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8.15 역사와 이미지 2
  2. 2013.08.10 성노동자와 위안부
  3. 2013.08.09 역사를 보는 태도
  4. 2013.08.01 기일
제작일기2013. 8. 15. 12:29

어제 찍은 촬영본을 검토하고 오늘 찍을 내용들을 검토하다가 

그냥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자면 늘 일찍 일어나게 되는지라 오늘도 일찍 일어나 

구내식당에서 2500원에 먹을 수 있는 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다보니 복도도 사무실도 온통 컴컴하다.

이건 뭐지 하면서도 오늘이 광복절이라는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새벽에 먹을거라도 사다놓을걸 하면서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기사와 메일을 잠시 훑어본다.

그래 광복절이 맞긴 맞구나.


어제 위안부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찍고 왔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위안부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과 나비부채를 들고 뜨거운 땡볕에도 불구하고 두시간정도를 앉아서

위안부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에서 참석하신 두 할머니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착찹했다.

할머니들을 찍기위한 취재진의 경쟁을 보며 마치 연예인을 취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았다.

저 많은 취재진들이 수많은 셔터를 눌러대면서 

고르고자 했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론 우리는 그 이미지를 바로 그날 저녁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봐왔던 그 이미지는 할머니들의 긴 역사중 

오로지 한시기의 상징으로만 고착되어 온 이미지이며

그 이미지로 우리는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를 바라보고 그것만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라는 것도 어찌보면 그런 이미지를 찾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미지를 어떻게 영화속에 각인화 하느냐에 따라 보는 이의 연상작용이 강화되기도 하고

해체되기도 할 것이기에.

그래서 영화는 무서운 각인이기도 하다.

역사도 비슷한거 같다.

마치 역사를 상징하는 몇개의 단어만으로도 우리의 의식은 가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것이 사실이었던 것처럼 믿고 있으니.


그래서 나는 역사를 들춰보는거 별로 안좋아한다.

역사의기술이라는 것이 늘 찾은 만큼의 자료를 통해 유추하고 해석하는 것일뿐

내가 알고싶은 민중의 시선이나 여성의 시선이라는 건 

늘 소소한 발견과 해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올바른 교과서라는 것도 엄밀히 따져보면

남성의 역사의 이쪽과 저쪽의 시선으로 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어제 참석한 수많은 여고생들의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이 보는 역사란 무엇일까 하는.

그리고 그들이 암기하고 정답이라고 배우는 역사는 무엇일까 하는.

나도 한때는 그것을 암기했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물론 암기에 약한 나는 틀린 답을 많이 써내고는 했지만.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역사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역사를 바라보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미지화되지 않은 혹은 각인되지 않은 여성의 역사다.

여성의 역사라는 것도 발견되지 않고 묻혀있는 것이 훨씬 많기에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문득 나도 내 영화의 끝이 궁금해졌다.

과연 내가 보고자 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고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일지.

창밖을 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촬영 나갈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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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8. 10. 00:27

내가 요즘 성노동자와 위안부를 포함해서 여성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오늘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이 올라와 깜짝놀랐다는...

아마 815가 다가와서 그런듯 싶은데

이런 기사들이 어떻게 소통 혹은 소비되는지를 당분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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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8. 9. 01:12

오래전 엄마와 많이 부딪힌 문제 중 하나가 늘 전달되는 말때문이었다.

늘 다른이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기분나뻐하고 화를냈던 엄마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일이 화가났고 한두번이 아니기에 결국 그런 일이 생기면 

나는 무시해버리는 것으로 대처를 했다.

그런 무시가 엄마를 다시 화나게 하거나 기분나쁘게 했는데

정작 엄마는 한번도 내가 왜 그렇게 대하는지는 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가 그런태도를 바꾼건 아주 오랜시간이 흐른후였다.


말은 원래 그렇다.

본인이 한 말의 의도가 한사람을 건너 전해지면

그건 팩트의 무게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니 그무게에 감정까지 얹혀지면 대책이 없다.

변명을 하거나 팩트와 다른 거짓말을 하거나. 

그래서 나는 전달된 말은 그만큼의 무게로 듣는다.

그말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말이든 비난하는 말이든 그리고

설사 그말이 나와 관련된 말일지라도 그말에 오바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그래서 나를 잘아는 친구들이나 같이 일하던 친구들 중 

이따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

자신이 들은 말을 나한테 옮기지 않거나

내가 한말을 옮기지 않았다는걸 뒤늦게 알게될때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고맙고 감사한 것이다.

근데 종종 그런 일은 계속 벌어진다.

그것도 해결을 위한 자세가 아니라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방식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근데 그것이 역사일 경우에는 얼마나 심각할까.

출발은 사실관계를 따지고 나름 객관적인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지만

이미 출발이 어떤 입장과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방식이라면 결론은 그에 걸맞게 쌓여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터뷰도 질문을 어떻게 던지는가가 매우 중요한데

진보든 우익이든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는 것이다.


역사를보는 시각도 그렇다.

내가 보고싶은 역사가 무엇이고

내가 추적해보고 싶은 역사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출발과 시각은 엄청 달라진다.

그래서 과연 올바른 교과서라는게 얼마나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사를 볼때도 그것을 쓴 사람에 따라 새로운 분석틀이 있기 마련이고

새로운 발견이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 나올때마다 논쟁도 하고 비교분석도 하지만

그 어느것도 불변의 역사인것은 없다.다만 새롭게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볼뿐.


그러니 여성의 역사를 추적해 본다는건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까.

오늘 이런저런 자료를 들추어 보면서 들춰봐야 할 것들이 하나씩 끝도없이 나와 머리가 좀 아프다.

새로운 고민을 해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즐거움 보다 

부딪혀야 할 산이 생각보다 훨씬 높겠구나 하는 생각에.

부딪혀야 할 산이란 이미 무장되어있는 신념과 시선의 벽이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던 한 사람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견지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새삼 많은 생각이 든다.

그것도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바로 영화의 시선이고 태도가 아닐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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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1. 14:00

10일전만해도 아빠의 기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오늘이 기일이라는 걸 깜빡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수림에게 할아버지 제사니 저녁에 의정부로 오라했다.

그리고 미리드렸어야 했던 제사비용을 이제사 부랴부랴 입금을했다.

어제는 일찍 음식준비라도 같이 하려고 했건만

매번 음력기일을 까먹고 계산하기 어려워 헷갈리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일은 놏치고 말았다.


살아계실때 생신을 늘 음력생일로 챙기셔서 계산이 헷갈리더니

기일마저 음력으로 날짜를 맞춰서 나는 계속 익숙치가 않다.

그래서 부러 돌아가신후에 기일을 양력으로 하자고 했으나 

기일을 챙기시는 엄마의 마음이 음력에 가있으니 여전히 나만 적응을 못하고 있다.

음력과 양력은 단지 날짜가 다른게 아니라 시간을 생각하고 세월을 보내고 

사람과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다른거 같다.

양력은 그저 그날을 기억하면 되는데

음력은 그날을 유추해내는 방식이 아닌가.

그러니 나처럼 정신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수시로 확인하고

계산하고 유추해내는 음력은 너무 힘든 일인 것이다.

아빠가 살아계실때는 전화걸어 웃으면서 또 헷갈렸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고 응석부릴 상대가 없으니 마음만 무겁고 죄송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제는 동료감독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온다고 순천 까지 갔음에도

그리고 아내를 먼저보내고 혼자서 먼저간 아내의 영정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하듯 앉아계신 친구의 아버님을 오랜시간 응시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까마득히 아빠의 기일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늘에서야 며칠간의 정신없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문득 아빠가 참 서운했겠구나 싶었다. 

살아계실때도 늘 입버릇처럼 너는 맨날 아빠랑 안놀아주고 남들만 챙긴다고 

서운해 했었는데 기일마저 잊고 있었으니 오늘은 웬지 그말 가슴을 찌른다.

정작 그랬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보였으니 더더욱 미안하고 죄송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해도 아빠도 알고 나도 알듯이 이딸년도 아빠도 다시 상봉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나마는 서로를 받아들이는 폭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은 시간을 설명하고 변명하는데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아빠와도 그랬던거 같다.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가치와 다른 성격의 사이와 간극을 설명하기위해 

애쓰고 서운해하고 아파하고 애잔해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많은 설명해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의 확인은

얼마나 지루하고 볼품없는 일인지 이제는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친구에게 그런말을 했었다.

순천에서 장례식을 해서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형제들이 많아 참 다행이라고.

그랬더니 그녀가 그런다.

언니 동생하고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언니혼자 다해서 너무 외로워보였다고.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인지.

그녀에게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자리에 니들이 있었잖아.그래서 나 외롭지 않았고

아마  아빠 동생도 느꼈을거야...라고 말이다.

생신을 챙길때는 그 생신이 나와 연결된 역사가 없어서인지 가벼웠는데

기일은 매번 자꾸 여러생각을 하게 한다.

이러니 역사라는게 끝도없이 다른 기억을 재생해 내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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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