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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8 강적들
  2. 2012.11.25 영화 좀 틀어줘.
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28. 17:26

며칠전부터 엄마가 불고기 타령을 했다.

집에서 해먹자고 했더니 구지 방송에서 본 서울불고기 그집을 가야겠단다.

노란 불판에 올려진 그맛을 꼭 봐야겠다고.

이래저래 시간이 안맞아 미루다가 그제 또 전화가 왔길래 약속을 했다.

준비를 마치고 막 나가려는데 엄마가 전화를 했다.

얘 안되겠어.지금 밖에 나왔더니 너무 춥다. 

다시 감기걸릴까봐 나 다시들어가니까 나오지 마라.

뭐라 말한마디 하기도전에 이미 전화는 끊겼다.


어제 다시 전화가 왔다.

얘 오늘은 어떠니?....뭐...갑시다.

그시간 나는 이제 겨우 일어나서 눈꼽도 떨어지기 전인 12시 10분쯤.

두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중간시간에 장사를 안하지 싶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역시나 1시부터 4시30분까지 장사를 안한단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일단 집으로 오라고 했다.

쉬다가 4시반쯤 나가자고.

근데 엄마가 도착한 시간은 2시30분.

우자지간 집에 도착한 엄마가 그런다.

오늘은 왜이렇게 날씨가 덥니.하고는 옷을 벗기 시작하는데....

아래 옷을 네벌이나 입고 중간에 발목워머까지 휘감았다.


그리고는 냅다 여기저기 훑어보더니(예전같으면 지저분하니 어쩌니 말이 많았을텐데)

내가 지난번에 입으라고 주었던 츄리닝 안입으면 도로 줘.

엄마는 늘 나와 수림의 취향을 비껴가는 옷을 사들고 온다.

결국 우리는 옷을 받을때마다 다른이에게 옷을 넘겨주고는 했는데

그걸 발견할때마다 서운해하는 엄마의 뒤끝이 무서워

이제는 조용히 쳐박아 둔다.

근데 도로달라니...얼씨구나하고 얼른 찾아서 넘겼다.

그리고 4시가 다되어가길래 엄마 나가자 했더니

그사이 싱크대의 설겆이를 보더니 이것 좀 하구...

됐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은 이미 고무장갑속에 들어가 있다.


설겆이를 하는동안에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물소리때문에 들리지도 않는데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내가 반응이 없자 이번 선거 누구찍을거냐고 하면서 소릴 빽 지른다.

어어...엉...뭐 아무래도 박근혜는 좀 안되는게 낫겠지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갑자기 그런다.

얘...문재인이 대통령 되야해...

어..엉..아무래도 그렇지.

근데 엄마 박근혜 아니었어?

얘..난 한번두 박정희니 명박이니 그쪽얘들 좋아한적 없어.

여기까지는 좋았다.근데...

어디 여자가 대통령된다고 설치니...문재인 봐라.

남자답게 생긴대다가 잘 생기기도 했고 

그런남자가 집안을 지키고 나라를 지켜야지...

오마이 갓.


갑자기 문재인의 광고가 생각났다.

문소리의 청아한 목소리 다음에 이어지는 컷부터

거슬리기 시작하더니

문재인후보의 집에서 다리미질을 하고 내조하는 아내의 아름다워보이지 않는

내조의 그림까지....

가슴이 탁 막히는게 미치겠는거다.

우리 엄마같은 사람을 겨냥해서 이런걸 만든걸까?

대체 이전략의 포인트는 뭔거지?

단일후보라는 맥락을 빼고는

박근혜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빼고는

어느것 하나 나에게 감동을 주는게 없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수림.

역시 그녀도 오자마자 대뜸 대선후보 이야기다.

엄마 박근혜가 티브이토론에서 미리 질문지를 받고 이야기했나봐.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근데 박근혜를 보면 웬지 불쌍해.

왜?

그거 있잖아 옛날에 어린왕자를 밖에도 못나가게 하고 오직 왕만 만들려고

세상과 겪리시켜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왕밖에 할일이 없는...

근데 엄마...담배 좀 나가서 피라고 하면 나보고 나가라고 하겠지?

허걱...


내가 그나마 유일하게 맘놓고 담배피는 곳이거늘

드디어 이곳까지 눈치를 보면 살아야 하다니 하면서

담밸 꼬나물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대선후보들을 클릭하다가

노동자대통령후보 김소연을 본다.

여전한 미소 그리고 씩씩한 말투

하지만 정책이나 공약을 보면 너무 허술한 우리의 노동자대통령후보.

갑자기 화가난다.

이렇게 그녀가 출마를 할수밖에 없도록 만든 그 진보들에게.

정책하나 제대로 신경쓸 겨를도 없이 투쟁현장에서 살아야 하는 이 후보를

지지하고 만들어야 할 그 인력은 다 어디로 가있는 것인가.


현실과 꿈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계산을 한다.

근데 현실과 무수히 타협하며 만들어내는 정권의 수혜가 달긴하겠지만

꿈이 사라져가는 사회는 너무 무섭다.

단일후보 밀다가 가슴앓이로 속병걸리느니

꿈을 보기로 한다.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을거 같은 거친 공약들 투성이긴 하지만 

진보를 가장한 강적들 보다는 아름답다.

나의 어물쩡한 태도도 이제는 그만 정리하자.

노동자 대통령후보 김소연 화이팅!!!


노동자대통령 후보 김소연의 선거캠프 http://nodongcamp.kr

노동자대통령 후보 김소연캠프 트위터 @nodongcamp

노동자대통령 후보 김소연의 트위터 @synodong

노동자대통령후보 후원금 http://nodongcamp.kr/?page_id=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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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25. 14:03

10년전 지역의 전교조선생님들 몇 명이서 충주작은영화제라는걸 시작했고 올해 12회를 맞이했다. 다른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도시에는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뿐이 없다.그 극장의 1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광해처럼 잘나가는 영화뿐이기에 지역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다. 워낭소리가 전국에 선풍을 일으키며 틀어질때도 충주에서는 틀지를 않아 지역의 극장에 상영요청을 했었다고 한다.하지만 거부를 당했고 거부당한 몇몇의 선생님들과 시민들이 상영회를 만들어 틀었더니 관객이 줄을 지어오는 통에 2회상영을 4회상영으로 급조해 12시가 넘도록 중단을 못했다고 한다. 영화가 보고싶은데 서울까지 가는 일은 너무 힘들다고.그것도 몸이 청춘일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물론 서울에 사는 나조차도 가끔 그런노력을 해야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조차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열정으로 찾지 않으면 볼 수없거나 이미 내린 영화들이 수두룩 하다.

대선후보들은 남들이 다 깔아준 영화보며 눈물 한번 훔치고 초간단 평하나 뱉으면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박수쳐준다. 뭐 이런 지랄이 있나. 그것도 유명한 영화들 한번 찍고 시대를 느낀 것인냥. 나는 영화에 나온 사건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건 영화 자체를 주목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작은 영화관에서 틀어지는 영화들 교차 상영해서 시간표를 뚫어져라 동그라미치고 외워야 볼 수 있는 영화들.영화가 틀어지는지도 몰라 어쩌다 아는 관객이 들어가면 한명도 보고 두명도 보는 영화들.그런 상영조건 조차 마다하지 못하고 틀어져야 하는 수많은 영화들.그런 영화들조차 지역에서는 침한번 발라놓고 동그라미 치기도 힘들다는 것.

우자지간 레드마리아 상영후 준비하신 분들이 그런다. 다운받아 본것과 극장에서 보는게 참 다르다고. 훨씬 좋은거 같다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러운 칭찬처럼 대화가 오간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집에서 CD로 늘 들을 수 있어도 구지 공연장에서 보고 듣고 하고 싶은 것처럼 영화는 더더욱 극장이 주는 생명력이 있다.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줄 정책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지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영화로만 전락하는건 위험한 현상이다. 문화예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제2의 언어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소통과 대화를 작가들이 말하는 것이고 관객은 자신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상상과 고민과 사유를 즐길 수 있는거 아닐까. 이명박정권의 문화예술정책의 탄압은 바로 그 제2의 언어를 중단시킨 것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만 소통하라고.

수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늘 싸우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니 모두가 액티비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는것이다. 말을 봉하니 그 말이 더 거칠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썅 영화틀어 달란 말이지. 이런와중에 베니스영화제 상받고 귀빈대접 받으면서 끝나지 않고 거침없이 여기저기 작은영화 독립영화에 극장문을 열라는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전 민병훈 감독이 <터치>라는 영화를 8일만에 내리고 소송을 시작했다는 그의 행동에도 박수와 힘을 보태고 싶다. 아주 오래전부터 검열에 시달리던 곡사의 영화들. 지난번에도 영화<고갈>이 제한상영가를 받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 시대정치와 현실 참여>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소송을 시작했다.지치지 않는 그들이 있어 그나마 영화는 계속 숨을 쉰다. 애니멀타운을 좋게 본지라 전규환 감독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베를린에서 퀴어라이온상을 받은 <무게>라는 영화도 제한상영가를 받아 영화관에서 볼 수없는 영화가 됐다. 제한상영가는 사형이나 마찬가지다. 안그래도 박근혜 후보가 성범죄관련해서 사형어쩌구 운운하고 있는데 도대체 정신이 있는건가 없는건가. 무식한 정권이 들어설때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이니 이런 공포가 고문이 아니고 뭔가.

우자지간 그렇게 많은 영화들.셀수없이 많은 보고싶은 영화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영화의 유령들이 곡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막 새롭게 나오는 영화들 그 영화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아직 살아있는 영화가 있을때 다시 동그라미 쳐가며 있는 영화라도 보고 싶다면 일단 서독제로 가보자.(http://siff.or.kr) 그곳에 가면 살아있는 영화들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리. 그리고 작은 상영회로 그리고 작은 영화제로 관객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면 주저말고 찾아가자. 예기치 못한 감동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대선 후보자를 만나면 말하자. 영화 좀 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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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