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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가 묻다. 일하는 거 재미있니?



김소연은 검사다. 된장녀로 대표되는 ‘사이비’ 검사에서 진짜 검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민호는 건축사다. 업무상의 이유로 게이라는 오해까지 감수하고 손예진의 집으로 들어갔다. 손예진은 가구디자이너다. 잘 안 팔리는 가구지만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문근영은 탁주기업의 일원이다. 탁주생산공정 개선을 위한 효모 연구에 번번이 실패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지상파 TV 수목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다양한 직업들이 그려진다. 날이 갈수록 드라마 속 직업들은 새로운 영역으로 그 범위를 넓혀간다. 그 결과,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재벌가 총수부터 가사도우미까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직업들을 갖게 됐다.

드라마 속 직업의 대다수는 전문직이다. 전문직(專門職)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업을 말한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전문직종의 세계는 막연한 선망의 대상으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특정한 직업 자체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직업으로 대변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은 일과 사랑에 있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개의 경우 그들의 일과 사랑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드라마에서 벗어나 잠시 우리의 현실을 보자. 청년실업 100만 시대를 앞둔 것은 둘째 치고, 지금 일하고 있는 당신은 행복한가?

글로벌 컨설팅기업 타워스 왓슨이 4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6%만이 자신의 업무에 완전히 몰입한다. 세계 평균 21%에 한참 부족한 수치다. 마지못해 회사에 다니는 비율은 48%로 세계평균 38%에 상회한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일자리가 있는 선택받은 사람들조차 ‘마지못해’ 일하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일하기 싫다고 투덜대거나 근무시간에 일하지 않고 빈둥대지 않는다. 간혹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

무조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회사(=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둔 현실의 젊은이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하는 ‘전문직’이기에 가능한 일인 걸까? 가사도우미로 등장하는 채림도 대기업 낙하산으로 들어가 복사만 하는 지현우도 자신이 맡은 일에 열심인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혹자는 드라마 속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들의 모습이 ‘드라마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워스 왓슨의 보고서가 증명하듯 우리네 ‘일에 대한 열정’은 세계평균으로 증명되는 ‘현실’에도 턱없이 모자라다.

소설 ‘어머니’로 유명한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는 “일하는 것이 즐거움이면 인생은 기쁨이지만, 일하는 것이 의무이면 인생은 노예생활이다” 라고 했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일하는 것이 즐거움이면 인생은 드라마가 되지만, 일하는 것이 의무이면 인생은 노예생활이다.”

드라마 속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실수하고 깨지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자. 당신이 어떤 일에 종사하든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면 당신의 내일 역시 ‘드라마’가 될지 모른다. 뭐 아니라고 해도,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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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