 않음)라는 곳에 도착했다. 근처에 와서 마리아 어머니를 보자마자 달려오신 분은 울면서 마리아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16년 전 한국에서 일본으로 와서 일을 했는데 8년 전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서 입원을 했는데 심장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란다. 그런데 당시에 오버스테이인 처지인데다가 입원비가 없어서 힘들어진 차에 지금의 재일교포인 남편을 통해서 마리아 어머니를 만난 것이다. 8년 전 그렇게 도움을 받고 나서 어떻게 연락할까 고민하다가 이제야 연락을 한다며 굉장히 미안해했다. 도착한 조그만 아파트에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고 시어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정기적으로 시설에서 지내실 때가 있다고 했다.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한국 이주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방마리아 어머니 덕분에 받았다는 비자와 장애인 할인 택시권과 생활보험 카드 같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그곳에 가기는 두 시간이 걸려서 갔는데 머문 시간은 채 1시간도 안 돼서 금방 나왔다.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가 집에 손자와 아들이 와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갔다. 이전에 어머니 댁에서 회를 얻어먹지 못한 내가 대표로 오늘 먼저 어머니 댁에 가있기로 했다. 18살 때부터 뱃일을 해 오신 아버지(방마리아 어머니 남편)가 가르쳐 준대로 열심히 스시를 만들어 먹고, 옛날 사진을 꺼내서 보여주시더니, 옛날 애인이었다며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를 틀어주셨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온 경순, 경은, 혜진이 오고 노래방 기계를 틀고는 다들 춤을 추고(예전에 필리핀 부클로드 세미나 마지막 날 밤 춤 출 때도 그렇더니 이번에도 경은이 제일 신나서 춤을 췄다) 아버지는 그 열기를 이어 노래도 열창하셨다. 이렇게 혜진이 촬영에 함께 한 첫 날도 지나갔다.

다음 날, 어머니께서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보낼 옷들을 챙겨 보낼 것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리더니 저녁까지 세차게 내린 날이다. 사무실에서 200엔 점심을 먹었는데, 재료가 평소보다 비싼 점심이면 300엔을 낸단다. 점심을 먹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버스를 타고 어머니댁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보니 어제 거실에 한가득 있던 옷들이 고아원에 보낼 옷들이었다고 한다. 다 어디로부턴가 기부해 온 옷들인데 각 기관들에서 연령대별로 입을 옷들을 따로 구분해 깨끗이 개어 놓고 계셨다. 이 날 같이 일을 도와주신다고 한, 마리아 어머니의 대녀인 이가라시 상도 오셨다. 정리하면서 ‘대장금’이야기도 하고, 마리아 어머니가 한국 동요도 불러주시고, 아버지가 틀어놓은 쓰시마 섬에 관한 TV 프로그램 녹화 테이프도 보면서 천천히 일을 하셨다. 4시간쯤 계속 일하시다가 정리하고 아버지가 차려놓은 간식을 먹으며 각 기관들에 보낼 주소를 쓰고 택배를 부쳤다. 자주 이렇게 어머니가 일을 하시고, 아버지가 먹을 것을 내오셨다. 저녁에 아버지가 끓여주신 오뎅탕을 미처 못먹고 가니 어머니가 싸주셔서 집에 와서 경은과 맛있게 먹었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