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2014년 05월 15일 성매매 업소 단속 시, 은폐가 가능한 초소형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당월 20일 정부는 조직폭력이나 성매매와 같은 범죄 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 앞으로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경찰청과 정부의 발표는 성산업 종사자가 그 인구의 대부분으로 집계되는 MTF(Male-To-Female)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전반에 대한 위협이며, 이에 따라 각 여성,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들에 연대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사람들은 트랜스젠더하면 올해로 만 39살이 되신 하리수씨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와 화려함 또는 그녀의 기구한 삶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리수가 트랜스젠더 바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은 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다른 트랜스젠더 바가 대게 그러하듯이 트랜스젠더인 종업원들은 한 달 80만 원대의 기본급을 받고 일을 합니다. 물론 한 달 80만 원대의 기본급으로는 한 달 생활비로도 모자란 돈으로 수술비를 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종업원들은 팁과 손님과 2차 갈 때 받는 화대로 수입을 충당합니다. 이러한 업소를 운영하는 하리수를 포주로 몰아 비난하고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하리수 외의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살펴주십시오.
미디어에 나온 트랜스젠더들은 하리수씨 이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채원씨, 2005년 결성되어 2006년 해체된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 최근 성인 오락채널 VIKI(비키) 노모쇼에 출연한 트랜스젠더 모델 최한빛씨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에 나오지 않는 트랜스젠더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밝지 않습니다. 성전환자 인권실태 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하고 싶어 하는 MTF 트랜스젠더들은 무직이 10%, 유흥업소 종사자가 65%라고 합니다(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2009, 142쪽). 또한 2007년 경희대학교대학원의 논문에 따르면 MTF 트랜스젠더 중 성산업 종사자의 비율은 9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김다영, 성전환자의 성장과정 및 사회화에 관한 연구, 경희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55쪽). 이 글을 쓴 저 또한 MTF 트랜스젠더이며, 온라인상으로 조건만남을 통해 생계비와 수술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 또한 법적 성별에 관계없이 성매매 특별법의 처벌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TF 트랜스젠더 인구의 90%가 성산업에 종사하는 이유는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법적 성별을 정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외부성기성형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공적으로 질을 구축하기 위한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350만원이 들어갑니다. 성별적합수술(성전환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정신과 2곳에서 본인이 성주체성장애를 앓고 있음을 증명해줄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검사비용은 한 번에 최저 30만원이 듭니다. 그 이외에도 6개월간 호르몬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여성호르몬 치료에는 1개월에 최저 2만원에서 10만원이 듭니다. 이 여성호르몬 치료는 평생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음성여성화 수술을 받고 음성재활치료에 드는 비용은 550만원, 수술 후 성대의 과도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성대에 보톡스를 매년 맞는데 한번에 136만원, 가슴확대수술 500만원, 그리고 트랜스젠더임을 들킬까 불안감에 떨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다니기 위해서는,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안면에 추가적인 성형수술 및 시술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 이외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염증 및 인공 질의 폐쇄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경우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별 부작용이 없더라도, 한번 수술을 할 때마다 1개월에서 2개월은 집에서 쉬어야 하고, 특히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위한 성대수술의 경우 수술 후 최소한 한 달간은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가며 트랜스젠더를 채용해 줄 직장은 성산업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성산업에 종사하지 않고, 다른 평범한 직장에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 필요한 돈이 모이면 자진 퇴사 하고, 한꺼번에 많은 수술을 감행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경우 신체에 과다한 부담을 주어 수술부위 회복이 더디게 됨은 물론이거니와, 필요한 돈을 모으면 30대가 넘게 될 텐데, 그제서야 여성으로서의 법적 신분을 확보한들, 30살이 넘는 여성들은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데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앞서 말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의 대상자들 중 50.8%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에 지금의 직장을 선택하였다” 내지 “채용과정에서 굳이 호적이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일자리를 선택하였다”고 답하였으며(104쪽), 경희대학교대학원 논문에서 성전환수술을 마친 MTF 트랜스젠더의 98%는 성별정정 후 다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55쪽). 국가는 이들의 탈성산업을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성매매 엄벌주의로 MTF 트랜스젠더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기존의 반성매매 진영에서는 성매매 관련 논의가 있을 때마다 트랜스젠더의 성매매는 소수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배제하고 언급하지 않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들도 여성입니다. 그 중에는 멋있는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도,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을 꿈꾸는 사람도, 동성파트너와의 행복한 미래상을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성정체성을 밝히고 집에서 쫓겨나거나, 룸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억지로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속을 게워 내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국내 트랜스젠더 야동을 찾는 남성의 글을 보고 혹시 내 모습이 몰카에 찍혀서 저 사람들이 돌려보고 있는 중은 아닌가 걱정을 하고, 성매매를 하다가, 미성년자에게 신고 협박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 당하거나 강간을 당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어째서 정부는 성매매까지 포상금을 1억이나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여, 우리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나요. 탈성매매 지원으로부터도 완전히 배제된 우리들은 오갈 데가 없습니다. 이전에는 남성 성구매자가 몰카를 설치한 것을 성관계가 이루어지기 전에 발견하면, 그냥 그 자리를 뜨는 것으로 끝이었습니다만, 이제는 성구매자들이 한 순간에 성파라치로 둔갑하여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까지 봐야 합니다. 추후 성별정정을 위해 법원에서 심문을 받을 때, 이러한 기록이 있다면 성별정정신청이 기각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트랜스젠더들은 단순히 벌금만 부담하면 되는 여성 성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협박에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차라리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근무조건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트랜스젠더들의 삶도 지금과 같이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발 공권력으로부터 저희들의 삶을 지켜주세요. 우리들의 삶을 지지해주십시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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