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수림이가 밥을 해주겠다고 했다.
검은 봉지에 물건을 바리바리 들고와서는 뭔가를 뚝딱 거리며 했다.
미역국을 끓이고 햄말이를 하고 콩나물을 무쳤다.
별것없는 밥상이 이쁘고 좋다.
엄마 음식만드는데 나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글쎄...모르겠는디.
숨을 거치게 쉬면서 나보고 맛있게 먹으란다.
그니까 이게 그녀의 생일선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정작 생일날도 아닌 전날에.
일요일은 하루종일 교회에 가야해서 바쁘니
나름 그녀가 머리를 쓴 결과였다.
우자지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행복한 밥상에
잔뜩 남은 설겆이를 덤으로 받았다.젠장...ㅋ
그리고 밥에 수면제가 들어갔는지 일찍 부터 잠을 잤고
일찍 일어났다.
간만에 일찍 일어나니 기분이 좋다.
커피도 오늘따라 더 맛있게 내려졌다.
커피를 가지고 책상에 앉는데 책과 명함지갑과 카드가 있다.
사람이 선물이다.
책 제목이 벌써 그녀의 마음을 전해준다.
카드를 열어보니 그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씨들이 널려있다.
마음을 전하는 솜씨가 점점 더 이뻐지는구나 했다.
우자지간 참 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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