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리뷰2016.03.30 09:38

경순 감독의 첫 영화 <민들레>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 국회 앞 천막 농성을 기록한 영화다. 422일간의 이 투쟁은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 결실을 모두가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던 이들, 이름 없이 죽어간 희생자들, 그리고 그들의 유가족들은 여전히 법 앞에서 이방인이었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기나긴 투쟁 끝에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가 출범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순 감독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그 이후에 이어진 또 다른 싸움을 기록한다.


  특별법은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가졌다.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에는 민간 조사관과 파견 공무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대부분이 희생자들의 동료인 민간 조사관들은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원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조사를 할 권한은 주어졌지만, 그 조사를 위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강제할 권한은 없었다. 그들은 국가 기관을 포함한 피의자를 상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었다. 기무사, 경찰, 검찰 등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은 민간 조사관들과 섞이기 힘들었다. 국가 기관 소속인 이들에게 국가가 저지른 죄의 진실을 밝히라는 것은 어쩌면 모순된 요구였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의 대부분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 조사관들을 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한계 안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진행되어야 했던 조사의 결과는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혔다. 사건들의 반 이상이 밝혀지지 않거나,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로 인정되지 않아 기각되었다.


  이것은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과거가 청산되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 그렇게 해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그들에 의해 승인된 법은, 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닌 그들만의 법이다.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싸움의 기록 끝에 덧붙인 감독의 말(“난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럽다.”)에서 하나의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회 안에서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안전하지 않다.


송재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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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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