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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9 불안
빨간경순의 노트2013. 5. 29. 16:05

생전 꿈도 잘 꾸지 않던 내가 친구를 꿈에 보고 벌레가 몸속에 들어가는 꿈을 꾸고

덩달아 계속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몇달전 교통사고로 수술했던 엄마의 고관절 부위에 괴사가 왔고

다시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내가 요즘 불안을 안고 산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문득 지난달 도봉산 선인봉을 오르다 보았던 매가 생각난다.

그의 눈빛도 불안했던거 같다.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암벽한답시고 오르고는 인간들을 보면서

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쏘아보았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 느낌과 불안이 겹치는 상황.

지금 내가 그런것 같다.


며칠전 제작지원면접때 만난 모감독이 생각난다.

그는 면접 전 몹시도 불안하고 초조해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가

나를 보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고 했다.

경순만 보면 내가 마음이 풀리는거 같아라면서 그는 다시 

불안을 차곡차곡 접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불안은 우울과 겹쳐있었다.

진행되고 있는 영화를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과 함께.

그의 불안이 면접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했고 냉정해지려 했지만

불안의 냄새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의 불안은 제작지원의 결과가 나올때가지 계속 될것이다.


나는 다시 매의 불안을 생각한다.

그를 만난 이심전심의 상황을 수다라도 떨고 싶은데

경계를 늦추지 않겠지.

마음도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에 외로워진다.

외로움도 불안과 맞닿아있는 정서구나 느낀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지금 나의 불안에 비하면 느낌도 없는 실체.

이리저리 불안을 탐색해보지만 역시 나의 불안도

결국은 돈으로 귀착이 된다.

그러니 매가 나를 받아들일 리가 있었겠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다고 동정을 구하는 나를 얼마나 비웃었겠나.


고작 돈으로 불안해 하는 니가 나를 이해한다구?

아니 너야 몸도 튼튼하고 그저 새끼들만 보호하면 되는 거지만

나는 영화도 찍어야 하고 몸도 추스려야 하고 새끼는 아니지만 엄마도 챙겨야 하고

내가 지금 할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대체 니가 뭘 안다고....

그래 그니까 너는 계속 그리 살렴.그게 인간인게지.

그렇구나 너는 매고 나는 인간이구나...

#$%@&&&*^%^$#!......

우리의 대화는 서로를 찌르기만 한다.

그에게 무엇을 바란다고 이렇게 나불대는가.

결론으로 치닫자니 좀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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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