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7. 8. 7. 23:21

태준식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교육국장, 다큐멘터리 감독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 너무나도 황망한 죽음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20 넘게 활동해온 영상활동가 박종필 감독의 죽음이었습니다. 모두가 슬퍼하고 고인의 뜻을 기렸습니다. 특히나 고인과 같은 일을 해왔던 영상활동가들은 소리 죽여 깊게 슬퍼했습니다. 아니, 슬퍼할 틈도 없이 고인이 해왔듯 그이의 생전 모습을 모으고 편집하며 슬퍼하는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편집 모니터 속에 나타난 고인의 모습과 말들을 들으며 빈소 귀퉁이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었습니다. 다른 박종필들영상활동가들이 지금 많이 아픕니다.


많이 참담한 연분홍치마김일란 활동가의 투병 소식이 전해진 이유도 있습니다. 김일란과 박종필은 영상활동가들에게는 하나의 나침반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방향이었습니다. 나침반이 흔들리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활동가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위원장 역할을 담당했었고 지난겨울 광장의 촛불을 기록하는 퇴진행동본부 미디어팀에서 활동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바로 얼마 전까지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잔인하게도 활동가는 같은 시기 암을 얻었고 그중 명의 소중한 동지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혹한 일들이 벌어진 걸까요. 외로움과 상실감에 몸서리치는 이들 옆에서 조용히 그들의 친구가 되었던 영상활동가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실어 날랐고 종국에는 그들에게 싸울 있는 무기를 쥐여 주기 위해 헌신해왔던 영상활동가들.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것일까요?


정작 영상활동가들은 자신이 외롭고 힘든 존재임을 몰랐습니다. 몸은 거리에 있었으며 마음은 전이된 민중들의 고통 때문에 언제나 아팠습니다. 그것을 숙명으로 알았습니다. 사회의 선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자신의 노동이 소중한 사회적 노동임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말해 할까요. 문화산업의 종사자로 창작자들을 대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나마 가늘게 있던 공적 지원을 끊어 생존의 위협을 가했던 국가의 폭력이었습니다. 영상활동가들의 친구들은 어떠했을까요?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로 영상활동가를 대할 , 헌신적인 활동가임을 인정할 , 처지를 공식화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에 관심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없습니다. 영상활동가들 마음속에 있는 순수한 뜻과 열정을 모른 사용 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노동활동으로 치켜세우며 우리들은 너무나도 시간을 잃어왔습니다. 속으로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박종필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가들과 박종필 감독의다큐인후배들. 그리고 독립다큐 창작자들은 다시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슬픔을 가슴에 묻고 박종필 감독의 말처럼우리 일을 하기 위해 다시 녹화 버튼을 매만지고 있을 겁니다. 영상활동가들의 친구들께 부탁드립니다. 잠시나마 그들에게 쉬어갈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연대해 주십시오. 국가가 역할을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은 이런 독립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사회적 노동으로 대우받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나라의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다큐 창작자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 다른 박종필들이 고인의 뜻을 부침없이 이어갈 있도록 해주십시오. 서늘한 여름. 소중한 동지들을 이상은 잃고 싶지 않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4995.html#csidxa620326c938af9db608e51ea470480c 

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7. 7. 29. 13:17

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25. 14:03

10년전 지역의 전교조선생님들 몇 명이서 충주작은영화제라는걸 시작했고 올해 12회를 맞이했다. 다른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도시에는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뿐이 없다.그 극장의 1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광해처럼 잘나가는 영화뿐이기에 지역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다. 워낭소리가 전국에 선풍을 일으키며 틀어질때도 충주에서는 틀지를 않아 지역의 극장에 상영요청을 했었다고 한다.하지만 거부를 당했고 거부당한 몇몇의 선생님들과 시민들이 상영회를 만들어 틀었더니 관객이 줄을 지어오는 통에 2회상영을 4회상영으로 급조해 12시가 넘도록 중단을 못했다고 한다. 영화가 보고싶은데 서울까지 가는 일은 너무 힘들다고.그것도 몸이 청춘일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물론 서울에 사는 나조차도 가끔 그런노력을 해야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조차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열정으로 찾지 않으면 볼 수없거나 이미 내린 영화들이 수두룩 하다.

대선후보들은 남들이 다 깔아준 영화보며 눈물 한번 훔치고 초간단 평하나 뱉으면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박수쳐준다. 뭐 이런 지랄이 있나. 그것도 유명한 영화들 한번 찍고 시대를 느낀 것인냥. 나는 영화에 나온 사건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건 영화 자체를 주목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작은 영화관에서 틀어지는 영화들 교차 상영해서 시간표를 뚫어져라 동그라미치고 외워야 볼 수 있는 영화들.영화가 틀어지는지도 몰라 어쩌다 아는 관객이 들어가면 한명도 보고 두명도 보는 영화들.그런 상영조건 조차 마다하지 못하고 틀어져야 하는 수많은 영화들.그런 영화들조차 지역에서는 침한번 발라놓고 동그라미 치기도 힘들다는 것.

우자지간 레드마리아 상영후 준비하신 분들이 그런다. 다운받아 본것과 극장에서 보는게 참 다르다고. 훨씬 좋은거 같다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러운 칭찬처럼 대화가 오간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집에서 CD로 늘 들을 수 있어도 구지 공연장에서 보고 듣고 하고 싶은 것처럼 영화는 더더욱 극장이 주는 생명력이 있다.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줄 정책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지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영화로만 전락하는건 위험한 현상이다. 문화예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제2의 언어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소통과 대화를 작가들이 말하는 것이고 관객은 자신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상상과 고민과 사유를 즐길 수 있는거 아닐까. 이명박정권의 문화예술정책의 탄압은 바로 그 제2의 언어를 중단시킨 것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만 소통하라고.

수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늘 싸우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니 모두가 액티비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는것이다. 말을 봉하니 그 말이 더 거칠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썅 영화틀어 달란 말이지. 이런와중에 베니스영화제 상받고 귀빈대접 받으면서 끝나지 않고 거침없이 여기저기 작은영화 독립영화에 극장문을 열라는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전 민병훈 감독이 <터치>라는 영화를 8일만에 내리고 소송을 시작했다는 그의 행동에도 박수와 힘을 보태고 싶다. 아주 오래전부터 검열에 시달리던 곡사의 영화들. 지난번에도 영화<고갈>이 제한상영가를 받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 시대정치와 현실 참여>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소송을 시작했다.지치지 않는 그들이 있어 그나마 영화는 계속 숨을 쉰다. 애니멀타운을 좋게 본지라 전규환 감독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베를린에서 퀴어라이온상을 받은 <무게>라는 영화도 제한상영가를 받아 영화관에서 볼 수없는 영화가 됐다. 제한상영가는 사형이나 마찬가지다. 안그래도 박근혜 후보가 성범죄관련해서 사형어쩌구 운운하고 있는데 도대체 정신이 있는건가 없는건가. 무식한 정권이 들어설때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이니 이런 공포가 고문이 아니고 뭔가.

우자지간 그렇게 많은 영화들.셀수없이 많은 보고싶은 영화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영화의 유령들이 곡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막 새롭게 나오는 영화들 그 영화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아직 살아있는 영화가 있을때 다시 동그라미 쳐가며 있는 영화라도 보고 싶다면 일단 서독제로 가보자.(http://siff.or.kr) 그곳에 가면 살아있는 영화들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리. 그리고 작은 상영회로 그리고 작은 영화제로 관객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면 주저말고 찾아가자. 예기치 못한 감동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대선 후보자를 만나면 말하자. 영화 좀 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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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1. 2. 22. 16:56

대충 봄 냄새가 나의 무딘코에까지 전해지는 걸 보면 겨울이 얼추 지나간 거 같다. 한때는 겨울이 그렇게도 좋았는데 그래서 겨울이 다 간거 같은 애매한 2월이 참 싫었는데 언제부턴가 봄이오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뭐 봄이 와도 여전히 나는 레드마리아와 함께 머리가 아프겠지만. 그래 아닌게 아니라 머리가 진짜 쑤신다.

레드마리아를 찍으면서 여유있게 글을 쓰는 일이 거의 없어져 점점 더 글과는 거리가 느껴지는터라 조금씩 다시 회복해 보고자 노력중이다. 그동안 글이라는 건 기획서와 지원서 그리고 섭외하는 내용과 현장에서의 구상등이 전부고 모든 건 머리에서 돌아갔다.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글을 쓸 시간도 없어서 한동안은 머리로 글을 쓰는 습관까지 생겼다. 뭔가 쓰고 싶은 거리들이 생각나면 걸어가면서 차를 타면서 촬영장에 나가면서 머리로 글을썼다. 문장을 써나가면서 지우기도 하고 다시 쓰는 이과정이 끊임없이 반복이 됐는데 결국 그 머리로 썼던 글들을 컴퓨터에 앉아 옮겨야지 생각하고 나면 당근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그렇지. 안그래도 잘까먹는 내가 무슨 수로..우자지간 그런 과정을 지나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글을 쓰는게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점점 더 글을 쓰는 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편집을 할 때도 이거야 워낙 습관이기는 하지만 영상으로 구성을 하고 바로 편집을 하다보니 구성안이라는 것도 써보지를 못했다. 사람마다 습관이 있겠는데 나는 글로 구성을 하는게 익숙하지 않다. 그림 봐야 상상력이 잘 가동이 되는지라 편집구성안을 먼저 정리하고 편집을 하는게 잘 안된다. 그러다보니 가편을 할때 구성이 휙휙 변한다. 물론 생각이 변하면.

하지만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다.포기할 수 없는 생각.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 시작이 된 생각.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던 그리고 그 출발이 여성의 몸이라는 것. 그런데 이게 쉽게 그림으로 연결이 잘 안됐다. 가편 모니터를 하니 누구는 몸과 노동을 분리하라고도 하고 누구는 주인공중 서너명은 과감히 포기하라고 하고 누구는 영화자체를 포기하라는 말도 했지 아마. 그래 그래서 쉽게 끝날 거 같던 이 편집은 길어지고 그만큼 머리도 복잡해 진다.

나의 생각이 틀렸던 걸까. 그게 무리한 시도였던 걸까. 온갖 생각들이 자신을 후벼파기 시작한다. 그런데 누구는 거기다 한술 더떠 이런 걱정까지 해준다. 영화가 완성되면 어디서 틀어줄지 걱정이라고. 왜 그게 걱정이야? 아니 신작도 아닌데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서요...야 뭔소리야 신작이지. 여성영화제 옥랑상 프리미어 상영해야 돼서 완성도 안된걸 무리해서 딱 한번 상영한게 고작인데 그리고 이제 영화를 완성해 보려고 아둥바둥 하고 있는데 격려는 못해줄 망정 그런 고민까지 떠안고 가야한단 말이야.

내심 가까운 독립영화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게 여간 속상하고 서운한게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날 하루종일 머리에서 뚜껑이 여러번 열렸다 닫혔다 했지만 그리고 영화제서 영화 안틀면 지들 손해지 내손핸가? 라고 큰소리 빵빵쳤지만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복잡한 개인사정을 어찌 알겠는가. 완성되고도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라는데 이런정도의 생각이야 가능한 이야기겠지. 하지만 속상하다. 의욕도 상실될 위기.

무슨 놈의 팔자인지 이상하게 레드마리아를 만드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엄살 좀 부릴 여유가 없이 뭔가 끊임없이 대처를 하고 또 대처를 하고 대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거 같다. 뭐 그래서 또 더 애착이 가는 작업인지도 모르겠고.이번주는 3차 가편본 모니터 중이다. 1차 2차는 공개적인 모니터를 했는데 이번에는 개별 모니터를 받고 있다.근데 하나씩 들어오는 의견이 나쁘지 않다. 물론 아직 끝은 아니다. 좀 있으면 도착할 애니메이션 작가와 또 즐거운 설전을 벌여야 하고 군데군데 영상을 정리할 것들도 많다. 역시 영화로 돌아가니 다시 의욕이 불끈불끈.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