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이는 KT&G상상마당의 한국 사진가 지원프로그램인 스코프(SKOPF)에서 70명의 지원자 중에서
2차 지원작가 3명에 선정되었다.
여성 암환자, 절대적인 타자와의 만남, 한경은
한경은의 ‘묵정(墨井)’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서울제일병원 암센터에서 화학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환자들이다. 투병중인 어머니와 함께 병실생활을 시작한 작가는 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며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과 대면하는 환자들을 만난다. 화학치료로 듬성듬성 흉하게 빠진 머리카락을 아예 밀어버리고 계절마다 실내용과 외출용 모자를 수십 개씩 가지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모습에 위축되는 만큼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죽음에 관해서도 대범하고 초연했다가도 금방 두렵고 억울해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한경은은 이러한 환자들의 얼굴에서 초연함 가운데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힘을 발견한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환자들을 촬영하는 것은 작가에게 조심스러우면서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되도록 예쁘게 찍어드리려는 마음과 동시에 고통을 담고 싶다는 상반된 생각이 공존했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그들을 이해하거나 초월할 수 없는, 절대적인 타자로서 받아들이기까지 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작가 자신과 어머니가 슬픔과 분노, 연민과 측은함, 짜증과 피곤함이 뒤섞여 힘든 시기를 보내다 병을 받아들이고 평온해진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타자의 얼굴은 내가 어떤 의도로 초상사진을 찍더라도 결코 그 의도에 귀속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에 절대로 보편화 될 수 없는 얼굴들이다. 이 얼굴들을 통해 내 지향성이 머무를 수 없는 곳에 있는 절대적인 타자를 만난다. 이들과 소통할 수 없음을 인정할 때 동일성의 폭력에서 해방될 것이며 비로소 그때서야 내가 누구인지도 알게 된다.” 타자의 얼굴, 그것도 고통 받는 타자를 찍는 사진의 폭력성을 작가는 절대적인 타자로서 환자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받아들이며 얼굴이 가진 정직함을 믿고 따라간다. 그러기까지 작가는 오랜기간 시행착오와 사진적, 철학적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제일병원의 주소인 묵정 1-19번지에서 제목을 따온 ‘묵정(墨井)’은 서울 중구 수표동에 있던 우물의 이름이다. 깊은 우물의 이미지는 작가가 본 타자의 얼굴과 겹쳐진다.
영화만들며 놀기<민들레>1999,<애국자게임>200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쇼킹패밀리>2006,<잼다큐 강정>2011,<레드마리아>2011,모든영화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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