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자전적 자막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바로 예상치 못한 질문들의 연쇄로 성큼성큼 건너간다.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의 성노동자의 인권과 법적 지위를 묻는가 했더니SWASH 활동가들과의 대화에서 느닷없이 위안부 논의가 튀어나오면서 카메라는 야마시타 영애, 나가이 가쓰, 안병욱 등 학자들에게로 향한다. 이어 열악하고 위험한 한국 성노동자들의 현재 상황이 삽입되고, 일본인 위안부들의 ‘침묵’의 의미를 질문하는 이케다 에리코에 이를 즈음이 되면, 엄마의 방에서 출발했던 감독의 고민이 왜 그다지도 과거와 현재, 위안부와 성노동자를 오가며 이질적으로 보이는 질문들을 축적해 왔는가 감이 잡힌다. ‘매춘(부)’이라는 낙인이 그 동안 역사와 정치와 운동 모두에서 어떤 것들을 은폐하고 침묵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다. 이제는 신성한 피해자의 기표가 된 ‘위안부’와 ‘매춘부’라는 단어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로서 자기존재를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 계속 억압되는 성노동자들의 인권 등. 그래서 이 영화는 이미 발언된 ‘피해자성’과 여전히 발언되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묻는다는 점에서 도발적이다. 감독은 도입부에 이어 마지막에도 ‘엄마’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으로 영화를 마무리하지만, 박유하와 정대협, 성매매 특별법 폐지 시위 현장을 경유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마련될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답할 것을 요구 받는 자들이 너무나 많아서이고, 그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백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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