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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 | 존재의 이유

Kyungsoon
Important to Us & Those Who Need

 

 

 

 

 

 

 

경순 감독의 영화들은 내가 얼마나 ‘열린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깨지고 아프고 반성하고 고민하고, 한 마디로 그녀에게 매번 함락되면서도 그녀의 영화를 멀리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과정이 현재의 나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의 신작 <레드 마리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영화 <레드 마리아>에는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엄마와 창녀, 이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위안부 할머니로 불리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의 여성들이 다양한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돈을 벌고, 6년 넘게 농성을 벌이고,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자신들의 과거를 밝히고, 부정부패한 정부를 한탄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포착해낸다. 다른 모양, 다른 언어,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그녀들의 몸은 묘하게 하나가 된다.


여성의 몸과 노동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는 이 사회의 편견과 제도에 물음표를 날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모든 것이 여성의 ‘배’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배’로 돌아갈 때 어쩌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이 사회가 만들어낸 물음표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당연하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영화를 보는 게 가장 빠른 길이겠지만, 아래의 인터뷰가 어느 정도의 궁금증을 달래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순 감독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녀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근하고 따뜻했고 단호하고 의연했다. 거기에 유머러스하기까지 했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까지 갖추고 있었다. 올해로 14년째 영화를 만들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힘은 뭐였냐고. 그녀가 얘기했다. “계속해서 질문이 있기 때문에.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게 여전히 있기 때문에. 내 속이 답답하니까 뭔가를 계속 찾으면서 그 다음, 그 다음을 해왔던 거 같아요.” 누군가는 그녀에게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그렇게 애쓴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겠냐고,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세상이라는 것이 쉽게 바뀔 물건도 아니고, 또 쉽게 바뀌어버리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니까. 그들에게 내가 한마디 해야겠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하지 ‘않는’ 일을 그녀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일을 그녀가 하고 있다고.

 

#1. ‘레드 마리아’들의 이야기


여성의 몸과 노동을 이번 영화의 화두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쌓여있었던 거 같아요. 여성의 몸에 대한 이미지들과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기존의 잣대들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 생각이 계속 답답한 갈증처럼 남아 있었어요. 21세기 가부장 사회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것들이 많이 있어요.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 노동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보통 노동이라고 하면 임금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이걸 해체해서 비정규직이니, 가사노동이니 윤리적으로 얽혀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했고, 그러면서 몸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거죠. 제가 어릴 때부터 배에 꽂혀있었어요. 목욕탕 가면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아줌마, 언니들 배를 보는 걸 재미있어했어요.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배를 봤는데, 나이가 들면서 배에 감정이 하나씩 하나씩 쓰여지더라구요. 생리도 하고,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고, 배로 하는 일이 많아진 거 같은데, 왜 여자들은 배를 부끄러워할까. 왜 비밀스럽게 숨겨야 하고, 은밀해야 하는 걸까. 반대로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억압받고 벗어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 스스로도 그 벽을 못 깬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출발을 다시 해야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여자와 남자가 다른 건 여자는 가슴, 남자는 자지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자지와 보지인 거잖아요. 보지의 출발은 자궁이고, 그 자궁을 감싸고 있는 것이 배인 건데. 이와 비슷한 형태로 여성의 노동 역시 편견 속에서 고스란히 사회의 노동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려면 몸 얘기를 같이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인물들을 한국여성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일본, 필리핀으로 확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영화) <쇼킹 패밀리> 상영으로 일본에 6번 정도 다녀왔어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선입관,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여성의 삶도 우리보다는 상황이 나을 거라는 막연함을 갖고 일본에 갔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아닌 거죠. 우리보다 훨씬 더 개인의 운신의 폭이 좁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적은데 해결돼야 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인 상황인 거죠. 경제가 발전했다고 해서 과연 여성의 지위도 그만큼 발전했나, 겉모양만 다를 뿐이지 그 속의 내용들은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상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일을 한다는 건 절망적이다. 일과 노숙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노숙을 선택 하겠다”는 이치무라의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어요.


영화에는 안 썼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무슨 얘기를 했냐면 이치무라의 이야기가 컬쳐 쇼크라는 얘기를 하면서 “니가 가난을 몰라서 그런다. 우리가 1970년대에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일 했는 줄 아냐. 니가 어떻게 노동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이 총회가 한국으로 옮겨왔어도 상황은 비슷했을 거 같아요. 이치무라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을 했던 건 내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이에요.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왜 노동을 하는지, 노동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이치무라가 던져준 거잖아요. 노동을 하는 여러 여성들 사이에 노동을 하지 않는 이치무라를 집어넣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구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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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마리아 Red Maria

2011┃HD┃98min┃Documentary┃color┃16:9┃Dolby 5.12012.04.26 개봉!

 

 

SYNOPSIS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레드마리아, 

 

당찬 그녀들의 거침 없는 생활사!

 

 

나(감독)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물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Contact

 

Facebook.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Twitter.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redmaria.tistory.com/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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