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리뷰2015. 11. 5. 13:22

제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변성찬


경순 감독은 전작 <레드마리아 Red Maria>의 끝부분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성노동자 여성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레드마리아2 Red Maria 2>는 본격적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는’ 영화이고, 또 이제는 충분히 들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제안하는 영화다. 

영화는 한국 및 일본의 성노동자 여성들의 이야기와, 이제 ‘위안부’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한국과 일본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두 이야기를 교차편집하고 있다. 이 교차편집은 우리 안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어떤 경계/차별

(한국여성과 일본여성 및 강제로 끌려간 여성과 매춘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이제는 넘어서야 

하지 않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한 영화적 장치일 것이다. 

한국사회에 고착되어 있는, 강제로 끌려간 순결한 여성이라는 위안부 희생자의 이미지는, 

누군가를 그 희생자의 범주에서 배제시키고,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 말할 자격과 권리를 

박탈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현재의 성노동자 여성들이 요구하는 자격과 권리에 대한 호소를 

들을 수 없게 하는 장치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은 아닐까? 

<레드마리아2 Red Maria 2>는, 누군가에게는 침묵을 강요하고 또 누군가의 말은 들리지 않게 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의 순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귀를 열고 온전히 듣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영화다.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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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리뷰2014. 10. 4. 13:02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경순 감독 대담회 "다큐멘터리,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신나는 다큐 모임과 인디스페이스가 함께하는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하 한다감)이 김태일, 태준식 감독에 이어 세 번째 대담회를 열었다. 9월의 감독은 경순. 모더레이터로 영화평론가 변성찬, <독립의 조건>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 김보람이 패널로 함께했다.

한다감은 오랜 시간 묵묵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비평의 영역을 발굴하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려는 기획이다.

9월 경순 감독전에 상영된 영화는 <민들레>(199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4), <쇼킹패밀리>(2006), <레드 마리아>(2011), 이렇게 4편이다. <레드 마리아>의 상영이 끝난 후 대담회가 시작되었다.



- <민들레>(1999):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진행한 농성을 다뤘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4): <민들레>에 이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과 내부적 문제점들을 다뤘다.

- <쇼킹패밀리>(2006): 세 여성의 삶과 시선을 통해 한국의 가족주의를 신랄히 비판했다.

- <레드 마리아>(2011): 필리핀과 일본, 한국 세 나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




▲ 대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변성찬 영화평론가, 경순 감독, 김보람 감독




변성찬: 먼저 경순 감독이 이번에 상영된 영화 네 편을 고른 이유와 각 작품을 하며 고민했던 점에 대해 듣고 싶다. 그리고 김보람 감독의 소감도 함께 듣고 싶다. 오늘 상영되었던 <쇼킹패밀리>, <레드 마리아>에 대한 관객의 질문도 받을 예정이다.


경순: 작품을 선정할 때,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문제의식과 영화의 내용, 형식에 있어서 가장 이야기하기 좋은 작품들을 선정했다. 초반 두 편의 작품은 공동연출이었고 후반 두 편은 단독작업으로, 골고루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영화를 늦게 시작했다. 그 전에 소위 말하는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이 영화에 많이 반영되었다. 책임감으로서의 운동보다 내 삶의 모습들을 보고 싶었다. 첫 번째 영화 <민들레>가 나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다. 운동을 한다는 것과 영화를 한다는 것이 내 안에 혼재했던 시기였다. 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제작에 굉장히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했고, <빨간 눈사람>을 같이 했던 최하동하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시기에 배웠던 것들이 이후 영화를 만들 때 초석이 되었고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공적이면서 사적인 관계에서 감독의 포지션이나 시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막연한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찍으며 많이 정리되었다. 이후 <애국자 게임>부터 이어지는 나의 영화는 내가 궁금한 주제, 질문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분과 차차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 질문하고 있는 김보람 감독




김보람: 경순 감독을 남몰래 정말 좋아해왔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에 4편의 작품을 연달아 꼼꼼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경순 감독의 작품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순 감독 작품을 보며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은 정말 유쾌한 사람이고, 인터뷰 대상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대상들이 감독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카메라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거리낌 없이 따라붙고, 끝까지 쫓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기 꺼릴 만한 것들도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레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감독이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독립의 조건>을 연출한 후 마음고생을 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채 타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경순 감독의 작품들은 이후 작품에 이전 작품에서 했던 고민이 나오고, 이전 작품에서 이후 작품에 대한 힌트가 나오기도 한다. 한 편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필요는 없겠다, 나중의 작품을 위한 기반으로 가져가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경순 감독의 작품에 담겨 있는 고민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드 마리아> 속 여자들은 개개인의 투쟁을 하고 있다. 사실 그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 큰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10명의 주인공이 등장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절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0명을 만나고 촬영할 때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경순: 내가 가진 질문의 가장 밑바닥은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굴러가는 것일까’이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그것이 궁금했고, 그것이 출발이었다. 영화를 한 편 만들 때, 집중은 하지만 질문이 다 풀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 영화에 사람도 많이 나오고 이야기도 많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런 스타일로 찍고 싶어서 그랬다기보다, 하다 보니 내 영화가 이렇더라. 

나한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공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영화를 찍을 때 내가 또 다른 삶을 경험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제작 기간 동안 많이 놀고 그 사람들과 더불어 지낸다. 오늘 오기 전에 <레드 마리아>에서 만났던 이치무라에게 한국에 온다는 메일을 받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니까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나처럼 다큐멘터리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영화가 자신의 삶에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고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보여주는 즐거움이 아닌 나 자신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또한 내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 알아가려고 했다. 늘 무지(無知)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그래서 내 영화를 보면 영화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형식적 측면은 없어도 나의 고민을 풀어가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실험 아닌 실험이 되었고 항상 시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 질문에 대답하는 경순 감독




변성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나타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김보람 감독이 질문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천부적인 뻔뻔함인 것 같다.(웃음) 한 감독의 스타일에는 자신의 성격과 기질, 체질과 문제의식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한국의 의미 있는 다큐를 보면 개인적 성격이나 작품 속 카메라의 움직임에서 극단적인 낯가림의 미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을 통해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전한다. 그래서 부러워는 하되, 꼭 따라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웃음)

<쇼킹패밀리>와 <레드 마리아>는 감독의 기획과 실제 촬영 사이의 타협,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다. <쇼킹패밀리>는 원래 출연하기로 한 인물이 5명이었는데 3명으로, <레드 마리아>는 원래 3개국 12명이었는데 10명이 되었다. 각 영화에 만약 원래 기획한 분들이 다 들어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포기한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왜 포기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다.


경순: 다른 감독들은 자신이 찍으려는 인물을 미리 확정한다. 그 인물에 대해 조사하고 파악하고 그 인물에 맞는 세팅을 한다. 나는 그게 조금 싫었다. 어떤 한 사람을 통해 이슈화할 수는 있지만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나는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해도, 그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그런 것들을 채집한다. 그런 과정에서 깔끔함을 포기했고, 내 영화는 거칠다. 또 나의 방식으로 영화를 찍기에는 많은 스텝과 함께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카메라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레드 마리아>는 방대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대담을 하고 있는데, 종로에서는 누군가 술을 마시고 있고, 필리핀의 누군가는 자고 있고 이런 식의 동시성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정말 담고 싶었던 사람은 막판에 쓰지 못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말 불가항력인 것 같다. <쇼킹패밀리>는 처음부터 5명으로 밀고 나가다 결국 3명이 되었다. 빠진 두 명 중 한 명은 단골 술집의 아는 언니였다. 이 분이 조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차마 그 진실을 드러내지 못했다.(동성애 관련 이야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얻은 노하우는 설득해서 될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찍은 영상을 내보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기획과 다른 현장 속에서 계속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변성찬: <쇼킹패밀리>에서 빠진 두 인물은 한 명은 동성애, 다른 한 명은 성노동과 관계된 사람이었다. 결국은 영화에 담지 못했던 이유는 영화를 통한 커밍아웃의 현실적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두 번째 분에 관해 갖고 있는 경순 감독의 문제의식은 <레드 마리아>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레드 마리아> 속에서 빠진 한 분은 플렌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던 분이라 영화가 나가면 살해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빠졌다고 들었다. 나머지 한 분은 누구인가.


경순: 우리 제작진 중 한 명을 넣으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찍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것을 엮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완벽한 기획을 하고 간 것이 아니어서 그 모든 이야기들을 묶을 수 있는 고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가 고민한 과정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편집할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잘라냈다. 


변성찬: <레드 마리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리타 할머니의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4번에 나눠서 나왔는데 실제로는 한 번에 찍은 것인가. 그리고 처음에 할머니는 영어가 아닌 팜팡가어를 하는데 어떻게 소통했는지 궁금하다.


경순: <레드 마리아>는 원래 인터뷰를 넣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말라야 롤라스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듣고 싶었다. 비춰지는 것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리타 할머니께 작정하고 여쭤보았다. 영어-팜팡가어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할머니가 언짢거나 기분 나빴을 수도 있는데, 할머니도 우리를 믿어주시고 실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대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서 리타 할머니가 길잡이 역할을 하게끔 네 번에 나눠 배치했다. 그 인터뷰는 세 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 마지막 발제를 하고 있는 변성찬 영화평론가




변성찬: 경순 감독은 운동하면서 가졌던 집단적 대의와 개인의 구체적 삶 사이에 괴리가 있고, 긴장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생기는 갈증을 달리 해결할 방법은 없고 그런 화두는 영화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그것이 경순 감독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질문인 것 같다. 경순 감독이 자료에 썼던 질문인 ‘왜 진보 운동은 진보하지 않는가.’ 이 질문은 그녀의 여성주의적 질문과 뗄레야 뗄 수 없다. <민들레>를 다시 보니까 굉장히 이상한 작품이었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이야기를 담는 듯했는데, 카메라가 정작 담고 있는 것은 어머니들의 백스테이지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표면적 주제는 의문사 연작인데 그 작품 안에서 가장 특이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그 주제와 카메라가 약간 빗겨나갈 때였다. 대의 아래 놓쳐지는 것들의 대표적인 하나로 여성수사관이 목표와 성과 아래서 사퇴 압력을 받았다가 버티고 이런 현실을 잡아내는 순간이 있다. 이는 아까 말했던 집단과 개인의 문제와도 연관되며 다음 작품인 <쇼킹패밀리>와 <레드 마리아>로 일관되게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 부분은 <레드 마리아>와 <쇼킹패밀리>에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레드 마리아>는 리타 할머니의 표면의 말 이면의 속마음을 붙잡아내는데 성공했고, 그것이 이 영화에 굉장히 큰 의미와 동력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쇼킹패밀리>는 처음에 나왔던 아줌마들의 막춤이 후반부에 합을 맞춘 자기 퍼포먼스와 시각적 대조를 이루는데 그것이 대상화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야기를 충분히 기다리고 듣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면 <쇼킹패밀리>에 유쾌함은 있는데, 통렬함은 없는 것 같다. 경순 감독의 영화적 화두는 적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 못지않게 늘 우리 자신의 성찰이 항상 섞여 있고 공존해 왔는데, <쇼킹패밀리>의 경우 그것이 느슨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순 감독의 문제의식에 근본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이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우려도 된다. 출발할 때의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는데 적당히 봉합하는 것이 영화적 수사법으로 상투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 감독의 의견을 듣고 싶다.


경순: 내가 어떤 사람을 찍었는가에 따라 타협이냐 봉합이냐가 결정된다. 나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졌다. <쇼킹패밀리>는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였다. 주변의 스텝들이 같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이 정도해서 마무리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봉합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쇼킹패밀리>가 착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분노하는 사람들은 많더라.(웃음) 우리가 보는 것 이상으로 출연했던 당사자들은 굉장히 재고 따지고, 자신 있게 흔쾌히 이야기했지만 뒤돌아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아마 그런 점이 나를 그런 방향으로 가게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영화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었는데 나 개인적인 불만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게끔, 자신의 이야기를 활용해 굉장히 쉬운 텍스트로 다가갔던 것은 좋았다. 하지만 원래 생각했던 문제의식은 사람들이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영화가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었다. 그래서 <레드 마리아>를 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개운치 않아서 <레드 마리아2>를 하고 있다.(웃음)


변성찬: 나도 그런 느낌이다. 모성 신화라는 것이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성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는 문제다. 이 영화는 모성 신화를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착한 영화가 되었고, 그 빈틈을 자기 퍼포먼스로 메꾸고 있는, 그곳에 멈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퍼포먼스 장면들은 굉장한 재능인데 그냥 걱정이 되어서 한 소리다.(하하)



변성찬: 현재 <레드 마리아2>를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소개와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다. 김보람 감독도 함께한 소감을 말해주면 좋겠다.


김보람: 두 분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한다.


경순: 요즘 <레드 마리아2>를 작업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이 이야기가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아직 우리가 이 정도인가’ 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영화를 만들며 나는 늘 즐기는 편인데, <레드 마리아2>에서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낙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영화와 분위기가 다르다. 미리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이 불편해서 조용히 작업 중이다.(웃음) <레드 마리아2>가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나 역시도 궁금하다.


변성찬: <레드 마리아2>는 이전까지 경순 감독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해 본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10월에는 홍형숙 감독이다. <두밀리-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경계도시>, <경계도시2>가 상영된다. 한다감은 격주 월요일에 2편씩 총 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두 번째 상영 후 대담회가 열린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6000원이다. 대담회 참석자와 주제는 매월 첫 번째 상영 전,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와 신나는 다큐 모임(http://cafe.naver.com/shindam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서출처_ http://indiespace.kr/2036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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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정보2014. 9. 1. 18:52

제공 인디스페이스 http://indiespace.tistory.com/1980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③] 경순 감독 

다큐멘터리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통념에 대한 저항과 대안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투쟁과 운동으로서의 기록을 넘어서서 감독의 성찰과 고민을 담아내는 예술로서의 영화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바탕에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감독들의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 비해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인정과 회고, 비평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오랜 시간 묵묵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비평의 영역을 발굴하며 한국의 다큐멘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경순 감독은 최하동하 감독과 함께 독립다큐 제작 집단 “빨간눈사람”을 결성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진행한 농성을 다룬 <민들레>(1999),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기록인 <애국자 게임>(2001)을 “빨간눈사람”의 이름으로 제작했습니다. 이후, <민들레>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과 내부적 문제점들을 다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 세 여성의 삶과 시선을 통해 한국의 가족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는 <쇼킹 패밀리>(2006), 필리핀과 일본, 한국 세 나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 <레드마리아>(2011)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빨간눈사람”시절부터 현재까지 경순 감독의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민족주의”, “가족주의”, “여성에 대한 인식” 같은 사회 통념들에 대한 거침없는 질문과 비판입니다. 15년이 훌쩍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말처럼 작품을 한다는 것이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경순 감독님이 직접 선정하신 네 편의 작품- <민들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쇼킹 패밀리>, <레드마리아>를 함께 볼 예정입니다. 9월 29일 월요일 <레드마리아>상영 후 진행되는 대담회에서는 경순감독과 함께 변성찬 영화 평론가,<독립의 조건> 김보람 감독님을 모시고 지속적으로 사회의 통념들을 깨는 이야기들을 해 오실 수 있었던 내적 동력, 최근 여성이라는 소재로 집중하고 계신 이유, <애국자 게임>이후 이어져오는 다양한 형식적 시도 등 경순 감독님의 작품세계에 대한 여러 고민과 질문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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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9월 15일(월) 18:00 <민들레> | 20:0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9월 29일(월) 18:00 <쇼킹 패밀리> | 20:00 <레드 마리아> + 대담

● 대담회 참석자: 경순 감독, 변성찬 영화평론가(모더레이터), 김보람(패널, <독립의 조건> 감독)

● 장소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입장료 : 6,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입장)

● 주최/주관 : 신다모(신나는 다큐모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민들레 Mindullae 

경순, 최하동하 |1999 | 60분


한국의 근현대사는 많은 굴곡을 겪으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노동인권을 외치다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 이들도 있고, 민주쟁취, 독재타도를 외치며 분신한 학생들도 있다. 이처럼 민주화를 위한 투쟁 속에서 희생된 죽음의 역사는 한국의 지난한 민주화의 과정만큼이나 길다 죽은 이들의 가족은 1986년"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약칭 유가협)를 결성하였다. 그들은 자식들의 명예회복과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고, 이제는 자식들에 못지 않은 투사가 되었다. 인권 대통령이길 희망하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겨울 그들은 "희생자 명예 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각 당사를 찾아다니며 집회를 하고, 농성장을 찾아오는 이들을 대접하고, 하루의 투쟁을 정리하는 회의등..... 농성이 길어지면서 농성장의 생활도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부모님들간의 갈등도 생겨났다. 좁은 농성장 안에서 부대끼는 여러 가지 일상사들도 결국은 죽은 자들의 부모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98년이 다가기 전에 끝날 것 같던 농성은 1년이 넘게 지속되고...마침내 농성 419일째 되던 1999년 12월 28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들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Do People Live For

경순 | 2003 | 111분


유가족들의 422일간의 투쟁으로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한시적으로 설립됐다. 그 위원회에 죽은자들의 동지였던 민간조사관들과 군,경찰,기무사,국정원에서 파견된 공무원 출신 조사관들이 함께 일을 한다.그들의 목표는 진상규명이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미비한 권한과 높은 대의 그리고 그속에 준비되지 않는 사람들의 갈등과 모순.위원회는 바로 우리시대의 얼굴이다. 



쇼킹 패밀리  Shocking Family

경순 | 2006 | 111분


가족은 늘 개인의 존재를 망각한다. 국가는 자주 그 '가족'을 이용한다. 

그리고 개인은 종종 국가와 가족의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상실한다. 이런 가족 안에서 오늘도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20대 세영, 30대 경은, 40대 경순과 혈연 중심의 한국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미국입양아 빈센트의 성장 이야기.



레드마리아  Red Maria

경순 | 2011 | 98분


한국, 일본, 필리핀에는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닌 많은 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 중에서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으로 불리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메라는 그녀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녀들은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그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은 제각기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한 가지 공통점에 의해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있다. 그들의 몸과 노동이 그것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사회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의 ‘노동의 의미’가 그것이다.




경순


Filmography

1999 <민들레 MINDULLAE-Dandelion> DV Cam, 60min.
2001 <애국자게임 Patriot Game> DV Cam, 90min. 
200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Do People Live For]> DV Cam, 111min. 
2006 <쇼킹 패밀리 Shocking Family> DV Cam , color, 111min.
2011 <잼다큐 강정Jam Docu  KANGJUNG>HD,COLOR,104min
2011 <레드마리아 Red Maria> HD, color, 98min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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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경순의 노트2013. 4. 25. 12:00

그동안 독립영화의 전문인력들은 미디어교육과 공동체 상영 그리고 각종 크고작은 영화제와 

독립영화전용관 등의 발전에 실질적인 힘이 되어왔다. 

그런데 정작 그런 인력들은 늘 시작을 할때만 '애용'되고 정상적인 운영이 되면 

늘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폐기'처분된다. 

대체 이 습관은 언제 고쳐질런지.

이번에 인디플러스의 허경 프로그래머와 스텝들도 마찬가지. 

파국으로 운영이 엉망이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를 사랑받는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한 

프로그래머와 스텝들을 가차없이 해고한 영진위의 처사는 이해받기 힘들다.

결국 발로뛰며 늘 인디플러스의 크고작은 일들을 조언해 왔던 운영위원들이 사퇴하는일까지 발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언제까지 진정한 '진흥'을 방기할 것인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 사퇴의 변


2013년 4월 16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운영위원 중 1기 운영위원회가 출범한 2011년 6월부터 2013년까지 운영위원을 연임 중이던 낭희섭, 변성찬, 신은실, 주현숙 4인은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를 사퇴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영진위는 지난 4월 13일 전문적 역량으로 [인디플러스] 상영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프로그래머에게 불법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다른 스탭들도 2013년 초부터 파견 직으로 전환하고 2-3개월씩 근로 계약을 연장, 당장 다음 달 계약여부도 불투명한 노동조건을 조성하며 안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없게 하는 등 극장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2. 지난 2년간 [인디플러스]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영진위 직영관이 누릴 수 있는 운영의 안정성과, 독립영화가 당연히 지켜야 할 표현의 자유 및 정치성 독립성을 아우르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 왔습니다. 관객 공동체 속에 뿌리를 내리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인디플러스]가 사업 연속성 단절과 전문 인력 부재로 황폐해지는 사태를 막고자, 여러 차례 정기 운영위원회에서 대책을 촉구하고 김의석 영진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으나 영진위는 책임을 실은 답변과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3. 역시 영진위 예산을 일부 지원받는 제2 독립영화전용관을 평가할 때에는 “전문인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영진위가, 정작 직영 중인 [인디플러스]의 전문 인력들을 “경영상의 이유”로 내치며 극장을 공동화시키고 있습니다.


4. 우리는 이 사태의 원인을 영진위 내 정규직 이기주의로 보며, [인디플러스] 고용 및 운영 원리를 오로지 “경영평가” 중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직영 의지도 능력도 없는 영진위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의 들러리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2013년 4월 24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전 운영위원

낭희섭

변성찬

신은실

주현숙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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