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뿌리는 생활정보책자에 누수탐지 어쩌구 하는 광고가
왜케 많은가 했더니만 이동네에 그런일이 왕왕 많은가 보다.
우자지간 너무 많아서 어디로 할까 고민을 하며 나름 한집을 골랐는데
신중하게 고른일이 무색하게 오늘은 쉰단다.
순간 나름 신중한답시고 잠시 여러가지를 고려했던 내가 우스워진다.
가끔 신중한 기준이란 얼마나 자기식의 이기적인 발상인지.
우자지간 여기저기 전화를 때리기 시작하는데 죄다 전화는 받는데 쉰다고.
심지어 어떤분은 가족들과 밖에 나왔다고 미안해하기 까지 한다.
이렇게 쉬는날 전화기를 꺼놓지 못하는 그 남자.그 어르신들.
그들 모두 하루벌이가 제각각 다른 노동자들이겠지.
추워서 수돗물이 얼어야 장사가 되는 분들.
다른이의 짜증과 함께 얼어붙은 물과 뒤섞인 감정을 녹여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그분들.
괜히 전화를 돌리다말고 마음이 짠하다.
그러면서 순간 이날이라도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 있겠다 싶어
계속 전화를 하니 결국 한분이 전화를 받는다.
역시 따뜻한 말씨다.
수돗물이 얼어 어떤 심정인지를 다 아는듯이 내 얼른 가겠다고 말한다.
와서 살펴보시더니 한숨을 푹푹 쉰다.
당췌 어디서 물이 얼었는지 찾기가 힘든지경인데
옆집 아주머니 나와서 그런다.
그집 수도공사를 몇해전 새로했는데 벽으로 타고 올라가서 늘 거기가 어는거 같더라고.
전에 살던 아가씨들도 겨울만 되면 물이 얼어서 몇번 사람 부르는걸 봤거든.
물론 이집에 살던 원래 주인도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이집에 살았을 것이다.
좁은집에 살며 저금도 하고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 강남에 아파트를 얻어 나가기까지
꽤나 이를 악물며 해마다 이곳을 벗어나리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이집을 팔지않고 남겨두는걸 보면
언젠가 재개발이 될때를 기다려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혹시 이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에 아직도 갚지 못한 그돈을 여기서
막아내보고자 전세금이 오르는 재미를 쏠쏠하게 기다리는지도.
이렇게 강남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결국 이동네가 돈벌이 일까 지옥일까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세상에 갑자기 수돗물에서 황금이 쏟아지는거 같다.
아저씨 얼굴에도 미소가 퍼진다.
이렇게 추운날씨에는 외출할때는 꼭 물을 조금 틀어 놓도록해요.
그리고 변기수통은 오늘 다들 문닫아서 안되고 내일 아침 내가 교체해 줄게.
가격은 녹이는거 6만원.수통교체는 7만원이야.
그렇게 좋아해놓고는 돈얘기 나오니 갑자기 '아웅...아저씨 비싸요'
원래는 녹이는거 10만원 받는거야 하신다.
사실 돈이 있으면 만원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지갑이 비었다.
결국 카드로 지불하려고 했더니만 카드는 안쓴다고 하시며
계좌로 넣어달라고 하신다.
넙쭉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는 계좌이체를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받는분 이름난에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적었다.
콸콸터지는 수돗물을 받아 커피포트에 끓이면서
정말 새해구나 이제사 느낀다.
우리모두 새해 복 많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