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14 레드마리아 13 - 관계의 힘
제작일기2009. 3. 14. 16:49

사람의 관계라는게 참 묘하다. 관계에 집착하면 할수록 의무와 책임감 사이에 던져지는 자잘 한 고민들로 상처와 고민을 반복적으로 안게 되지만, 관계를 열어놓고 받아들이면 수많은 관계들이 다시 알을 까듯이 새로운 관계가 이어져 말그대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니 말이다.

일본에서의 촬영도 역시 그 관계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관계속에 묻어 두었더라면, 그렇게 우리에게 소개를 해주고 우리가 만날 수 있게 연결해준 그 사람들의 열린관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수많은 사람들.

모르는 사람이지만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해주신 오오즈 선생님 부부를 알게된 것도 텐트에서 살고있는 이치무라씨을 소개해준 페민의 아카이시씨를 만난 것도, 그리고 파나소닉사를 대상으로 해고무효투쟁을 벌이는 사토씨를 일하는 여성의 네트워크 대표 미도리씨를 통해 알게 된것도 지금 시즈오카에서 촬영중인 재일교포 개호사 조순자씨를 알게된 것도 모두가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연결된 관계를 통해서였다.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관계가 이제는 우리의 관계가 되었고 우리를 통해 또 누군가가 그들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관계의 좋고 나쁨은 그 관계를 맺는이의 몫이니 이후야 어찌 소개해준 이의 소관이겠는가. 다만 소개해준 이의 마음에 보답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진 관계를 잘 잇기위해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 남을뿐.

그렇게 관계를 생각해보니 우리시대의 관계 맺기가 참 자본주의 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관계든 친구관계든 물론 그보다 훨씬 관계를 확장시켜보면 알겠지만 참 돈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구지 돈이 아니어도 그 방식 그대로 관계를 소유하려들고 내가 아는 관계를 나만이 알고 있으려하는걸 마치 대단한 관계인냥 스스로를 기만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관계를 소유하고 싶은 것일까? 왜 관계를 소유하면서 관계가 확장되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고 하는 것일까. 가끔 그렇게 답답한 관계들을 보면 할말이 없지 않지만 할 말을 다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보면 관계라는 건 역시 상호적인것보다는 다분이 내속에서 일방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내영화에 출연한 인연으로 두 번째 영화를 같이 하고 있는 경은을 만난 것도, 그렇게 먼나라 필리핀에서 어쩌다 내앞에 나타나 준 아람과의 인연도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어느날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도움을 기꺼이 주겠다고 말해준 영란까지 이들을 생각하면 늘 어메이징한 관계의 힘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를 더더욱 어메이징하게 만들어주는 또 한명의 친구가 있는데 영란이 돌아간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는 혜진이다. 요즘 내주변에 혜진이 왜이리 많은지..ㅎㅎ 우자지간 그녀를 만나 이곳에서 또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녀에게 그랬다. 니가 나를 만나려고 십년동안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었구나.하하하 물론 그녀의 표정은 안봐도 알겠지만 황당무계하다는 표정.

이제 남은건, 그렇게 맺어준 훌륭한 관계까지는 좋았지만 카메라에 담겨진 내용도 좋아야 하는데 그것이 고민이라는거. 이건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해결되기 힘든 나만의 몫이니 죽는 소리 해봤자 나만 골치아프겠지.^^ 게다가 지금은 눈까지 다쳤으니 일단 쉬는게 상책이다.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다 말그대로 눈깔을 카세트에 뽀족하게 나온부분에 그대로 박아버렸다.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각막이 찢어지고 눈깔이 탱탱부었다. 병원에 가서 15만원깨지고(물론 이건 산재처리 해줘야해 흑) 눈은 하루종일 뜰수가 없어서 며칠간 촬영 종치게 생겼는데 경은이 자기가 해보겠다며 대신 촬영을 나갔다.

이런, 아람이는 도쿄에서 경은은 시즈오카에서 졸지에 카메라맨이 둘이나 생겼다. 물론 난중에 그러겠지. 경순이 시켰으니 그림이 안나와도 지들 책임 아니라고. 그렇게 발뺌하고 싶겠지만 사람이 어디 똥 눌때와 똑같은가. 엉터리로 찍어오기만 하면 걍 캭!!! 흐흐흐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