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8.26 커피와 소주
  2. 2013.01.01 새해 아침 풍경
  3. 2012.10.17 인디다큐 시간여행
  4. 2009.02.11 레드마리아 12 - 민폐를 싫어하는 사회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26. 13:11

커피와 소주는 빈속에 먹어야 맛있다.

그래서 커피는 일어나자 마시는 첫잔이

소주는 배가 좀 고플때 한잔을 들이키는 첫잔이 맛있다.

그런게 머리속에 주입되면 버릇이 되고 일상을 지배한다.

아침이 되면 눈을 비비면서 자연스럽게 내손은 커피를 갈게되고

촬영이 끝난후 혹은 친구들과 만나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소주를 시켜

한잔씩 들이키고 고추장에 오이를 찍어먹는 그 순간이 젤로 좋은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하두 더워 그 자리를 맥주가 대신하긴 한다.


그런식으로 습관이 된 문화가 참 많다.

옳거나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익숙해진 습관들.

그래서 익숙해진 것이 때로는 맞는 것이 되고 

익숙해진 것이 진실처럼 되버리는 것들.

여성 혹은 성소수자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둘러보면

그런 익숙한 것들이 진실처럼 되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가끔 그런것들이 일상에 얼마나 많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느끼면

힘이 쫙 빠진다.

아니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무섭다.


내가 알고 있는것들이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

내게 익숙하게 눈물과 감성을 흔들어 놓았던 모든 것들이 위증임을 느낄때.

그런것을 염두에 두고 생긴 버릇은 아니지만

나는 그래서 떼로 무엇인가를 정의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을 보는 것이고

개인이 다 다르다는 것이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인과 집단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국가,민족,여성 등등의 이름으로 프레임화 되면

집단이 내포하는 혹은 보이고 싶어하는 이미지만 그들을 대변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순간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어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공포영화가 있을까.

마치 한편의 SF를 보는 것 같은 아찔함.


커피를 마시면서 참 좋다고 느끼는 시간인데

결국 글이 이렇게 정리된다.

빈속에 마시는 오늘의 첫 커피가 나에게 주는 상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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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1. 1. 14:23

드디어 새해 아침.

물론 그 아침은 정오12시를 기점으로 왔다갔다 하는 시각.

오줌마려 화장실부터 찾았더니만 물이 안내려간다.

변기수통을 열어보니 수통이 깨져있다.

웬일인가 싶어 수돗물을 틀어보니 수돗물도 잠잠.

그니까 우리집에 물이 죄다 침묵시위중인거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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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0. 17. 23:27

류미례 감독의 영화'엄마'상영후 내가 진행을 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있다.

나름 재밌는 시간이 될듯...ㅎ


인디다큐 홈페이지 http://www.sido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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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2. 11. 16:45

날짜와 시간이 어찌가는지 알수가 없다. 아니 느끼지 못하고 가는 것일테지. 

6일쯤 글을 한번 써야지 했는데 일기에는 날짜만 써있고 오늘날짜를 확인해보니 11일이다.
5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기억력의 감퇴인지 아님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그런건지..ㅎ

어제는 전통일이라고 하는 노동운동 단체의 사무국장인 토리씨를 만났다. 전통일은 중소기업이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주로 가입을 하는 일반노조인데 현재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해 있다고 한다. 보통 일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시간당 1000엔에서 1200엔정도를 받지만 그돈으로도 일본의 높은 물가를 따라잡기 힘든 판인데 일본에 산업연수생 명목으로 들어와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시간당 고작 300엔정도라고 한다.

10년전부터 불법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산업연수생 외국인노동자들을 늘리고 있는데 문제는 합법적으로 그들의 노동력과 인격이 헐값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0명이하의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을 많이 데려오는데 사장이 직접 맘에 드는 여자들을 골라서 데려오곤 하는데 시작부터가 인신매매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그리고 작업장에서는 화장실가는 것까지 체크를 해서 1분을 초과하면 패널티를 매기는등 그들을 감시하고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얼마나 악랄한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종종 듣던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경제대국 일본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인지라 자못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토리씨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처럼 자본가는 노동력만을 사는게 아니라 그들의 인격마저 지배한다는 말처럼 돈이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무서움이 새삼 떨쳐지지를 않았다. 그래서인지 좋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찾는 인물에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인간상에 대한 혐오감이 내내 머리를 짓눌러 지금까지도 개운치가 않다.

토리상을 만나후 우리는 오사카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인 치에코씨를 만나러 갔다. 우리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제안한 그녀에게 늘어가는 테잎의 일본어프리뷰를 부탁하기 위해서 였다. 치에코씨는 쇼킹패밀리의 일본 자주상영회를 맡아서 해주시기도 했는데 자신이 상영한 영화중 베스트에 속한다는 말을 하면서 레드마리아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나도 기대감이 만만치 않다고 응수를 했지만 나중에 어찌감당하려고 입에서는 늘 자신감에 찬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통제가 안되는지...쩝

우자지간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저녁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왔다. 갑자기 웬 저녁준비냐 하면 우리가 묵고있는 숙소를 제공해주신 오오즈선생님 부부에게 감사의 표시로 한국식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떤음식을 먹고싶냐고 사전에 여쭤봤더니 부침기와 떡볶기를 말씀하시기에 우리는 허겁지겁 그 재료들을 사기위해 치에코상의 사무실을 빠져나온 것이다.

다행히 시부야의 쇼핑센터의 식품코너에 떡볶기용 떡이 있어서 우리는 무사히 시간을 맞추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저녁 8시 칼같이 시간을 맞추어 오신 두분에 맞이하면서 우리의 요리사간도 칼같이 끝났다. 재료는 열심히 아람이가 씻고  갖은 재료를 알맞게 경은이 썰고 부침기는 내가 그리고 떡볶이는 경은이가 그리고 다시 늘어놓은 거실은 영란이 열심히 치우는 것으로 사전논의가 없었음에도 우리의 역할분담은 착착 어찌나 빠른속도로 진행이 되든지.

남편인 오오즈선생님이 99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본인도 일본에 오는 한국분들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싶어서 현재 비어있는 집을 내주시게 된거라고 했다. 일본에 1년간 연수를 온 한국인교사가 이집에 묵었었고 그 바톤을 이어받아 우리가 묻게 되었다. 선생님의 좋은 뜻을 이어받고 나중에 올 한국인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가 청소기나 목욕탕의 온수를 고치는데 일조를 하고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집이 언제 팔릴지 알 수 없어 그냥 이대로 쓰는게 좋겠다고하셔서 그만 제안을 접고 말았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와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문제는 자본주의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결론적으로 오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돈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가족이나 사회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적어도 한국은 그렇지 않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한국이라고 왜 다르지 않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문화적으로 다를뿐이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한국에 사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가게되는지. 

사실 우리는 얼마나 민폐에 예민한가. 가족이든 친구든 회사동료든 시간과 공간과 인간관계를 아우르는 모든 것들에서 사실은 돈이 없어서 해결되지 않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우리는 민폐에 대한 강한 알러지 반응이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저사람은 요만큼 한것에 부르르 하고 저사람이 돈을 안내서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것에 기분 나뻐하고 나는 힘든데 저사람은 편히 가는 것 같아 속이 안좋고 내 공간과 내 시간에 대한 침해에 가중되는 감정소모까지 우리는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이 많은지...

현재 두명의 주인공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고 두명의 주인공을 또 열심히 찾고있다. 그들을 찾고 영화를 완성해가는 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하는 일이지만 민폐에 대한 너그러움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면서 일단 ‘이끼마쇼!!’(갑시다) 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