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2일

경순과 경은은 시즈오카에서의 촬영 때문에 11일 날 출발하고, 나는 따로 사토상의 일상을 찍기 위해 코리야마로 출발했다. 13일에 있을 파나소닉 공판과 14일 날 딸의 결혼식 등 중요한 일정들이 있었다. 5시쯤 코리야마에 도착했고 사토상이 마중 나와 있었다. 첫날 굉장히 긴장을 했었는데 이유인즉슨 그동안 통역을 해줬던 친구들이 없이 처음으로 혼자 촬영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토상과 사토상의 가족들과 먼저 친해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가족들과 손짓, 발짓, 영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다가 사토상이 저녁에 집안일 하는 모습부터 촬영했다. 내일 있을 파나소닉 공판과 관련하여 무언가를 할 것 같았는데 이미 일주일 전에 그런 준비들은 끝내놓은 터라 달리 준비할 것이 없단다. 내가 오지 않았던 일주일 전에는 굉장히 바빴는데 이번 주 일주일간은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라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사토상의 일상생활을 좇아 촬영할 예정이다.


2009년 3월 13일

오늘은 파나소닉 공판이 있는 날이다. 사토상이 아침에 정신없이 준비해서 나와서 공판이 있기 전 그 앞에서 짧은 거리홍보와 짧은 집회를 했다. 가장 긴장되는 촬영 날이었지만, 실상 이날 촬영은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재판이라고 하지만 다음 재판 회기를 짧게 언급하는 정도였긴 했지만, 심지어 이날은 재판소 앞마당에서 조차도 카메라를 들지 못하게 했다. 아쉬운 대로 기자회견 겸 짧은 집회(일본에서는 주로 집회라 함은 한국에서와는 달리 실내 건물 안에서 발표하는 느낌의 모임을 말함) 시간을 가졌다. 일전에 코리야마 역에서 경순과 사토상의 인터뷰를 했던 아사히 신문 기자가 이날도 함께 참석해서 기록을 했다. 외에도 기자 5여 명 정도가 참석해서 기록을 했다. 이날 사회는 사토 쇼코 상의 남편이 봤다. 생각해 보면 정말 사토 쇼코상의 투쟁에는 그녀만큼 그의 남편도 늘 함께였다. 간단한 집회가 있은 다음 시청으로 가서 파나소닉 문제 등을 공무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갖었다. 사실 이날 이야기는 ‘건의’의 형태로 더 많이 이루어졌다.

오늘, 재판도 재판이었지만 내일 있을 큰 딸의 결혼식 때문에 쇼코상은 더욱 정신이 없어보였다. 집에 돌아가니 쇼코상의 시부모님이 와계셨다.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서 싸오신 일본요리들을 먹고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여러 이야기를 했다. 쇼코상은 시어머니에게 최근에 큰 아들이 직장에서 월급이 깎인 이야기, 자신의 재판 등 자신의 이야기들을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 했다. 또 내일 있을 큰 딸 나호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큰딸 나호 30세, 둘째 타쿠 28세, 막내 유키 20세)  (이날 사토상 찍은 테입 ②번 사토상의 요구로 초반 시어머니와의 대화 걸러야 함)


2009년 3월 14일

드디어 사토 쇼코상의 딸 나호의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중요한 결혼식 당일이었지만 이날은 가장 중요한 결혼식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다. 일본과 한국의 결혼식이 크게 다른 점은 한국의 결혼식보다 일본의 결혼식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특히나 신랑측이 촬여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촬영할 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당황해서 허둥대기 일쑤였다. 아쉬운 대로 중간 중간 쇼코상이 결혼식 전 준비하는 모습, 딸과 대화하는 모습(딸의 모습도 아쉽지만 앞 모습을 촬영할 수 없었다) 등을 촬영했다. 결혼식은 꽤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결혼식 도중에 몇 번이나 쇼코상은 결혼식에 함께 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나에게 전화를 하며 괜찮냐고 물어보고 음식도 가져다주었다. (사토상도 참, 실은 좀 민망하기도 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결혼식을 마치고 피곤한 얼굴로 다들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가족들 이야기 하는 모습들을 본격적으로 찍고 싶었는데 실은 가족들 대부분이 촬영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어머니와 대화하는 쇼코상의 모습을 다시금 찍었다. 쇼코상은 시어머니와 어제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틀 연속 긴장한 탓인지 쇼코상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2009년 3월 15일~16일

청소하고, 빨래하고 주로 부엌에서 이것저것 씻고 준비하는 모습을 찍었다. 주로 쇼코상을 좇아 하던 촬영이 밖에서 집회하거나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모습이었다면 오늘은 주로 쇼코상이 집에서 일상적으로 지내는 모습들이었다. 이틀을 밖에서 힘들게 보낸 탓인지 오늘은 조금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의 쇼코상이었다. 이날은 오후에 돌아가신 쇼코상의 부모님 산소에 가기로 했다. 나호의 결혼을 이야기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의 산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산소 앞에서 쇼코상과 나호의 모습을 촬영하고 돌아오니 오후, 저녁 준비를 하는데 이날은 내가 마지막으로 쇼코상네서 묵는 날이라고 근사한 저녁을 준비해주셨다. 어쨌든 이날 다들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이곳에서 일주일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일본어가 많이 늘었다. 다음날 오후 버스였기 때문에 다시 쇼코상의 일상을 찍었다. 아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아침부터 오랜 시간동안 쇼코상은 부엌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메일을 확인하고 청소를 했다. 쇼코상이 밖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좀 더 많이, 잘 찍고 싶었던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