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5.30 프로덕션에 대한 생각
  2. 2009.01.04 레드마리아 10 -일본 촬영 준비
제작일기2015. 5. 30. 16:21

사실 1차 편집본이 일찍 나왔다.

이번에도 해외 촬영분이 많아서 번역이 골치기는 했지만

전작 레드마리아를 만들면서 겪었던 말과의 전쟁에 대한 혹독한 경험이 피와 살이 되었는지

이번에는 좀 효율적으로 수월하게 넘어간거 같다.

물론 그 과정엔 단지 지난 경험이 반면교사가 된 것도 있지만 

사전제작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전작을 찍을때는 사전제작비 없이 시작해서 여러곳에 지원서를 넣어 하나가 되면 필리핀 찍고 

다시 여러군데 지원을 해서 또 하나가 되면 국내를 찍고 더이상 안될거 같으니 

제작위원을 조직해가면서 일본 촬영을 찍곤 했었다.

그렇게 돈을 모아도 충분하지 않다보니 스텝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스스로 통역하고 

스스로 재정을 관리해 가면서 모든 일을 자체 해결해야 했었다.

그만큼 기간이 늘어나고 누수되는 시간이 많았지만

모든걸 함께 논의하고 모든걸 함께 공유했던 시스템.

그게 내가 원하는 제작시스템이었고 그걸 즐겼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래야 결과물에 대한 자양분이 좋은 것이든 안좋은 것이든 모두에게 흡수될테니 말이다.

돈보고 일한 것도 아닌데 그거라도 챙겨야 남는거 아닐까 하는 나름 독립영화제작방식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노력을 포기하고 많은 부분 인건비로 대체를 했다.

첫째는 체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래서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때문이었고

셋째는 누수되는 시간을 줄여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스타일의 프러덕션을 생각했고

필요한 부분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스텝들과 일을 하게 됐다.

스텝들에게 각자의 역할 이외에 모든것을 나누거나 요구하려 하지 않고

나는 내일에만 신경쓰며 감정소모를 줄이려고 노력했던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지통역과 번역에 많은 돈이 들어갔고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했음에도 여러나라를 찍다보니 촬영비도 솔찬이 들어갔다.

물론 많이 들어갔다 함은 쓸 수 있는 제작비의 기준에서다.


우자지간 그런덕에 나는 이번 작업에서 스텝들과 처음부터 나누고 공유하고 함께 부담하는

모든 에너지를 줄이는 대신 좀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후반까지 밀고 나갈 만큼의 충분한 제작비를 마련하지는 못한덕에 

결국 사무실을 빼고 마무리는 혼자서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되긴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정산을 비롯한 번역이 어느정도 되었기에

혼자서 편집을 해도 견딜만은 하다는 것이다.

아니 어떤면에서는 혼자라는게 편하기도 하다.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감정이 참 묘하다.

각기 다른 프로덕션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다르기 때문인데

무엇이 더 좋은 것일까는 쉽게 단정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전작과는 다른 프로덕션을 가동하면서 누수되는 시간은 벌었지만

전작과는 또 다른 감정소모가 분명 있었고 해결하는 방식도 달랐다.

돈을 받는 만큼이라는 당연하면서도 냉정한 관계가 분명 있었고

그 기준이 일을 하는 기간과 방식에 끼치는 영향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작의 프러덕션이 주는 스텝들과의 성취감과는 다르게

이번 작업의 스텝들이 주는 새로운 면도 있었다.

받고 준 만큼 이외에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움이랄까.

물론 이 말은 좀 씁쓸하기는 하다.

영화가 너무 감독 중심으로 사고되는 이기적인 면이 강조됨으로.


그러니 무엇이 더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지 그 작업에 맞는 프로덕션이 있는 것 뿐일터.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독립영화제작에 필요한 프로덕션이 어때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또 하나의 경험임은 분명했던거 같다.

2차편집본을 이틀만에 뚝딱 해치우고는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신경써야 할 것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걸 잘 조절하면 참 많은 시간을 벌어준다는 사실.

물론 그것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을 눈 딱 감고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고.

대표적인게 역시 누적되는 제작비의 빚을 모른체 지나치고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

3차 편집본은 편집감독과 함께 하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이번 작업을 잘 이해하고 지지하는 친구라 기분이 좋다.

2차 편집본을 어떻게 다듬어 놓을지 기대된다.

기다림은 지루하니 내일은 간만에 암벽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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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1. 4. 21:48

이래저래 벌써 새해가 4일째 된다.정말 시간이란...

책상위엔 작년초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산 일본어 책이 먼지가 수북한채 놓여있다.

웬일인지 일찍부터 일어난 나는 간만에 책을 들여다 본다.

고래까라 오세와니 나리마스...앞으로 신세지게 됐습니다

도조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뭔가를 외우는 것에 소질이 없는 나는 무슨 형벌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여러나라 말을 배운답시고 헉헉 대는지.사실 헉헉댄다는 말은 좀 무리긴 하다.헉헉대지 않았으니 이제와 눈앞에 닥친 말이 급해진 것이니.우자지간 번개치기라도 해야지 뭐.

필리핀 촬영과는 달리 일본 촬영은 좀 두렵다. 필리핀은 일년간 머물면서 나름 이것저것 이해의 폭을 넓혀놓은 베이스가 있었으니 두달간의 시간이 나름 생각한 만큼 잘 진행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바지만 일본은 단기간 여러번 방문한 눈치정도의 감이여서 사실 얼마나 일이 착착 진행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질서와 제도가 몸에 밴 나라의 국민들 사이를 파고들면서 일을 한다는 건 일의 추진에 불이 붙기 힘들 터이니.


더군다나 필리핀 제작비의 3배는 넘게 그것도 한참 꼿꼿하게 올라가는 엔고의 와중이다 보니 정말이지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구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이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지. 그러나 일단 가기로 했다. 그것도 다섯명이 동시에. 지난 필리핀 촬영때 3명이서 갔지만 사실 영란이 합류하지 못한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고, 안그래도 복잡한 동선을 따라 영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파악이 필수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영화에 참여한 보람이 스텝들 개인의 성과로 조금이나마 남을 수 있을터이니.


신년과 함께 스텝도 한명 더 늘었다.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그녀에게 가르치는 재주가 없으니 스스로 배우라는 말로 대충 레드마리아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스텝으로 참여하는 일년간 나름대로 먹고살 궁리며 어떻게 버틸 것인지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그녀가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얻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레드마리아를 위해 이미 휴학을 두 번이나 감행하고 있는 아람과 새로운 학교 편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제작위원 모집에 힘을 쏟고 있는 경은과 일본 촬영후 역시 유학을 떠나게 될 영란까지 모두의 열정 또한 만만치 않으니 그들의 앞날도 영화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일본 촬영은 일단 도쿄의 반빈곤네트워크에 소속된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될거 같다. 사전 섭외라는 것이 눈으로 보면 다를때가 많기 때문에 바로 그림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의 촬영일정에 맞게 그들의 모임을 주선해 주었으니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필시 괘찮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든다. 게다가 하나씩 일본 촬영을 위해 자료를 제공해 주고 사람을 소개해 주는 친구들이 생겨나니 일단 이정도면 출발은 순조롭다 하겠다.


그리고 어제 아람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 촬영을 위한 후원금 모집 통장에 200만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정확하게 어느분인지 파악을 못해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첫 단추를 채워준 그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쇼킹패밀리 상영료를 모아 제작팀 모두 해외여행 가자고 공동통장을 마련해 돈을 모았는데 세영의 제안으로 레드마리아에 제작지원금을 후원해주기로 했다. 물론 더블어 김미례 감독의 영화와 세영의 영화에도 함께 후원하기로 했다는 야그. 우리모두 스스로의 대견스러움에 감동했다는 야그다.


일본의 첫 촬영이 잡혀있는 이달 21일쯤은 출국을 해야 한다. 그기간 얼마나 제작위원을 모으고 후원회원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의기충천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지난해 실망이란 실망은 이미 여러번 한터라 더 이상 할게 있을까 싶어 기대만 가져보기로 한다. 더더군다나 실망하기엔 레드마리아가 정말 괜찮은 영화인거 같아서 말이지.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