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수없이 많은 노동이 있다.하지만 임금을 받고 하는 노동과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이 분리되고 감정을 파는 노동과 팔지 않아도 되는 노동이 있고 인격을 유지시키며 할 수 있는 노동과 그렇지 못한 노동 등 수많은 노동이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분리되기도 하고 혼재되기도 해서 매우 복합적으로 복잡한 구조다. 그런데 그중 자신의 노동으로 자부심을 느낄만큼 스스로 가치있게 생각하는 노동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그 가치를 임금에 둔다든지 자신이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있다는 다소 착각에 가까운 자부심으로 노동의 의미를 확대포장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구지 파업까지 가는 경우가 아니어도 노동문제를 상담하거나 하고싶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바로 자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많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단지 돈을 벌기위해 감수하거나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들. 인간적으로는 용납이 안되지만 생존을 위해 바둥거리며 버티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실상 비인격적이고 비인간적인 그리고 더더욱 감정의 비정상적인 과잉노동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게다가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도 내가 좋아서 시작했다기 보다는 그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선택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편의점에서 일하는게 꿈인 사람이 있을까. 청소노동자로 사는게 평생 꿈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공장에서 일하는게 서빙을 하는게 보험설계사를 하는게 다들 최고의 꿈이어서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 그런데 그것이 꿈이 되면 안되는 이유는 또 뭘까. 그것이 꿈이어서 부끄럽지 않은 자부심으로 살아 갈 수도 있는데 구지 부끄럽고 자부심은 콩알만큼도 느끼기 힘들고 누구한테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노동이 된 이유는 뭘까.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개인적이 선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결국 자부심을 느낄 만큼의 환경과 대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꿈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일을 해야만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직종에 종사해서 일을 하고 있고 그것마저도 짤릴까봐 걱정까지 하는 세상이다. 근데 왜 유독 그 모든 것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직업과 노동임에도 성노동만이 이렇게 전근대적인 지탄속에 노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 성노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것이 꿈이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자부심에 찬 일 이어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없이 해야만 하는 다른 노동과는 달리 그래도 원하는 임금이 다른 것보다는 크기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지금 이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자본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름 배워서 수많은 경쟁을 뚫고 대기업이나 원하는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빼면 다들 살기위해 일자리를 찾을 뿐이고 자존심이고 뭐고 챙길 겨를도 없이 그저 돈을 벌 수 있다면 해야만이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다. 그리고 그래야만 하기에 묵묵히 조용히 이사회에 편입된 많은 이들이 임금을 위한 노동에 빌붙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은 더더욱 제약된 윤리와 관습과 가부장적 사고에 눌려 그나마의 직업경쟁력에서 밀려나 몸을 상품화해야만 살아야 하는 직종이 너무 많다.모델로 분류되는 다양한 직종부터 서비스업의 다양한 직종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성적 구분이 상품화 되어야만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것들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성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취약한 곳이 그곳이다. 그래도 그래야 이사회에서 먹히니까 그렇게 선택하고 살거나 아니거나.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노동은 대부분 성노동과 유사한 노동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오바일까.마치 삽입외에는 키스나 애무는 섹스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삽입섹스만 성노동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체 이 문제가 왜 이토록 이사회에서 진도가 안나가는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니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근본적으로 확장이 안된다. 서로 노동이라고 우기는 것들이 죄다 자본가가 원하고 가부장 사회의 기틀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이 우기는 노동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레드마리아를 만들때 성노동만을 이야기 하고자 한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진채 성노동의 인정과 불인정에 대한 잣대로만 영화를 대하는 현상을 보면서 새삼 우리사회의 노동을 보는 인식의 단면을 읽게 된다.
언젠가 성노동을 하는 한 친구가 그런말을 했다. 레드마리아로 인해 성노동자들만 덕을 본거 같다고.레드마리아 덕분에 여기저기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기사도 나오고 했는데 정작 레드마리아는 성노동으로 인해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아 이래저래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무슨소리야.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든 그것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것이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것이야. 그리고 노동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 하는 일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성노동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했다.
우자지간 간만에 레드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길어졌다. 길어진 김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렇게까지 노동문제가 구조적으로 그리고 전지구적으로 해결점 없이 폭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의 이슈외에 우리가 왜 노동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여전히 던지지 않는 사회에서 진보를 이야기하는게 답답하다. 게다가 고작 성노동을 받아들이는 일이 기본적인 그들의 노동권이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목숨을 걸만큼 반대할만한 큰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redsnow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