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시를 쓰는 선배가 썼던
어떤 시가 불현듯 생각날때.
몇년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지인 중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사람인간.
그 선배가 그런시를 썼었다.
'슬퍼서 술 퍼요
술퍼서 슬퍼요.'
그 형의 그 시집을 읽었을 때는 그저 재밌는 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난 매일매일 그 시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형이 보고 싶은건 아닌데
그 시가 생각나서 그 형을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몇달전 촬영을 하다 또 한 선배를 만났었다.
그 선배가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나를 이야기했다.
만난지 오래됐고 꽤 친해요.
근데 만난지 15년은 된건 같은데
그동안 15번도 못만난거 같습니다.하하하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
그랬구나.내가 선배를 만난지 그런시간이 흘렀구나.
그리고 우린 그렇게 밖에 못봤구나.하하하
작년 이맘때 쯤 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새로 만난 애인이었다.
소목공인데 요즘은 집도 짓는다고 했다.
친구와 지리산 한토막을 등반하는데
그 친구는 30분 정도를 같이 걸었고
높은 곳이 무섭다며 먼저 내려갔었다.
그리고 오후 느즈막히 우리가 하산을 할때 냉커피를 한사발 들고
산밑에서 기다렸었던 그 친구.
우리셋은 그 친구가 지었다는 집에서 긴 수다를 떨다가
간만에 포근한 잠을 잤었다.
그리고 일박이일을 즐겁게 보냈던 그 친구와의 세번째 만남은
서울에 돌아와 보름이 지나서였다.
그 친구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일어날거라고 기도하며 서울로 올라왔는데
다음날 그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상하게 그 후유증이 길었다.
나도 길었는데 친구는 얼마나 길었을까 했다.
그리고 한달전 누군가를 봤다.
처음 만난 친구지만 3박4일 같이 암벽을 타고 술을 먹고
수다를 떨던 어떤 친구.
그 친구와의 마지막 만남은 길었던거 같다.
물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던...
근데 희한하게도 그 친구는 매일 만난다.
만나서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7월 한달을 보냈다.
간만에 참 긴 한달을 보냈구나 새삼 많은 생각이 나는 날.
사람을 만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시간이 무색한 사람도 있다는 걸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살아있는 사람도
더 살지 못한 사람도
모두 모두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