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08. 7. 28. 21:23

영화를시작하면서 참으로 많은 계약들을 했던거 같다.

때로는 방송국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보적인 시민단체와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제작 지원금을 받을때 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윤성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계약이라는걸 했던거 같다.

그렇게 계약을 하면서 우린 서로에게 요구되는 어떤 의무와 권리에 대한 조항을

문서로 남기는 것인데 한번도 만족할만한 계약서는 없었다.

윤감독과의 경우를 빼면 대부분이 돈으로 얽혀있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내가 돈을 확실하게 받기위해 그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계약서를 쓴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가 불공정한 계약이고 굉장히 자본주의 적인 계약이라는 것.

가끔 그것이 거대방송자본과의 계약일 경우 욕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를 갈면서

넘어가기는 하지만 문제는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경우도 그 조항이라는 것이 말도 안되게

자본주의적이라는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철저한 용역과 고용주의 관계를 무시무시한 용어로 써놓은 그 계약서를 보며

정작 문제가 정권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런 관행이

언제쯤 제대로 시정이 될지 아니 바뀔 수 있을지 생각하면 깝깝하기만 하다.

우자지간 그래도 계약은 필요하다.

더구나 영화를 만들고 스텝들과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킹패밀리때 부터 스텝들과 계약이라는 것을 했는데 내용은 단순하고 간단하다.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이야기고 스텝들입장에서야 돈을 왕창 받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계약은 무신...이라고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도 계약을 했다.

계약서를 쓰면서 다들 심드렁했다. 아니 진지했던건가. 우자지간 계약서를 쓰면서

조연출 아람이 그랬다.

“이거 50만원에 종신계약 아니야” 라고.

지지배 은근히 눈치가 빠르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우리 모두가 영화를 만들면서 돈보다 더 큰 것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난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도 나에게 많은 것을 줄 준비가 되어있겠지.

하긴 지금까지 보면 너무 많은 것을 주어서 좀 감당하기 힘든점 도 있지만

부디 피곤함은 주지 마삼. ㅎㅎ

참 경은이가 그랬다. 경순은 이렇게 훌륭한 스텝들을 만나다니

대체 뭔 복이 그리도 많은거야. 그러게 말이야. 흐흐흐


쇼킹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모집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제작비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혼자할까 망설이던 중이었는데

그들이 내앞에 나타난 것이다.

우연히 만난 어떤 자리에서 언고잉홈을 만든 영란이 나에게 그랬다.

이번 영화에 일본도 가신다면서요. 혹시 일본어 필요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좀 하거든요.

그래? 필요해. 근데 다른것도 필요해.해서 엮였다.

그녀왈 타로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을거라고 하더니 역시라고 했다.

아람은 필리핀 아시아센터 연수중에 만난 대학생이었다.

우린 쉽게 친구가 됐고 그녀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그래서 엮였다.

경은에게는 가끔 그랬다. 다음영화도 너 스텝이야.

그녀는 ‘알고있어’ 그랬다.


이번에는 조연출이 두명이다. 영란에게 카메라 하라고 했더니 조연출이 좋겠단다. 

그래서 조연출이 두명이 됐다. 아람이는 필리핀 조연출. 영란은 일본 조연출. 그리고 사진작가 경은.

우리가 레드마리아 제작팀이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8. 7. 17. 15:10





 










 

노명과 함께 한 첫 회의.
사진찍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독사진
여러분의 사랑스런 찍사 경은 드림

 

인디스토리 사무실에 2개월 동안 얹혀 지내던 때...
잘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8. 6. 30. 16:32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촬영을 지지난주에 했다.

그간 자료를 모으면서 찍었던 분량이 벌써 디브이 테잎 70개가 넘지만
이제 워밍업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 첫 촬영의 현장은 ‘성노동자의 날 3주년 기념식'

2004년 성매매반대특별법이 만들어진 후 사회에 첫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나에게 생소했고 다소 어색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내내 그 목소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했고 결국 ‘레드마리아’를
구체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몇 번의 기획안을 손보며 스스로 정리되지 않는 고리를 찾아 헤메면서
나는 스스로 피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지점이 성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마무리 되지 않은 지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차에 결국 첫 촬영도 그들의 모습을 담는 것에서 시작이 됐으니...

난 그 첫 촬영을 위해 HDV카메라를 빌려 내려갔다.
애인이나 다름없다고 애지중지 하는 박정숙 감독의 촬영감독에게 그 애인과
절대 섹스는 안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빌려와 촬영을 했는데 이게
예사롭지 않은 놈인 것이다.
어느새 나도 그놈에게 빠져 거의 섹스직전까지 갈 뻔 했지만 그놈에게 마음 준
다른 놈이 있으니 건전한 연애생활을 위해 일단 마음을 정리했다는 야그.

우자지간 그렇게 첫 촬영을 시작한 이후 촬영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촬영할 일정이
점점 빼곡히 달력을 채워나가는데 문제는 카메라다.
일단 미디어센터에 그 카메라가 있어서 빌려 쓰고 있는데 카메라 대여비에
지방출장비까지 주머니에 들어오기 무섭게 나가는 돈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디 털만한 은행이 없나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안토니아 반데라스처럼 권총을 휘드르는 재주가 있거나 빼어난 미모에 언변이라도
갖췄으면 모를까 은행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지풀에 이건 포기.

그런데 은행을 털지 않고서 카메라를 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촬영부터 다음 달 가게 될 필리핀 촬영분까지 일단
초반 제작비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흐흐 얼마나 좋은지 잠이 안 온다.
서울영상위원회에서 독립영화제작지원작에 선정이 됐다.
선정해준 심사위원에게 감사드린다. 물론 떨어졌으면 바가지로 욕을 했겠지만.ㅎㅎ
그리고 슬며시 50만원을 영화 만드는데 쓰라고 보내준 지선에게도 감사한다.
그녀의 처지를 보면 받을 수 없는 돈이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민들레'이후 영화를 새로 만들때 마다 늘 첫 촬영이 따로 없었다.
찍고 있던 내용들이 겹쳐져서 이 영화와 저 영화가 맞물려
이미 찍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첫 촬영은 느낌이 새롭다. 아니 좋았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오랜 고민 속에 어렵게 한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긴장되고 황홀한 것인지를 새삼 경험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 그대로 일단 쭉...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8. 6. 23. 16:25

요즘 내생활의 즐거움은 천원짜리 옷을 파는 가게에 오며가며 들르는 일이다.

이런 옷은 특히 시간과의 진득한 싸움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하나를 제대로 건지면 그 기쁨이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단점을 능히 감수할만한 장점이다.
그래서 난 종종 이곳에 들러 요즘 잘 입고 다니는 남방부터 수림에게 공수하는 나시까지
구입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리고 편안히 두 발 피고 잘 수 있는 나의 공간.
미례 집 거실에서 한 달 반을 게기다가 드디어 작은방을 쟁취해 세입자로 당분간 살기로 했는데
점점 장기화되고 보니 미안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은방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중학교 때 화장실을 개조해 만든 1평 남짓한 공간을 책상하나 놓고 얼마나 좋아했든지.
그곳에 비하면 이공간은 잠도 잘 수 있으니 어디 감히 비할 수 있으리.

가끔 친구중 하나가 나에게 늘 이런 말을 한다.
‘언니는 가난을 잘 모르는 거 같아, 그치? 그런 경험 해본 적 없지?’
하하하 도대체 그녀가 왜 그런 질문을 종종 해대는지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나도 너만큼 어쩌구저쩌구 이바구를 떠는 일도 민망한 일이다.
게다가 나에겐 단 한번도 가난으로 인해 생긴 상처는 없으니 말이다.
아니면 이 단순함에 그새 잊어버렸는지도. 하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은 또렷하다.

그 기억들 대부분이 없어서 힘들었던 것 보다는 대부분 따뜻한 기억들이다.
늘 군침만 흘리던 동네 리어커의 홍합을 훔쳐보다가 어느날 옆집 아줌마가 사준 한사발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던 일, 동화책도 변변히 없었지만 늘 찾아가면 신간을 비롯해서
온갖 만화책이 줄줄이 있었던 그 허름한 만화책방, 염색약이 없던 시절 과산화수소수를 사다가
머리에 쳐발라 노랑머리를 하고 다녔던 청량리 588의 그 언니,
모두가 그 시절을 가난했던 시절이라고 말하지만 돈이 철철 넘치는 21세기에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넘쳐났으니 가난에 대한 정의는 새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난이 주던 그 행복한 기억은 사라져 가고 그 자리는 빈곤으로 꽉꽉 메꿔졌다.
있어도 있어도 늘 부족하고 누구도 넉넉하다고 말하는 이가 드물다.
전셋집에 살아도 50평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사람들은 늘 부족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절대 같아질 수가 없다. 공동체와 차별없음을 머리로는 깊이 알지만
그들은 세상을 이길 만큼 강하지 않기에 머리와 행동이 같아지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우린 가능하면 언행일치라는 말은 안쓰는게 좋다.
사전에서도 그 말은 지워버리는 게 좋겠다.

우자지간 난 가난이 좋다. 물론 피곤하고 힘든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필요이상의 부유함이 그리 부럽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살 수 없으니 동조하는 세력이 많아져야
내가 좀 편해지지 않을까.
세력을 확산시키려면 빈곤에 무너지는 마음을, 가난하지 않은데 가난하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무리들을 없애면 되는 것일까.
그럼 그들을 없애는 무기는 뭐로 써야 하나...갑자기 미팅에서 맘에 들지 않은 남자를
떼어놓으려고 코딱지를 팠다는 친구가 생각난다. 그래 그것도 무기라면 무기겠다.
난 방구를 잘 끼니까 방구를 압축해서 보온병에 넣어가지고 다닐까.

빈곤을 느끼지 않는 가난은 어떻게 가능할지. 늘 그게 의문이고 숙제다.
머리 아프다. 그냥 영화나 빨랑 시작해야지.
그저께 다음 영화 레드마리아의 첫 스텝회의가 있었다.
제작비 때문에 망설이다 주춤주춤 했는데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달려들어 준 친구들이 있어
조금 속도가 나려고 한다.
젠장..가난이 좋기는...역시 언행불일치다.
우자지간 두 달간 인디스토리의 사무실을 쓰기로 했다. 두 달이 지나면 또 방법이 생기겠지.

시작은 정말 반일까. 하하하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8. 6. 22. 15:07




















촬영 세영

땡큐^^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