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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5 휴식의 공간
빨간경순의 노트2013. 10. 15. 16:08

다들 그러겠지만 나도 가끔씩 휴식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있다.

예전에는 이런 휴식을 별로 고민하지 않았고 

쉬는게 일하는 거였고 일하는게 쉬는거라 생각하며

몸을 맘껏 사용했었다.

사실 몸이 사용되면 그만큼 머리도 정신도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나는 늘 차를 타면서도 걸어다니면서도 그 머리를 끊임없이 썼던거 같다.

그러니 나중엔 언제가 쉴 타임인지 언제 일하는 타임인지 구분이 안가고

심지어 자면서도 그 생각을 멈추지 않았던거 같다.

그니까 일이 생활이고 휴식이고 잠이고 꿈을 다 점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근데 몸이 피곤해지니가 요즘은 쉴 궁리를 종종 한다.

이삼일을 움직이면 하루 이틀은 쉬어줘야 하고

하루를 새고나면 다시 그 시간만큼 잠자는 시간이 필요하고

몇달을 치고달리면 다시 몇달은 좀 놀아줘야 한다는 생각.

그렇게 종종 쉴 궁리를 해도 사실 현실적인 시간이나 공간이 늘 받혀주는건 아니다.

쉬고 싶은데 쉴 공간이 없고

놀고 싶은데 놀 공간이 없는...


그런의미에서 이 블러그는 나에게 휴식과도 같은 공간이다.

친구들조차 이곳을 별로 찾지 않을만큼 조용한 곳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조용한 산골의 오두막처럼 편할때가 있다.

요즘은 모두가 페북이나 트윗으로 수다를 떨거나 정보를 교환하다보니

그곳을 통하지 않으면 뭔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도 없고 그외의 것들은 관심을 갖기도 힘들다.

근데 가끔 그곳에서만 바글대는게 무섭게 느껴질때가 있다.

일상을 조정하는 거대한 메트릭스 안으로

작정하고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한번 들어가면 계속 빨려들어가 그곳에서 많은사람들과 접선을 하고나면 

즐거움뒤에 묘한 피곤함이 남는다.

트윗도 비슷하긴한데 소셜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피곤함의 양면성때문인거 같다.


그래서 페북질을 며칠씩 쉬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쉬다보면 꼭 내가 외국에 여행 온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 진다.

그리고 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는 이 블러그가 나의 작은 휴식처같다.

일주일 넘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이일저일 쫒아다니고 

발등에 떨어진 내일도 처리하느라 쉬지를 못했었다.

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일찍 집에 왔고 동네친구와 수다를 떨다 일찍 잤다.

느즈막히 일어나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이나 창밖에 넒게 펼쳐진 산이나 바다는 없지만

지저분한 이집이 휴양지 같다.


씽크대에 쌓여있는 설겆이를하고

썩을대로 썩어서 파리알이 득실되는 뚝배기도 처리하고

바닥에 널린 머리카락과 빨래들을 정리하니

웬지 이일들이 휴양지의 놀이같다.

어제저녁 친구가 갖다준 고구마를 오븐에 굽고

맛있게 커피를내려먹으니 식사도 이국적이다.ㅎ

후덥지근한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몸이 이 날씨를 좋아한다.

이 짧은 가을을 흠뻑 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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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