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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일찍 들어왔나 물어봤더니 요즘 성폭력문제가 심각해서
'여'직원들을 일찍 집으로 귀가 시키라는 공지가 있어서 그렇게 됐단다.
어디서부터 날아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른 귀가가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아니 성폭력 문제가 계속 생기면 여성들은 이제 밤길에도 다니면 안된단 말인가?
안그래도 얼마전 내가 강의나가는 모대학에서 강의계획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성폭력예방 교육지침서 동영상을 끝까지 봐야만 강의계획서를 등록할 수 있게 해놔서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해외에서 인터넷을 겨우 접속해서 들어갔는데 이건 웬 호로쇼인지...한참 한숨을 팍팍.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인데 구지 이런 방식이어야만 성폭력이 근절되는 것인가.
성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교조적이니 성폭력 문제를 해결 하는 방식도 지극히 전근대적이다.
몇년전 몇몇 여성단체들이 밤길 자유롭게 다니자는 취지로 다양한 페스티벌을 벌였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지금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만나 시작한 잡년행동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옷입을 권리에 대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며 행진을 하기도 한다.
나야 당연히 그들의 축제에 동의하고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얼마나 슬픈일인가.
삼성과 애플이 경쟁적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고 경쟁하는 기사를 볼때마다
이 구질구질하게 업그레이드 안되는 성폭력에 대한 시선과 대안을 바라보자면
정말 이시대가 21세기라는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여성들의 주의를 환기 시키고 밤늦게는 절대 돌아다니지 말고
야한옷은 절대 금물이며 사고를 당했을때는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되고
그러니 자유로운 성에 대한 사고 운운도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번 암기하는 것?
아...한가지 더있네.남성은 여성의 영원한 적이라는 불타는 적개심을 계속 달고 다니는 것도 추가!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시선으로 성을 바라볼 수 있을까.
어제 교강사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가 밤늦게까지 학교축제에서 놀고있는 여학생들을 보며 그런다.
이녀석들을 보면 보기 좋은데 막상 딸을 생각하면 집에 빨리 들어오길 바라게 된다고.
최근 벌어지는 성폭력관련 뉴스를 접한 아버지의 생각이리라.
물론 엄마라고 다른 생각들일까.
사실 알고보면 더 문제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성주의자들 내에서도 만만치 않게 보수적인지라
성폭력에 대한 단호한 대처라는 이 모든 희한한 방책이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웃지못할 코메디가 언제쯤 끝나게 될지 대선보다 더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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