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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1 낯설은 풍경
제작일기2013. 12. 11. 08:19

나에게 생각이 많아졌다는건 분명 이색적인 신호다.

심지어 한곳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진다는 것도 아주 낯설은 풍경이다.

적응되지 않는 이 상황을 누가 내몸에 적응시킨 것일까.


늘 움직이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게 습관이었는데

어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던거 같다.

물론 이유가 없는건 아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일본촬영이 가장 큰 문제겠다.

시작이 반이라고 영화의 전체 윤곽을 그려가는 첫단추다보니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그것도 아주 집중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만들면서 레드마리아처럼 준비기간을 많이 가져본 것도 처음이고

역시 레드마리아2도 만만치 않게 많은 기를 쏟게 만든다.

그럼에도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모험일 뿐이니.

처음 레드마리아를 만들때도 그 길었던 준비의 시간은 

오로지 내가 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의 답을 얻기위한 시간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의 답을 얻기 위한 거였다.

그 희미한 질문들이 확신에 찬 질문이 되었을때 

비로서 나는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한들 답이 나를 기다려주는 건 아니니...


복잡한 마음이 달리기 시작하자 시간은 어느새 새벽을 달린다.

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갖다 준 파김치에 소주도 걸쳐보고

배도 안고픈데 라면도 끓여먹는다.

귀에도 안들어오는 드라마는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뭔가 정신없이 많은 생각이 오갔던 새벽.

중단하고 자야지 했지만 어제받은 메일이 아른거려 가슴을 쓸어내리다

다시 일어나 컴퓨터를 열어보고 편지함을 몇번이나 확인한다.

결국 커피를 마시다 일찌감치 나가는 수림이 배웅까지 해주고

우연히 보게된 친구의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 소식까지 더해져

감정의 기복이 정말 파란만장하게 나를 들쑤신다.

이대로간다면 다시 내일 아침까지도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근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어쩌면 나의 생각이 멈추지 않았던 지난밤의 시작이 되었던 그 메일의 답장.

열어보기 두려운 메일이건만 겁도 없이 손이 먼저 간다.

이런 메일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이미 눈은 글을 읽고 있다.

너무도 간결한 내용.

하지만 너무나 따뜻한 내용.

참았던 눈물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풍경들이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연일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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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